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고사가 있다. 중국 송나라 구준전(寇准傳)에 보면 오귀(五鬼)라고 하는 간악한 권력자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인 정위(丁謂)라는 구준의 똘마니가 있었다. 원래 구준과 정위는 송나라 진종(眞宗)때의 대신들이었다. 구준이 먼저 출세를 하여 고관의 위치에 있을 때 구준은 정위를 추천하여 함께 벼슬을 하였던 것이다.(요즘 문재인 정권이 자격이나 됨됨이 따위는 관계없이 저희 끼리끼리 추천하고 임용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듯….)
그런 인연으로 하여 정위는 구준을 지극히 공경하며 모셨다. 한 번은 모두들 관저에 모여 회식을 하고 있는데 국물을 떠먹던 구준이 국물을 자신의 수염에 흘렸다. 그때 반대편에 앉아 있던 정위가 그 모습을 보고 먹던 음식을 팽개치고 후닥닥 달려와 구준의 수염을 닦아 주었다. 구준은 빙긋이 웃으며“정사에 참여하는 국가대신이 어떻게 장관의 수염을 닦을 수 있소?”라고 말하자, 정위는 전혀 개의치 않고 비굴한 웃음을 짓더라고 했다. 이때부터‘수염을 쓸고 말 엉덩이를 두드린다.“는 즉,’알랑방귀 뀐다.‘는 뜻의 유수박마(溜須拍馬)라는 고사성어가 널리 유행했다는 얘기가 있다. 이와 같이 간신들은 상사와 동료는 물론 심지어 부하에 대하여서도 소름끼칠 정도의 아부로 일관하여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산다.
다 아시는 얘기지만, 진의 시황제가 죽자, 환관 조고(趙高)는 거짓 조서를 꾸며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어린 호해(胡亥)로 2세 황제를 삼았다. 조고는 이 호해를 이용하여 경쟁 관계에 있던 승상 이사(李斯)를 비롯한 많은 신하들을 죽이고 승상의 자리에 올라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였다. 그러자 역심이 생긴 조고가 자기를 반대하는 중신들을 가려내기 위해 사슴을 2세 황제에게 바치며“이것은 말 입니다.”2세 황제가 웃으며‘승상이 잘못 본 것이오. 사슴을 일러 말이라 하오?’라고 호해가 말을 마치고 좌우의 신하들을 둘러보자, 잠자코 있는 사람보다“그렇다.”고 긍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아니다.”고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고는 부정하는 사람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죄를 씌워 죽였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를 만들어 낸 장면을 잠시 복기해 보았다.
생각해 보면 위의 두 고사 유수박마(溜須拍馬)나 지록위마(指鹿爲馬)나 간신 놈들이 벌이는 아부(阿附)와 아첨(阿諂)의 극치이고 전형이다.
어제 나는“진중권의 오만”이라는 썰을 풀었지만, 내가 그 썰을 풀게 된 동기가 진중권 강연의 한 장면에 있었다. 그는 조국의 이름을 거명하며 울컥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모르는 이들은 그간 친구를 비난(非難)하고 질타(叱咤)한 죄스러움 또는 속죄(?)의 눈물로 착각하고 박수를 치며 감동을 받는 저능아들도 있겠지만(특히 그런 장소를 마련한 안철수 패거리), 그러나 눈물의 진실을 알면 그가 얼마나 끔찍하도록 뼛속까지 새빨간 사회주의자이며 또한 그가 벌인 조국을 향한 맹비난은 사회주의 본질인 계급투쟁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평소 조국은 스스로‘강남좌파(사회주의)’라고 고백했었다. 이런 자신의 고백을 더욱 확고히 한 게 국회청문회장에서의 발언이었고, 진중권은 그 발언을 듣는 순간 눈물(울분)이 나왔으며 그 울분으로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헤프닝을 벌인 것이다. 이를테면 진중권 아류는 과일로 치면 수박(겉은 파랗지만 속은 새빨간)이며, 조국은 사과(겉은 빨갛지만 속은 흰)인 것이다. 그런데 감히 사과 따위가 신성한 수박이라며 위장하고 있으니 이는 사회주의에 대한 경멸(輕蔑)이자 모독(冒瀆)이나 다름 아닌 것이다. 달리 얘기하면 사회주의에 대한 아부(阿附)인 것이다.
가끔 게시판 이곳저곳에 아래의 사진이 나돌아 다닌다. “위대했으나 검소하셨고, 검소했으나 위대하셨던, 백성을 사랑하셨으며, 백성의 사랑을 받으신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집니다. 대한민국 국무총리 이낙연”이라는 내용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낙연을 향해“이런 빨갱이였어!?”라는 역정(逆情)의 탄성이 나올 수 있는 장면이다.
이 아침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사진과 함께 그 진실과 해명을 하는 좌익언론의 기사를 보게 됐다.“총선을 앞두고 과거 유포됐던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허위정보가 다시 유포되고 있다.”라고 전제(前提)한 기사는“여기서 말하는 ‘주석’은 북한 인사가 아닌 베트남의 호찌민 주석이다. 이낙연 총리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저는 2018년 9월 26일 베트남의 국부 고 호찌민 주석 거소를 둘러보고 방명록에 이 글을 남겼습니다. 그때 저는 쩐 다이 꽝 국가주석 장례식에 참석하러 베트남을 방문했습니다”라며 아주 상세히 해명을 해 준다.
그런데 둘러치나 메치나…. 좌익언론이 간과(看過)한 게 있다. 최소한 자유대한민국의‘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국무총리라면 그 따위로 표현하면 안 된다. ‘호찌민은 지독한 빨갱이였고 결국 미국이라는 유일거대국가와 전쟁을 벌여 승리하여 베트남통일을 이룬 빨갱이다. 그 무엇보다 김일성과는 가족보다 더 존귀한 동지이자 둘도 없는 막역지우(莫逆之友)였던 것이다. 김일성 살아생전 호찌민식 적화통일을 꿈꾸다 죽은 것이다.
“위대했으나 검소하셨고, 검소했으나 위대하셨던, 백성을 사랑하셨으며, 백성의 사랑을 받으신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집니다.”
솔직히 이걸 단순히(?) 호찌민을 향한 표현이었을까? 이낙연의 목적은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장례식에 간 것이지 죽은 호찌민을 배알(拜謁)하러 간 것은 아니다. 이는 마치 한 때 남북교류를 위해 북한을 드나들던 주사파들이 그 업무나 목적 외에 주석궁의 포르말린에 담겨 있는 김일성 사체에 경배하는 것과 뭐가 다르지?
즉, 이낙연은 북한을 직접 방문하여 김일성의 사체에 대구리를 숙일 수 없자‘쩐 다이 꽝’의 장례식 때 죽은 호찌민을 알현(謁見)하고자 함이 아니라 김일성에게 머리를 숙인 것이다. 방명록에‘호찌민’이라는 이름 석 자 쓰 넣는 게 그리 힘들었을까?
좋다!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호찌민 같은 위대(?)한 빨갱이를 극찬한 것은 결국 사회주의에 대한 지독한 아첨(阿諂)인 것이다.
진중권이나 이낙연이나 말이 좋아 사회주의(社會主義)지 빨갱이의 고급스런 표현 아니던가? 따라서 두 인간은 빨갱이에게 한없는 아부(阿附)요 지극한 아첨(阿諂)을 한 것이다. 그래서“이낙연은 안돼!”라고 외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