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태어나 입신양명(立身揚名)하고 싶은 충동을 어찌 한 번쯤은 가져보지 않겠는가. 그러나 제 그릇 제가 알고, 누울 자리보고 발을 뻗으면 좋으련만 이런저런 생각 없이 과한 욕심에 사로 잡혀 함부로 날뛰다 낭패를 보는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데 얼마나 혁혁한 공을 세웠는지 모르되 자신들의 전력(前歷)을 숨기거나 은폐하면서까지 왕후장상(王侯將相)의 반열에 올라 보려고 하지만, 세상이 이전과 달라 마우스 클릭 한 번에 대한민국 국민 중 주민등록 부여 된 자라면 모니터에 적나라(赤裸裸)하게 들어난다. 증거나 증빙을 가지고 들이대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갖은 해명을 널어놓지만, 그것은 이미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고 속내만 들어낸 것이다.
뻔하고 진부한 얘기지만 고사전(高士傳)에 이르기를,‘허유(許由)’는 사람됨이 의리를 지키고 행동이 발라, 부정한 자리에는 앉지도 않았고 부정한 음식은 먹지도 않으며 세상을 등지고 숨어사는데 요임금이 그를 찾아내어 천하를 넘겨 주려하자, 다른 지방으로 도망하여 농사를 지으며 숨어살고 있는데, 요임금이 또 찾아와 구주(九州)의 장관으로 임명하려 하자 허유가 듣고 싶지 않아 강가에서 귀를 씻었다. 그때 그의 벗‘소보’가 송아지를 끌고 와 물을 먹이려다 그 모습을 보고 까닭을 물으니 허유가 답하기를“요임금이 나를 불러 구주의 장관으로 삼으려 하는데, 그런 더러운 소리를 들었기에 귀를 씻는다네.”그러자 소보가 말하기를“자네가 만약 사람이 다니지 않는 깊은 골짜기에 살았다면 누가 자네를 보았겠나. 그것은 자네 스스로 떠돌아 다니며 명예를 구했기 때문일세. 이 물을 우리 송아지가 먹으면 송아지 입이 더러워지겠네.”라며 송아지를 끌고 상류로 올라가 물을 먹였다.
어찌‘허유와 소부’의 흉내를 내라고 강권하겠는가. 그러나 공 없어도 사람 됨됨이가 바르다면 하늘이 알아서 그의 명망을 나타낼 것이다. 하릴없는 제갈공명은 초옥에 누워 양보음(梁甫吟)을 노래했고 그래도 세 번씩이나 유비가 찾아 왔기에 세상으로 나아가 무수한 공을 세웠지만 공을 앞세우지 않았으며, 개자추는 공자 중이를 모시고19년을 도피 생활과 유랑을 거듭했지만 공자 중이가 임금으로 등극하자 할 일 다 한 듯 늙은 노모 모시고 면산으로 들어갔고, 장량은 진나라와 항우를 무너뜨린 뒤 신선 적송자를 따라 표연히 떠나갔으며, 범려는 오왕 부차에게 원수를 갚으며 월나라를 강성하게 만들고 나서 일엽편주를 타고 오호로 떠나갔고, 장맹담은 조양자를 위해 지백을 멸망시킨 뒤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농사를 지으며 살았으니 배 타고 오호로 떠난 범려 만큼이나 숭앙을 받는 것이다.
BY ss8000 ON 11. 5, 2018 (입신(立身)과 망신(亡身)에서…..)
-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말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호랑이의 가족은 아름답기 한이 없다. 그래서 누구나 탐하는 것이다. 고관대작(高官大爵)이나 삼성. 현대 같은 재벌(부자)들이면 하나 씩 탐을 낼만치…천수를 다하고 죽으면 좋으련만 그래서 사냥감이 되고 가죽을 남기는 것이다. 인간은 또 어떠한가? 긴 얘기 안 해도 부모가 지어 준 이름 그대로 간직하고 주어진 대로 살면 탈이 없다. 팔자에도 없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을 하려다 더러운 이름만 남기고 죽는 것이다. 원래는 좋은 뜻이지만 비틀어 보면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교훈적 얘기다.
- “삼촌(아니면 당숙)! 장관자리 탐하지 마십시오! 집안 망합니다.” 조국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조국의 당질(堂姪:5촌 조카)이 호소(?)했다는 얘기를 얼핏 있었던 것 같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 당질은 정말 똑똑한 인물이다. 청와대 정무수석, 이 자리 아무나 하는 자리 아니다. 그 만한 자리라면 발가벗고 거시기 두 쪽 비교하며 농담 따먹기도 할 만큼 대통령의 신임(신뢰)이 비서실장 보다 더 깊어야 할 수 있는 자리 아닐까? 그 자리를 코 푼 휴지 버리듯 버리고 장관을 탐하는 당숙을 보고 얼마나 한심했으면“집안 망한다.”고 충언을 했을까? 조(曺)가 집안에서 가장 머리 좋은 아까운 청년이다.
- 러시아의 대문호(大文豪)톨스토이의‘바보 이반’을 읽어 보면 대문호도 별 거 아닌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내용의 음미해 보면, 악마도 어쩌지 못하는 형편없이 고지식한 바보의 행동이 오히려 명예도 실리도 또 형제도 살리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다 어울리는 대문호의 교훈적 동화지만 특히 조국이 한 번 쯤 읽어 봤다면 하는 어땠을까?
- 멸문지화(滅門之禍), 말이 쉬워 멸문지화라고들 하지만 보통 멸문지화는 3대에 걸친 화(禍)를 의미 한다. 오늘날‘조국 사태’를 돌아보면 그야말로 현대판 멸문지화라 아니할 수 없다. 본인은 물론 어미, 처, 동생, 조카, 아들 딸, 본가(本家), 처가(妻家)… 건국 이래 집구석이 이 정도로 범죄에 연루되고 패가망신(敗家亡身)하는 경우가 있었던가? 조국의 일거수일투족을 두고‘조로남불’이라고 한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 아직도 진행 중인 조국사태를 돌아보니 한 인간의 끝없는 욕심 때문에 집구석 망하는 건 잠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해 보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