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현불피친(擧賢不避親), 납현불기구(納賢不記仇)란 말이 있다. 현인을 천거하는 데는 친척이라도 피하지 말 것이며 또한 집안의 원수라 할지라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춘추시대 일이다. 진도공(晋悼公)은 제법 치세(治世)를 한 임금이다. 그의 밑에 기해(祁亥)라는 명신이 있었다. 그가 나이 70이 넘자 은퇴를 하겠다며 왕에게 고했다. 그러자 진도공은 그에게 후임을 천거해 달라고 명한다. 그러자 기해는 그와는 원수지간인 해호(解狐)라는 인물을 천거하자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왕은 의아해 한다. 그러자 기해는“대왕께서 물으신 것은 저를 대신할 사람에 관한 것이지 저의 원수에 대해 물으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해호(解狐)라는 인물은 관운이 없었던지 부임하기 전 죽고 말았다. 왕이 그를 다시 불러 다른 인물 천거를 부탁한다. 이번엔 기오(祁午)라는 인물을 천거하는데 그는 기해(祁亥)의 아들이다. 진도공이“기오는 경의 아들이 아닙니까?”,“왕께서 물으신 것은 해호(解狐)의 후임에 관한 것이지 저의 아들에 관해 물으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시경에 방지사직(邦之司直)이라는 말이 있다. 즉은,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만한 관리라는 뜻이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원수도 주저 않고 천거하는 기해나 해호 같은 인물이 그런 관리가 아닐까?
위 글은 나 자신 가끔 써먹는 대목이다. 위 대목을 문재인 정권에 대입시켜보면 어떨까?
문재인 정권 들어서‘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가장 많이 부각(浮刻)되었고 심지어 햇수로 취임 3년차에 들어선 현금까지도 그 말은 끊이지 않고 현재 진행형이다. 왜 그럴까?
사실‘낙하산 인사’라는 현상은 문재인 정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낙하산 인사는 있어 왔지만, 문재인 정권의 용인(用人)형태가 다른 정권에 비해 심도가 깊고 도드라져 현 정권에서만 나타난 착시현상 같은 것이다.
솔직히 이런 현상을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진영 론을 떠나 누구든 최고지도자가 되면 나름의 정책(政策) 또는 정견(政見) 국정에 대한 소신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과는 이념, 사상, 국정의 방향이 다른 인사를 옆이나 아래 두고 부릴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자신의 취향(趣向)에 맞는 인사를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을 두고 낙하산 인사네 보은인사네 하며 입을 댓 발씩 내미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야당이 주둥이 댓 발 내밀며 악악거려도 문재인은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이 점이 문재인은 적이지만 존경 받을만하다. 오히려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이것을 못했기에 정권을 빼앗기고 차디찬 감옥에서 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이 뭘까? 생각해 보면 서두의 춘추시대 인사등용을 교훈삼아 볼 필요가 있다. 반대파로부터 욕을 먹던 원성을 듣던 국정을 다스리는데 진정으로 필요한 인재라면 원수나 자신의 아들이라도 천거하고 그 자리에 앉히는 걸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사등용이 아닐까?
문재인 집권 이후 조각(組閣)을 할 때 소위 청문회를 열고 부당한 인사로 지목되어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한 인사 중 사퇴시킨 인물이 있던가? 욕을 먹어도 몽땅 임명장을 주고 등용을 시키지 않았던가? 현금 조국. 임종석 하다못해 탁某라는 쏘가리級 비서관도 온 나라가 들끓을 정도로 구설에 올랐지만 국회에 나와 몇 마디 주고받은 게 오히려 훈장을 달아준 격이 되고 말았다.
의인물용용인물의(疑人勿用用人勿疑)사람을 믿지 못하면 아예 쓰지를 말고, 일단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말라. 이 말은 춘추시대 관중이 자신의 주군이자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한 사람인 제환공에게 아뢴 말이다. 기왕 사람(자신)을 쓰려면 이정도 예우는 해 달라는 주문이다. 이 말이 각광을 받은 것은, 죽은 노무현 시절‘고건 국무총리’가 그 직을 그만두며 했던 명구이고, 박근혜 대통령도 써 먹었던 문구다.(내 기억으로는 당시 문고리니 십상시니 할 때 자신이 선택한 인물은 끝까지 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을 인용만 할 뿐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말의 깊이를 제대로 모르고 겉멋만 들었기 때문이다. 결론을 미리 내리자면 이 문구를 인용(引用)은 박근혜가 먼저 했을지 몰라도 적용(適用)은 문재인이 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낙하산인사’의 가장 큰 장점은 ‘충성심(忠誠心)’이다. 그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등용이나 채용이 됐는데 충성을 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람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일단 쓰임을 당했을 때 충성심을 보임으로 반대로 어떤 의심이나 참소(讒訴)가 있더라도 끝까지 믿어 주는 게 문재인 스타일인 것이다. 지나온 과정이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당시 야당이 오늘날 야당처럼 입을 내 밀었으면 우왕좌왕 여론에 휩 쌓여 벌써 물갈이 했었다. 이 점 야당인 한국당이 학습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김대중 정권을 비롯한 노무현 정권은 언론(보수)을 아예 적으로 삼고 정치를 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은 보수 언론을 하찮게 생각하고 무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지상파 방송국(공영)을 지배하지 못하고 정책이나 국정 홍보에 도움이 안 되자, 도움을 받겠다고 허가해 준 종편이 오히려 적이 돼 버리고 만 것이다.
특히 종편에 출연한 소위 정치. 시사문제를 다루는 패널 들이 진. 보 양분이 되어 열을 올리며 썰전을 벌였을 때 보수 정권을 가장 많이 비판하고 제대로 패대기친 놈들은 거의 국회로 입성을 했지만, 보수 정권을 위해 정열을 바쳐 방어하고 두둔했던 패널 중 누구 한 사람 불러다 쓴 사람 있었던가? 보수 정권에 비판을 넘어 비난과 패악을 많이 부린 자는 무조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 자리씩 주었으니 어찌 충성을 하지 않겠는가? 요즘 지상파나 종편에 출연하는 패널 중 보수를 지지하던 패널이 눈에 뜨이기나 하던가? 군사전문가인 신용균 같은 이는 현 정권에 불리한 논리를 전개 했다고 방송출연정지까지 먹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로 진입하는 좌파 인사들의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특징이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이라는 숫자와 당선자는 한정 돼 있다. ABC라는 인물을 등용 시키려면 갑을병이라는 기존의 인물이 양보하거나 도태 되어야 한다.
바로 이거다. 문재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ABC를 위해 갑을병을 설득시켜 양보를 얻어낸다. 다만 도태(淘汰)시키는 게 아니라 언제고 또 다른 무엇으로 보상을 해 주며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소위 보수라는 놈들은 제 밥그릇은 절대 타인에게 양보할 수 없는 성배(聖杯)가 아닌 성발(聖鉢: 밥그릇)이다. 정권을 위해 죽을 힘 젖 먹던 힘을 다 해 방어하고 편들다가 명예훼손이니 실정법 위반이니….어떨 땐 법정까지 서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생각해 봐라! 더불당이라도 노빠 따로 문빠 따로 없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정권 쟁취를 위해서 궁극엔 절대적으로 한 몸이 되지만, 한국당은 아직도 명빠, 박빠로 나뉘어 제 밥그릇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하다 보니 얘기가 장황하고 많이 길어졌다. 장황한 얘기를 끝맺기 전 한국당 떨거지들에게 이 얘기를 꼭 해 주고 싶다.
당신들은 인재를 볼 줄 모른다. 인재를 이용 또는 활용할 줄 모르는 것이다. 이게 바로 그 더러운 제 밥그릇 지키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밥그릇이 더러우면 수세미로 좀 닦던지 아니면 새 것으로 갈아야 한다. 더러운 밥그릇에 아무리 진수성찬을 담아도 그것은 거지 깡통 속의 진미일 뿐이다.
김 수사관 뒤이은, 신 사무관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당신들 밥그릇 내 주기 아까워 기용이나 등용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들을 보호는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양심선언 애국자가 나올 것이다.
어제 신 사무관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느낀 점이다. 그는 어떤 협박이나 공갈에도 굴하지 않고 법이 원하면 법에 자신을 맡기겠다고 피력했다. 그런 가운데 그가 한 말 중 자신은 “공익을 위한 제보”라고 표현했었다. 얼마나 가슴 찡한 울림인가?
그런데 제1 야당 대표라는 여자는 그의 의기를‘폭로(暴露)’라며 폄하 시켰던 것이다. 제보와 폭로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그를 철저히 보호해서 제2 제3의 애국자를 발굴해 내야 한다. 정상적으로 싸워선 당신들 죽었다 깨어나도 문재인 못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