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의 완패(完敗)에 대해 분석해 보자. 다만 패인 분석에 앞서 삼국지 고사(古事) 한 토막을 먼저 상기해 보자.

 

제갈공명이 여섯 번째로 기산(祁山)으로 나아가 사마의와 대치하고 있을 때 일이다. 의심 많고 조심스러운 사마의 때문에 전쟁은 소강상태였다. 그럴수록 제갈량은 많은 준비를 하고 사마의 3부자(장남 사마사와 차남 사마소도 함께 참전을 했음)를 잡을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전장(戰場)사정은 제갈공명에게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 촉(蜀)군사는 원정군이었고 군량보급이 원활치 않았다. 더구나 촉 군의 그런 사정을 간파한 사마의는 후방 보급로를 차단하거나 교란하면서 싸우지 않고 최대한 장기전을 펼치며 촉 군의 군량이 떨어지기를 기다려 결정적 한 방을 먹이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제갈량이 또 누군가? 사마의의 그런 전략을 역이용하여 낙양으로부터 공급되는 위(魏)나라의 군수물자를 목우유마(木牛流馬)라는 기계를 발명하여 탈취한 후 주력군이 주둔한 곳과 멀리 떨어져 있는 군량기지인 상방곡(上方谷)에 비축해 둔 후 사마의를 그곳으로 유인한다.

 

어쨌든 무기력하게 군량을 빼앗긴 사마의는 이 또한 제갈량의 계략이 아닌가? 의심하지만 촉나라의 주력(主力)군이 멀리 떨어져있고 상방곡엔 병사가 얼마 되지 않는 것을 정탐한 후 빼앗긴 군량탈환을 위하여 상방곡으로 쳐들어간다. 하지만 제갈량은 이미 그곳에 군수물자 대신 유황과 염초 등 폭발물을 잔뜩 매설해 두었다.

 

사마의 3父子를 비롯한 위나라의 대군이 골짜기에 들어서는 순간 촉나라 군사들의 화공(火攻)이 전개되는 순간 그야말로 상방곡은 아비규환(阿鼻叫喚) 불지옥으로 변하며 3부자와 위나라 군사들은 독안의 쥐가 되어 거의 몰살을 당하자, 기가 막힌 3부자는 함께 끌어안고 구슬피 울부짖고 있을 즈음, 홀연 일진광풍이 크게 일어나며 검은 구름과 함께 천둥소리가 강산을 진동하며 소나기가 동이로 물 붓듯 하며 쏟아지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지뢰와 화염은 꺼지고 사마의3부자는 살아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제갈량의 수하 장수가 위 군의 뒤를 좇아 시살하려 하자, 제갈량이 급히 가로막으며“모사재인성사재천불가강야(謀事在人成事在天 不可强也)라며 크게 장탄식한다. 즉,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일의 성사는 하늘의 뜻이니 억지로 할 수 없다며 말린 것이다. 그해가 서기234년 단기2567년(중국 촉 후주 건흥12년, 고구려 동천왕8년, 신라 조분왕5년, 백제 고이왕 원년)이다.

 

하늘을 두고 맹세(참…나도….머 이런 거까지…)하지만, 거짓말 1도 보태지 않고 4월15일 자정을 기해 거실의 TV코드를 확 뽑아 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눈 뜨자마자 이곳에 절필(絶筆)이라는 썰을 풀고 컴의 코드마저 또한 뽑아버린 후 속세(?)를 멀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1달 동안 가끔씩 세상과 소통한 것은 마누라를 통해서였다. 서울이나 산골 집이나 나는 거실과 안방(나는 뉴스. 스포츠. 다큐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내와 채널 권을 가지고 다투기 싫은 관계로…)에 TV를 따로 설치해 두었고 마누라는 조선일보를 구독하며 이런저런 소식을 전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정치 얘기라도 하면 괜히 애꿎은 마누라에게 불호령을 내리며 함구(緘口)하기를 요구했었는데 정말 우연히 며칠 전‘정의연 사태’에 대한 기사 한 토막을 전언해 주기에 컴의 코드를 딱 한 달 만에 꼽고 조선닷컴을 미친 듯 섭렵했고 연이어 오래 전 풀었던 썰을 복사하여‘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이곳에 붙여넣기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수많은 기사 가운데 단 한 꼭지도 현 정권 패거리들이 반성하거나 하다못해 염려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정의연’의 비리를 파헤치고 비판하는 조선일보나 국민을 친일세력 또는 토착왜구로 몰아가는 참담한 모습에 피땀과도 바꿀 수 없는 1달의 면벽수양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1달의 절필, 겨우 1달인데…. 다시 코드를 꼽고 자판을 마주했지만 정신이 몽롱하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까? 사실 이런 식의 절필은 여러 차례 했었다. 나의 절필 선언(?)을 어디선가 훔쳐 본 후배 하나가 일부러 전화를 해서“형님은 이런 절필 수십 번도 더 했잖소”라며 은근짜로 시간이 갈수록‘일구이언 이부지자가 될 수 있으니 그만 나오슈’라며 놀리기까지 한다.

 

그래! 돌아가신 아버지나 어머니께 죄스럽지만‘이부지자’소리를 듣더라도 애국(愛國)하는 심정으로 썰 풀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다만, 코드 뽑고 인터넷 세상을 등진다는 나의 외침에 감격한 마누라가 한우 꽃 등심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잔치(회식)을 거금을 들여 열어 준 것에 대해 많이 미안하고 눈치가 보여 당분간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활동을 개시 하고자 한다.

 

어쨌든 이번 총선 패인(敗因) 분석을 한다며 엉뚱한 얘기가 길었다. 따라서 패인 분석은 다음으로 미루어야겠다. 중언부언(重言復言) 괴발개발 오병규의 썰이 다시 시작됨을 알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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