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장사를 하며 10여 년을 중국에 상주 할 때다. 이런저런 현지직원들이 들고나고 했지만, 특히 조선족 직원을 뽑을 때 면접하는 과정에서 가끔 재미난 표현들이 튀어 나온다.
중국에 그렇게 오래 살았어도 나는 지금도 현지 음식(오리지날 중국음식)을 즐기지 않는다. 아니한 말로 배고픔을 잊기 위한 것이지 맛으로 먹지 않는다. 처음 진출했을 당시 숙소의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를 조선족을 채용해 보기도 했지만 결국 조선족 아주머니들의 음식 솜씨가 중국식도 한국식도 아닌 어정쩡한 맛이라 몇 차례 아주머니들이 바뀌기도 했고 종래는 내가 직접 조리를 하기에 이르러, 그것은 오늘날 산골에 혼자 숙식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지만….
그 중 한 아주머니는 나 보는 앞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통 볼 수가 없었다. 하루는 무심히“아줌마는 어째 식사하는 걸 통 못 보겠습니다.”했더니 쭈뼛거리며 하는 말이“살까기 합네다.”였다. 곧바로“살까기가 뭡네까?”라며 농을 붙이자“젠페이 합네다”, 아예 중국어로 대답을 한다. (사실 초창기엔 중국어를 한마디도 할 수 없어 가끔은 상대에게 한자로 적어보라며 필담(筆談)을 나누었다. 그러나 그것도 정자를 쓰지 않고 간자체를 쓰게 되면 알아먹을 방법이 없지만…), 이번엔“젠페이?”하고 반문을 하며 어디 한 번 써 보라고 하자‘감비(減肥)’라고 쓰는 거이었다. 사실 처음엔 그 의미가 퍼뜩 떠오르지 않았지만‘감비라? 감비’하며 두어 차례 입 안에 넣고 중얼거리며 머리를 돌려보니‘오호라! 다이어트를 뜻하는 것이구나.’그래서 중국어(?)하나 배우고…
한 번은 회계직 보조 여직원을 새로 뽑아야 하는 과정이었다. 얼굴도 곱상하고 일도 잘 할 거 같아 이미 마음속으로는 채용을 결심한 상태. 이력서를 받아들고 훑어보니 흑룡강성에서 나고 자라 그곳에서 고중(고급 중학교: 고등학교)을 졸업하고 교사를 했다고 씌어있다. 그게 하 수상하여“아니!? 고등학교를 나와 선생님을 해요?(하긴 우리네도 옛날엔 사범학교라 하여 고등학교 출신교사가 있었지만…)”라고 의문을 표시하자“중국에는 고중을 필(畢:졸업)하면‘선생질’할 수 있습네다.”나는 그만‘질’이란 표현에 그만 빵 터지고 말았었다.(主: 지금도 그런가는 모르겠고 90년대까진 고교를 졸업하면 2급소학교 교사자격증을 준 것으로 안다)
그리고 얼마 뒤 이번엔 남자직원(조선족)을 하나 충원해야할 일이 있어 아름아름 지인의 소개로 사무실로 오게 하여 면담(이력서 없이)을 하는데,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마지막으로 이전에 뭘 했는가를 물어보니 이 친구“사기질 했습네다.”란다. 깜짝 놀라“아니!? 사기질 이라니?”하자, “중국에서는 운전질을 사기질이라고 합네다.”라기에 이번에도 역시 한 번 써보라고 하니‘사기(司機: 주로 택시운전사)’라고 쓰는 것이었다.
조선족이라며 비하를 하지만 그 뿌리를 곰곰이 생각하고 파고들면 그들이야말로 대한독립의 초석을 다진 존경스런 분들의 후예가 아니던가. 이렇듯 우리끼리 우리 동포 사회에서는 어떤 직업을 논할 때 그 직업의 끝에‘질’이라는 접미사를 항용(恒用)하는 것을 보면 아주 나쁜 의미는 아닌 것이다.
큰 자랑은 아니지만, 군복무시절 장군님의 따까리질 한 얘기를 게시판에 가끔 했었다. 세 분을 모셨는데 두 번째 분이‘권 장군님’이라고,…이 양반이 낚시를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그것도 밤낚시를 여름날 토요일 오후만 되면 채비를 하고 부대에서 멀지 않은 북한강으로 나가는데 이 몸은 수행비서가 되어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강변에 앉아 낚시 밥(지렁이)을 밤새 끼워 드려야 하는데…이게 보통 곤욕이 아니다. 꾸벅꾸벅 졸다 깨다….뭐 말씀이야 운전병이랑 같이 차에 가서 자라고 하시지만 언감생심 그럴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어느 날 토요일인가 일찍 퇴근하신 장군님 낚싯대를 점검하고 이런저런 채비하시는 모습을 보고 무심결에“사령관님! 또 낚시질 가시려고요?”했다. 그랬더니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이놈 보게? 임마! 낚시질이 머꼬?(안동 분이었음)낚시질…”그러시곤 설명을 하시는데, “질이라카는 건 말이다. 도둑질, 강도질, 서방질, 계집질….그런데 쓰는기다. 그라이 낚시질이 머꼬 낚시질..”물론 화를 내시거나 야단치시는 어조는 아니셨다.
난리, 난리… 이런 난리가 없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이 문재인 부부의 외유(外遊)를 빗대 ‘천엽질’이라는 표현을 했다고 막말이니 뭐니 개gr들을 떨고 있다. 말을 하다보면 무심결에 장군님 앞에서‘낚시질’이라는 표현도 할 수 있고‘천엽질’이라는 표현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선생질도 하고 사기질도 했다고 표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무리 빨갱이 사회라지만 최소한 한글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누려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민경욱 대변인의 속을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그가‘천엽질’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솔직히 얘기하면 실수가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인 것 같다. 오죽 나라가 개판이면 오죽 답답하면 더럽고 지저분한 이 나라와 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간 모든 종자들을 그 한마디로 ‘걸레질’하고 싶다는 심오(深奧)한 발언이 아닐까?
보나스 덧붙임,
사실 가만히 살펴보면,
병(病)도 ‘질’자 붙은 건 병 같지도 않은 것이
좀 지저분하기는 하다.
안질(眼疾)
치질(痔疾)
괴질(怪疾) 등등…..
대통령 같지도 않은 것이 지저분하게…..천엽질이나 하고….ㅉㅉㅉㅉ
데레사
2019년 6월 13일 at 7:48 오전
ㅎㅎ
우리고향에서도 유독 선생을 보고는 선생질이라고 질짜를 붙였지요.
요즘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없는건 아니거든요.
천엽질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요?
ss8000
2019년 6월 13일 at 6:17 오후
ㅎㅎㅎ….선생질.
저도 얼핏 그런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저 어릴 땐 학교 선생님들 속이 하도 썩어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했었지요.
요즘이야 가장 가광 받는 직업 중의 하나지만
그 땐 봉급도 짜고 애들이 월사급도 제대로 안 내고…
속 많이 썩햤을 겁니다. ㅎㅎㅎ…
그래서 선생님들이 자조적 언어로 내가 어쩌지 선생이 되가지고…
그래서 선생질이 아니었겠나 유추해 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