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야 비로소 그 짐을 벗었다. 그리고 다음 달 동창회(송년회)는 꼭 참석하기로 다짐을 했다.
동창회라고 가입(?)하고 참석 하는 것은 초등학교밖에 없다. 중학교는 그렇다 치고 고등학교를 다섯 군데 옮겨 다녔던 골통이었으니 친한 친구도 없고 어느 학교를 모교로 삼아야할지 나 자신도 아리까리하기에 아예 동창회라는 게 없다.
사실 초등학교도 그랬다. 한 학급에 60~70명도 넘게 6개 반이나 있었으니 전교생이 2천 명이 넘어 3천에 가까운 지방학교였으나 나 자신은 그곳이 피난지라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비주류에 속했고 졸업 후 바로 서울로 환도를 했기에 재경 동창회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우연히 그 사실을 알고 가입하고 교류한 게 불과 10여 년 전이다. 그것도 막내딸아이 혼례식 때 주례를 찾다가 누구라고 얘기하면 대한민국 국민이면 다 아는 공학박사요 정부의 한 기관을 맡고 있는 기관장이 동창 그것도 나와는 한 반이었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고 주례를 부탁하면서 부터였다.
이제 연말이 다가오고 망년회니 송년회니 하며 끼리끼리 모여 한 해를 마무리 짓는 모임들을 할 것이다. 지금이야 그런 게 많이 없어졌지만, 이런 시기에 꼭 등장하는 밉상들 얘기가 있다. 동창회에 나가면 고관대작(高官大爵)이 되었거나 재벌은 아니더라도 돈 많이 벌어 그 지방의 토호(土豪)가 되었거나 아무튼 좀 성공한 인간들이 자신들의 지위와 부를 뽐내고 자랑하는 자리로 변해 버리는 그런 동창회. 그런 후 얼마지 않아 그런 저급한 인간들을 성토하는 후일담과 기사들을 읽고 병x육갑들 한다고 얼마나 경멸(輕蔑)하고 비웃었던가.
재경동창회엔 대충 30여 명의 할배와 할매가 가입해 있고 매년 분기별로 번개팅 그리고 봄. 가을로 버스를 대절하여 관광을 가고 송년회 등 최소한 일곱 차례는 모임을 갖는다. 3년 전이든가 4년 전이든가는 그 많은 인원이 제천 내 집에 1박을 하며 보내기도 했다. 시골 농사꾼인 나는 꼬박꼬박 모든 모임에 참여할 수는 없고 큼직한(?)행사에만 참가를 하는데…..
지금 생각해도 오금이 저려오고 닭살이 돋는다. 재작년의 일이었다. 동창회에서 마지막 늦가을 여행을 강화도 석모도로 간다며 관광버스를 대절했으니 영등포 모모한 장소로 모이라는 통지와 함께 꼭 참석하라는 전언도 있었다.
그 때쯤 평생소원이었던 최고급에 해당되는 외제차를 구입했고 마침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설계사인 동창(여)에게 견적(?)을 뽑고 보험가입을 한 뒤 이런저런 얘기 끝에 강화도 여행얘기가 나오고 참석여부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나 자신도 모르게 부지불식간“나는 내 차로 직접 갈 테니 강화도에서 만나자”그리고 얼마 뒤 스스로 그 차를 몰고 강화도로 갔던 것이다.
그 순간은 몰랐다. 다들 부러워하는 눈치로만 보였었다. 그리고 그 여행을 파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드디어 자각(自覺)을 했고 다시 자학(自虐)을 하기 시작했다.“오병규 너! 왜 그랬어? 이런 병신! 그런 몰지각하고 형편없는 놈들을 경멸을 넘어 저주까지 했는 오병규 니가…어떻게…그런 짓을…”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한심하고 부끄러운 나를 본 것이다. 한마디로“내로남불”이었다.
그날을 기하여 2년 동안은 동창회엔 발걸음도 하지 않았다. 너무 쪽팔리고 부끄러워 동창들 얼굴을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모임이 있을 때마다 많은 금액은 아니더라도 꼭 촌지를 보내고 협찬을 했더니 동창들이 얼굴 좀 보자며 성화를 한다.
사실 지금 살고 있는 집 바로 앞이‘서울(북한산)둘레길’시작 점이다. 우리 집 골목에서부터 둘레 길의 시작이기에 동창들에게 이곳으로 집결하여 일부구간까지만 걷자고 했다. 그리고 경비는 모두 내가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많이 오지는 않았다. 겨우 8명(혹시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 있는지…). 둘레 길을 좀 걷고 적당한 식당으로 모시려다 식구도 많지 않기에 그길로 내 집에서 모임을 가졌다. 각종 주류와 청요리로…. 그리고 이실직고(以實直告)했다. 내가 그동안 동창회에 참석 못한 이유를,,,,
동창들은‘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펄쩍 뛰었다. 그리고 나를 이해하고 용서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다음 달 동창회(송년회)는 꼭 참석하기로 다짐을 했다.
‘내로남불’은 자신도 모르게 하는 행동들이다. 타인의 잘못에는 경멸(輕蔑)하고 저주(咀呪)하지만 자신의 행동에는 한 없이 너그러운 게‘내로남불’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내로남불 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성찰하고 반성한다면 용서가 되지 않을까?
문재인 정권이…현 수권여당이…. 조국이…유시민이…유재수가….기타 허접한 군상과 쓰레기들이…우리 모두가 최소한 부끄러워 할 줄만 알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