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노무현에게 묻는다.
젊은 시절 혈기방장 할 때의 일입니다. 다니던 직장의 같은 부서에 좀 별난 상사가 한 분 계셨지요. 이 양반과 화장실에서 조우하면,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소변을 보고 손을 씻습니다마는 이 양반은 손을 씻은 뒤 거시기를 신주단자 모시듯 얌전히 꺼내고 소변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한두 번은 그 양반이 업무에 바쁜 나머지 착각한 것인 줄 알고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만날 때마다 그런 모습을 보고,“아! 이 양반이 착각이 아니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했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제가 좀 개그(개구)진 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작심을 하고 여쭈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오줌을 누고 손을 닦는데, 이사님께서는 어째서 손을 닦으시고 용변(높임말)을 보시는지요?”라고, 정중히 여쭙자 그 양반 말씀“아! 이 사람아! 이게(거시기)얼마나 소중한 것인데 함부로 다뤄!”…….딴에는 그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럴 법 하기도 또 아주 틀린 말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양반이 참으로 이기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 거시기는 소중하게 다룰 줄 알지만 거시기 만진 손으로 악수도 하고 결재 서류도 만지고, 서류 잘 안 넘어가면 손가락에 침도 묻혀야하고…..
여기서 잠깐 아주 딴 얘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저는 가끔 돈 때문에 마누라와 부부싸움을 합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수중에 있을 때 싸우는 겁니다. 또 돈의 소유권(?)을 두고 싸우는 게 아니라 돈은 이미 마누라의 소유권일 때 싸웁니다. 마누라는 이상한 버릇이 있습니다. 아주 지저분한…. 다른 게 아니라, 저 위 저의 젊은 시절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이사님처럼 손가락에 침을 묻혀 돈을 세는 겁니다. ‘돈’ 아! 그 놈의 돈. 얼마나 지저분합니까? 그 지저분한 돈을 셀 때 더럽다고‘퉤’하며 세는 게 아니라 엄지를 혓바닥에 살짝 대고 침을 묻혀 세곤 한답니다.“아따! 정말 지저분한 여편네 같으니라고.. 안 더러워!?”라고 호통을 치면, 마누라“아이!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욧!! 얼마까지 셋더라!?”이러면서 그날의 감정에 따라 대판(전쟁)이 될 때도 있고 소판(전투)이 될 때도 있답니다. 부연한다면 저는 혈기방장 했던 시절 외에는 마누라와 단 한 번도 뽀뽀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웃기려고 하는 소리 아닙니다.
다시 얘기 돌립니다.
아무튼 이사님이고 제 마누라고 간에…얼마나 찝찝합니까? 이런 점으로 봐선 어떤 것이 옳고 정당한지 아리까리 해지며 혼란이 옵니다. 뭐, 하지만 손을 씻고 소변을 보는 것이 우선인지, 소변을 보고 손을 닦는 것이 옳은 것인지 각자 생각 나름일 것입니다.
노무현씨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작심하고 가시 돋친 비판을 했다는 것입니다. 아! 뭐, 비판을 하거나 비평을 하거나 지 배알 꼴리는 대로 하는 것이겠지만, 제 3자가 듣기에 좀(많이)거북한 대목이 있어 한마디 하렵니다.
비판인지 개인적 불만인지 장광설을 널어놓는 과정에서”국보법에 의하면 북괴는 반국가단체이며, 이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국보법은 이념적 대결주의를 강력히 뒷 받침하는 근거이며, 남북대화의 걸림돌”이라고, 또”’6·25전쟁은 남침인가? 통일전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악의적인 이념공세”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원래 이 장광설의 내용 중에는“북한 핵보유를 역지사지로 보자”는 부분도 담겨 있었던 모양인데 연설 원고가 너무 세다고 뺐다는 것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 본래 이 말의 뜻이 상대방의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빨간 물이 온통 대그빡에 가득 찼기로니 지가 다스리든 국민들의 마음은 역지사지 할 수 없고, 저쪽 입장만 역지사지 하라 하시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또”’6·25전쟁은 남침인가? 통일전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악의적인 이념공세”라고 하니 반공을 국시로 삼았던 시대에 교육을 받은 저로서는 갑자기 헷갈리고 혼돈이 옵니다. 한 갑자(甲子)넘게 갈라서서 콩이니 팥이니 다투며‘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로 고민해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주 대놓고 공개적으로 북괴의 역성을 들며 역지사지(易地思之)하라니 대한민국 진짜 민주국가 맞습니다. 맞고요….마지막으로 노무현씨에게 한 가지 물어 봅시다.“귀하께서는 손 닦고 오줌 눕니까? 오줌 누고 손 닦습니까?” BY ss8000 ON 10. 2, 2008
덧붙임,
사실 이 썰의 원 제목은“노무현에게 묻는다.”였습니다. 그러나 이 아침‘문재인에게 묻는다.’라고 해도 조금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참, 어이가 없습니다. 어제는 하루죙일 죽은 노무현을 기리는 날이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그날을 기리기 위해 제사란 걸 지내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나라의 관혼상제(冠婚喪祭)라는 전통 법례에 의하면 3년 상이면 예와 범절을 다 하는 것입니다.
어제가 노무현 자살 10주년이랍니다. 10년씩이나 기릴 만큼 그 사람이 국가나 국민을 위한 일을 한 게 있습니까? 결국 얼마나 청렴(淸廉)하셨으면 생활비가 모자라 생계형 도둑질을 했다가 양심의 가책을 받고 스스로 자살한 분 아닙니까?
지상파3사 종편4사, 조중동을 비롯한 전국의 찌라시가 ‘손 닦고 오줌 누는지 오줌 누고 손 닦는지도 모르는 인간’의 제삿날을 전 국민을 상대로 선동 질 해가며 기리는 꼬락서니에 억장이 무너지고 염장이 뒤집어 졌습니다.
근데 더 웃기는 건, 뭐? 노무현 정신을 이어 받겠다고요? 생계형 도둑질? 어제 노무현씨 제삿날 이 나라의 어마 무시한 고위층이 다 모여서 다짐하고 부르짖은 게“노무현 정신 이어 받자!”였답니다. 결국 이 놈도 저 년도 생계형 도둑질? 아니면 똥돼지의 단도(短刀)미사일 맹거는 걸 역지사지(易地思之)하자는 겁니까?
미쳤어요! 미쳤어! 얼마 전 TV에 나와‘미쳤어’라는 노래와 춤으로 인기몰이를 한 그 영감님만 미친 게 아니라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