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과 식모 그리고 거지.

 

 

장군의 아들 김두한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연속극에 나오는 다리 밑의 거지는 전설이고, 실제

60년 대 후반 70년 대 초반까지도 서울 장안에 밥을 구걸했던 소위 거지가 있었다. 그들은 보통 아침 식 전에 구걸을 하러 다녔다. “밥 좀 주에요~! 네~!!”하며 구슬피 외치며 그 집의 대문에 3~5분 이상 그 구걸의 구호(?)를 외쳤다.

 

왜냐하면 어차피 식사하던 과정에서 먹다 남은 밥이 있으면 줄 것이지 솥뚜껑 열고 고슬고슬하고 빛이 나는 아끼바리 쌀로 지은 새 밥을 퍼 거지에게 줄 집은 100분지 1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3~5분을 기다려도 인기척이 없으면 슬그머니 물러나 다음 집으로… 그렇게 어쩌다 인심이 후한 집에 들려 미제 분유깡통에 한가득 밥을 얻는 날은 비록 거지지만 배 터지게 먹는 날이니 따로 생일이 있는 게 아니라 그날이 생일인 것이다.(그래서 생일 없는 소년이라는 노래와 영화가 생겼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거지들의 구걸이 한정이 되 있는 것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물론 잘 사는 사람만 모여 있을 것 같은 서울 장안에도 제 끼니 못 먹는 인구가 꽤 되었기 때문에 거지들이 아무데서나 구걸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밥을 얻기 위해 언제나 주는 집만 가는 것이다.

 

남(거지)에게 밥을 줄 수 있는 입장이라면 그래도 얼마간 부유한 집이었고 그런 집엔 소위 식모(食母)라는 신분이 꼭 있었다. 사실 식모라는 신분도 밥만 구걸하러 다니지 않을 뿐 어떤 경우 본가의 입을 하나 덜기 위해 파견(?) 근무하는 경우 또한 허다했다.(우리 큰 누나가 그랬다. 흑흑흑..) 월급은커녕 극성스런 주인댁 아 새끼까지 보살펴야하는 거지보다 훨 낫지도 않은 삶의 주인공들인데 거지들이 오면 자신들의 삶과 비교하여 식은 찬밥 덩이라도 얼마나 주고 싶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식모가 구걸하러온 거지에게 밥을 주다 주인에게 걸렸다.

 

주인: 야! 이 년아!(그 땐 그랬음.) 그 밥 누구주려고 그러는 거야!?(호통을 친다)

식모: 저….(그러나 어쨌든 용기를 내어)거지에게 주려고요.

주인: 뭐!? 거지? 이런 거지같은 년! 니가 거지야 이 년아!

(이 부분 까지는 또 이해가 된다. 그런데 주인집 아들이나 딸이 그 광경을 보고…)

딸(아들): 엄마(아빠)! 쟤는 맨날 거지에게 퍼 준데요. 꼭 거지같은 거지한테만 퍼 준데요.

 

식모가 아무리 마음이 착하고 배고픔을 알아도 주인 허락 없이 밥을 퍼 주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최소한 주인의 동의를 구해야 했어야 한다. 밥을 퍼 주지 말자는 게 아니다. 살만큼 살고 배도 부를 만큼 부르지만 그 밥이 필요한 또 다른 거지도 있는 것이다.

 

불량스런 거지도 많았다. 하다못해 막노동이라도 아니면 초근목피를 구하러 산과 들로 다니며 모자라는 부분을 채웠으면 좋지만, 일은 않고 포악하게 구걸만 하는 거지도 많았다. 구걸을 외치는 구호에 빨리 나오지 않으면 대문을 걷어차거나 지가 들고 있는 바가지만큼 욕바가지를 쏟아 놓으며 개gr뜨는 거지도 있었다.

 

北,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에 “난장판 된 제 집안일이나 신경써라”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1/2019122100901.html

 

거지의 종류도 다양 했었다. 개 중에는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한 거지도 있었다. 이를테면 대문을 걷어차고 욕을 한 바가지씩 하는 거지. 구걸을 해서 지 혼자 처먹고 똥돼지처럼 살진 거지. 가족은 다 굶어 죽어가는 데 저 놈의 거지 급하기도 할 것이다.

 

더 나쁜 건 남쪽의 식모다.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지 혼자 막 퍼 주려다 걸린 격이다. 주인이 저 보다 판단력이 없을까? 주인이 사람이 나빠 거지에게 구걸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잖아? 이웃들이 나서서 거지새끼의 행패가 심하니 그 놈의 버르장머리를 먼저 고치면 밥 아니라 집까지 준다는데…건방지게 식모 따위가 나서서 GR이야 GR이. 결국 이웃집 동의 없인 구걸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똥돼지 거지가 부릴 수 있는 투정이고 짜증인 것이다.

 

하긴 요즘 남쪽의 집구석이 난장판을 넘어 개판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집구석 정리부터 먼저할 생각 않고 거지를 돕네 어쩌네 하니 거지인들 그 말을 믿겠나? 주인이고 식모고 집구석 정리부터 하자. 그나저나 꼴에 거지가 보내온다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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