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선가 보니 문재인의 고향과 나이가 국민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는 설이 있다. 원래 그의 부모가 흥남 철수 당시 거제도에 안착하고 세상에 나온 게 아니라 1949년 생으로 이미 세상에 나와 있었고 부모의 등에 업혀 피란을 나왔다는 주장이다. 결론은 고향이 남쪽이 아니라 북쪽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문재인의 고향이 남쪽이냐 북쪽이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먼저 고향(故鄕)의 의미부터 좀 알아보자.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고 조상 대대로 살아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 마을에 A라는 후배가 있다. 원래 부모가 목포 사람인데 어떻게 이곳까지 흘러들어왔는지는 모르되 아주 강렬할 정도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인물이다. 말하기를 그의 부모가 일찌감치 서울로 이주하여 그를 낳았기 때문에 자신의 고향은‘서울’이라는 것이다.
내 경우가 그렇다. 종로구 적선동 태생이지만 1.4후퇴 때 부모님을 따라 경북 상주로 피난을 가서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상경했고 그 후로는 이 나이 먹도록 종로 바닥을 떠나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경북 상주는 조상들께서 대를 이어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던 곳이고 조상님들의 선산이 지금도 있다. 사람들이 내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경북 상주’라고 한다. 상주에 대한 애착이나 애향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태 난 곳은 아니지만 부모님을 비롯한 조상님들이 살아 온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말의 억양이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낸 탓에 경상도 억양이라 폼(?)잡는 다고 서울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추가설명이 필요하기에 그냥‘경북상주’라고 하는 것이다.
언젠가 마을주최로 노인 분들을 모시고 동해로 관광을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 경향(京鄕)간의 습관 아니면 문화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는데 다른 이들과 한참 논쟁을 벌이던 A가 내게 갑자기“형님! 그랑게로 고거시 우들 서울 사람들은 그라지 않지요 잉? 앙그요!? 형님!” 너무도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로‘우들 서울 사람’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편을 들어달라는데 나는 솔직히 어안도 벙벙하고 서울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갈피를 못 잡은 적이 있었다. 고향이 아무려면 어떻고 어디인들 무슨 대수일까. 암튼 그래서 문재인의 고향이 이북이든 이남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런데 A나 나나 문재인이나 진정한 고향이 어딘가는 쉽게 알아내는 방법이 있다.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는 죽을 때 살던 굴 쪽을 향(向)해 머리를 두고 죽으며, 사람은 죽어서라도 고향(故鄕) 땅에 묻히고 싶어 하는 마음을 두고 하는 얘기다. 내 경우를 보면 바삐 살던 젊은 시절은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조상님들의 유택(幽宅)이 사방 흩어져 계시는 게 마음에 걸렸다. 결국 대소가들과 상의 끝에 모든 경비는 내가 염출(捻出)하고 고조부님부터 부모님까지 한 곳으로 30여 기 유택을 정리정돈(?) 하는 일을 마무리 짓고 곁들여 나와 마누라 가묘(假墓)까지 아예 만들어두는 역사(役事)를 이루었던 것이다. 내말은 결국 내가 죽어 묻힐 곳이 고향 상주라는 의미다.
오늘 이런 썰을 푸는 것은, 나는 오래 전부터 문재인의 대북정책에서 다른 이들과는 달리 문재인의 수구초심을 읽었던 것이다. 문재인이 아무리 고향이 거제도라고 하지만 결국 그의 고향에 대한 정서는 이북인 것이다. 문재인 그도 이제 낭설이든 진실이든 70대 노인에 가깝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여우가 죽을 때 제가 자란 굴 쪽으로 머리를 향하듯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 가고 싶은 나이가 된 것이다.
그런 면으로 보면 문재인은 천출효자(天出孝子)는 아니더라도 남다른 효자는 틀림없다. 얼마 전 그의 모친이 임종(臨終)을 하며“행복 했었다”라는 말을 남겼다며 본인 스스로 밝혔다. 자식이 대통령이라서가 아니라 평범한 삶 속에 자식 때문에 행복해 했을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 오죽했으면‘무자식 상팔자’란 얘기도 있지 않든가. 부모를 행복하게 해 준 문재인은 그래서 효자인 것이다.
문제는 효자의 수구초심 때문에 대북정책을 저 따위로 펼친다면 하늘과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부모를 행복하게 해 주는 걸 누가 말릴까. 말려서도 안 되고… 그러나 문재인의 위치가 여염집의 효자는 아니잖은가? 어사화(御賜花)꽂고 삼현육각 울리며 고향 찾는 장원급제자는 더욱 아닐 것이다.
효. 고향. 수구초심 다 좋은 얘기지만, 부모를 행복하게 해 준 것만큼 남은 임기는 국민을 행복하게 해 줬으면……하는 부탁을 하고 싶다. 이런 얘기가 귀꾸멍에 들어갈 리 없겠지만 비 맞은 중처럼 혼자 씨부려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