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廉恥)와 철면피(鐵面皮)

염치(廉恥)와 철면피(鐵面皮)

 

  • 왕기라는 사람이 있었다. 삼국시대 위나라의 장군이며 정치가이다. 자는 백여(伯輿)이며 청주(靑州) 동래군(東萊郡) 곡성현(曲城縣) 출신이다. 조정의 고관으로 있었으나 나이 50에 벼슬에 물어난 뒤 생업에 힘쓰지 않았다. 그래서 늘 가난했고, 겨울철 눈이라도 내리면 굶주려 쓰러져 문밖에 나오지도 못했다. 딱하게 여긴 이웃들이“지금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선생을 매우 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입만 한 번 떼면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무엇 때문에 이런 고생을 사서하십니까?”하자, 왕기가 말하기를“나는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랄 뿐이오.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춥고 배고파도 즐겁지 않은 것이 없다오.”

 

  • 구양수(송나라의 정치가 겸 문인, 당송8대의 한 사람)또한 조정의 고관으로 있으며 자주 물러나기를 청했다. 그때 문하생중 어떤 사람이“조정에서 바야흐로 선생님을 중히 대우하고 있고, 물러날 연세도 되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갑자기 물러나려 하십니까?”하자, 구양수 왈,“내 평생의 명분과 절의는 모든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게 하려는 것이니, 일찍 물러가 노후의 절개를 온전하게 하려 함이니 쫓아내기를 기다릴 게 뭐 있겠는가? 조정에 있는 벼슬아치들은 모두 임금에게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후배들이 본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이러니 염치의 기풍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는가?”

 

  • 왕광원(王光遠)이란 사람이 있었다. 학문이 뛰어나 진사(進士)시험에도 합격했으나 출세욕이 지나쳐 그는 고관의 한낱 습작시를 보고도’이태백(李太白)도 감히 미치지 못할 신비롭고 고상한 운치가 감도는 시’라고 극찬할 정도로 뻔뻔한 아첨꾼이 되었다. 아첨할 때 그는 주위를 의식 하지 않았고 상대가 무식한 짓을 해도 웃곤했다. 한번은 고관이 취중에 매를 들고 이렇게 말했다.“자네를 때려주고 싶은데, 맞아 볼텐가?”그러자 그는“대감의 매라면 기꺼이 맞겠습니다. 자 어서…‥.”고관은 사정없이 왕광원을 매질했다. 그래도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동석했던 친구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질책하듯 말했다.“자네는 쓸개도 없나? 만좌(滿座)중에 그런 모욕을 당하고서도 어쩌면 그토록 태연할 수 있단 말인가?” 왕광원이 이르기를“하지만 그런 사람에게 잘 보이면 나쁠 게 없나니.”친구는 기가 막혀 입을 다물고 말았다. 당시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왕광원의 낯가죽은 두껍기가 열 겹의 철갑(鐵甲)과 같다.”즉, 이를 두고 철면피(鐵面皮)라고 하거니와 비슷한 말로 후안무치(厚顔無恥)라고 한다.

 

이미선 남편 “우리 부부가 주식 투기?오히려 ‘물린 개미'”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2/2019041201400.html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남편인 오충진 씨는 13일 이 후보자에 대한 주식 거래 의혹을 제기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을 향해 TV 토론을 통해 주식거래 내용을 검증하자고 밝혔다. 오 씨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주 의원님과는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데 이렇게 공방을 벌이는 악연을 맺게 돼 매우 유감”이라며 “의원님이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할 책임이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허위사실에 기초한 의혹 제기와 과도한 인신공격, 인격모독까지는 허용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런 걸 두고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하던가?

 

  • 글쎄다. 육법전서를 달달 외우고 법이라면 무불통달(無不通達)한 부부법관출신이라 법리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을지 모르겠다만, 사람이 만든 법이라 완벽하지 못할 것이고 더구나 법의 허점이나 맹점을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오용(誤用) 내지 악용(惡用)해도 위법(違法) 아니라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이미 백일하에 드러난 행태는 인간이 지켜야할 도리(道理)를 한참 벗어났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 절대 두 부부를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인간이 금수(禽獸)와 다른 것은, 염치(廉恥)와 수치(羞恥)를 알고 눈치껏 행동하기에 인간 취급을 받는 것이다. 인간의 탈을 쓴 철면피(鐵面皮)한 자들이 몰(沒)염치, 몰(沒)수치, 몰(沒)눈치의 행태를 벌이고 있고, 이런 자들이야말로 개. 돼지 취급을 해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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