과도한 민족주의가 빚은 모순과 폐해

 

 

아주 오래전에 풀었던 썰의 일부를 따 왔습니다.

 

저는 어제 홍콩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우리 축구16강전을 전반전만 보고 인천으로 왔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우리가16강에 진출한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홍콩의 예약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TV를 잠시 켜니‘한국: 나이지리아’축구중계를 ESPN(스포츠전문방송)과 CCTV(중국 중앙방송국)에서도 녹화중계를 해 주더군요. 이들도 우리를 한껏 추겨주는 중계를 해 주더군요. 이런 게 객관적 시각이자 바른 표현입니다. 고맙지요 뭐. 신명도 나고….

 

지금 이 시각 홍콩의 아침은 잔뜩 흐려있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말썽(?)많은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 구로다상의 발언을 보았습니다. 이번엔 우리 축구에 대해 한마디 했더군요. 즉“한국TV가 절규했다, 한국 뉴스가 월드컵 일색이다, 철야 방송도 모자라 아침뉴스도 월드컵 뉴스로 채워져 다른 뉴스를 볼 수가 없다”라는 식입니다. 더 재미난 것은 대한민국의3대 메이저 신문에 대한 촌평입니다.“아침 까지 대한민국!(중앙일보)”,“철야를 우리 전사들과 하나가됐다(조선일보)”,“꿈은 하나 잠들지 못하는 밤(동아일보)”등입니다.

 

그런데 이런 발언에 대해 일부 네티즌이 또 방방 뜨고 난리입니다. 우리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봅시다. 이거 모두 사실 아닙니까? 구로다상 있는 그대로를 가감 없이 객관적으로 표현한 게 아닙니까? 이 양반 직업이 신문기자입니다. 뉴스社 특파원이고요. 특히 나 자신의 직업에 충실한 기자다운 글이 아닙니까? 저는 이 대목에서 솔직히 얘기하면 진정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는 정말 의식 있는 우리 기자가 한 사람 쯤 있다면 구로다상이 이런 표현하기 전 우리사람이 먼저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하략)

 

어제 아침 눈을 뜨고 컴 앞에 앉아 지난밤에 벌어진 뉴스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연(啞然)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북통일이 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 들어가 보니 근 10년 전에 벌어졌던 일이 다시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조금 사정은 다르지만 소위 대한민국 3대 메이저 신문의 전자 판에 화려한 수식어 경쟁을 하듯 하나 같이 비까번쩍 현란(眩亂)한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大書特筆)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박항서 해냈다베트남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

동아일보: 베트남 강타한 박항서 매직동남아 축구 점령했다.

중앙일보: ‘박항서 매직화룡점정 찍었다베트남, 스즈키컵 10년만에 우승

 

그리고 순간적으로 오금이 저려 왔습니다. 위의 구로다상이 요즘 무엇 하는지 모르지만. 만약 그 양반이 이 땅에 있었다면 오늘 아침 상황을 보고 또 어떤 독설을 날렸을까요? 구로다상이 이 땅에 없는 것을 안도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민국 출신의 감독이 낯설고 물 선 베트남에서 쾌거를 이루었으니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잔치판에 찬물 끼얹는 소리 좀 해야겠습니다.

 

사실 오늘의 쾌거를 이루기 전, 예선 경기부터 박항서 감독 띄우기는 시작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우리 언론매체들이 박 감독 띄우기에 전력을 다 하는 동안 박 감독과 베트남 팀은 보답이라도 하듯 승승장구하는 답례를 보였습니다.

 

그 전, 박 감독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취재경쟁(?)은 그가 마치 이 나라의 국가대표팀 감독 이상으로 추앙하는 기사로 도배 되었습니다.

 

<<<<<박항서의 무한도전, 스즈키컵을 들어 올릴까?.>>>>>

 

“지난해 10월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뒤 나선 대회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베트남을 들썩이게 한 박감독은 이 대회를 통해 화룡점정을 노린다.

 

23세 아시아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하며 기대를 받았던 박항서 감독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는 4강에 오르며 국빈대접을 받고 있다. 아무튼 이런 식입니다.

 

이 순간 저는 정치와 언론이 한일관계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일관계에 있어 정치권이 취한 행태와 작태는 수십 수백 번도 더 이야기 했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언론의 행태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 감독으로 수많은 인물이 다녀갔습니다. 그 중 성공을 한 이는 딱 한 사람 ‘히딩크 감독’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전무후무(대한민국이 죽었다 깨어나도 그 당시의 전과를 다시 이룰 수는 없다고 장담한다)한 쾌거를 이루고 국민적 영웅은 물론 명예시민까지 되었습니다. 설마 박 감독이 아무리 쾌거를 이루었어도‘히딩크 감독’ 반열에 올리진 않겠지요? 문제는 그겁니다. 세계를 상대로 큰 공적을 이룬‘히딩크 감독’이 요즘 이 땅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습니까? 그냥 한 차례 지나간 철새 신세가 된 것입니다.

 

베트남 팀을 이끌고 승승장구 했던 박 감독을 다른 국가 아니면 다른 팀에서 그냥 두겠습니까? 설령 국가대표 팀 감독은 아니더라도 돈 많아 주체할 수 없는 중국의 어떤 팀에서 감당불가(?)의 연봉을 준다고 유혹하면 프로 세계에서 거절할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며 와인을 몇 잔 하고 있습니다. 좀 횡설수설 하더라도 그냥 읽어 주십시오.

 

제 얘기는 요즘 베트남은 지구촌 어떤 나라 보다 우리와 우호적인 국가가 돼 버린 것입니다. 우리 사람 우리 감독이 성과를 올리고… 베트남은 지금 그 어떤 나라보다 화제고 그 화제의 우위에 있습니다. 우리 사람 감독을 고용해 주고 성과를 올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박 감독이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동남아의 다른 나라로 이적을 하거나 중국의 어떤 팀으로 옮겨 간다면 베트남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쓸 데 없는 얘기가 좀 지루했지요? 장황한 얘기 끝내고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스즈키 컵, 보기에도 일본이 주최하는 대회인 것 같아 검색해 보았습니다. “아세안 축구 선수권 대회(AFF Championship)는 아세안 축구 연맹(AFF)이 2년마다 주최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대회이다. 1996년에 창설되었으며 2년마다 열린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인 스즈키가 대회 스폰서를 맡고 있기 때문에 AFF 스즈키컵(AFF Suzuki Cup)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로 되어 있습니다.

 

일본을 그렇게 미워하며 일본이라면 이를 가는 이 땅의 개. 돼지들이 일본의 자동차 회사가 주최하는 경기에 이토록 환호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 경기를 지배한 감독이 우리 사람이라고 히딩크 감독 이상으로 추겨 세우는 꼬락서니가 저로 하여 할 말을 잊게 합니다.

 

솔직히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거 아무리 잘해도 국내의 프로리그인 K리그 보다 수준 아래의 동남아제국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K리그에서 우승한 감독을 그렇게 추겨 세우고 영웅시한 적이 있습니까?

 

축하해 주는 걸 문제 삼자는 게 아닙니다. 모든 축하는 격(格)이 맞아야 하고 맞추어야 합니다. 이런 것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침소봉대(針小棒大)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더 웃기는 짬뽕 곱빼기는 이런 3류 경기에 우승했다고,

 

文대통령 “베트남 축구 우승 축하…양국 더 가까운 친구”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6/2018121601255.html

 

문재인까지 나선 것입니다. 언젠 베트남과 소원한 관계였습니까? 베트남은 이번 우승이 아니더라도 이미 오래 전부터 가까운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 나라 꼬락서니가 남의 나라 우승을 축하할 정도로 한가합니까? 아니 그렇게 한가할 정도로 국정을 다스려 나가고 있는 겁니까? 나라 안팎이 현 정권이 저질러 놓은 실정의 덩어리가 오염된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실정(失政)을 이런 식으로 숨기고 마무리 짓겠다는 것은 일종의 우민정책(愚民政策)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자의 하는 행태를 보십시오. 얼마 전엔 한류의 정점에 다다른 ‘BTS’의 잔칫상에 슬그머니 숟가락을 얹고 나대더니 이젠 박항서 감독의 성공담에 또 숟가락을 들고 덤비고 있습니다. 이게 일국의 대통령까지 나서서 호들갑을 떨 정도로 중대한 쾌거나 거사입니까?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도 마지막 남은 언론의 자존심 ‘조. 중. 동’이 말입니다. 멀리 떨어진 우방 보단 가까이 있는 일본과 이런 식으로 선린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민을 설득하는 기사를 내는 건 어떨까요?

 

반일(反日) 반일 날만 세면 새로운 반일꺼리가 없을까? 그리고 그것으로 실정을 감싸는 현 정권이 ‘스즈끼’ 라는 일본 자동차 광고내지 홍보를 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다 그 꼴 같지 않은 배달민족이라는 과도한 민족주의 모순과 폐해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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