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를 회상한다.

굳이 이미 지난 일들을 쓸데없이 회상하고 분석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하겠지만, 이 땅의 정치가 이번 총선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역사의 수레바퀴는 쉼 없이 돌아가는 것이라 어제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새로운 역사를 쓰는 모멘텀이 되었으면 한다.

 

 

4.15 자정쯤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총선개표가 진행 되면서부터 여당의 압승예고가 있었지만 믿을 수도 믿기지도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압승은 아니더라도 야당의 승리가 있을 것이라는,,,, 그런데 자정이 가까워 올수록 그런 기대감이나 희망이 냉탕에 뛰어들었을 때 남자의 가장 중요한 거시기 쪼그라들 듯 여지없이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딱 한군데 희망은 있었다. 바로 종로다. 다른 곳 다 져도 종로 한곳이라도 승리한다면 그만큼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표과정의 자막을 바라보니 이낙연이 5천여 표 차이로 이기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까지도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 남은 개표소는 내가 사는 평창동과 구기동. 두 곳은 누가 뭐래도 대를 이은 모든 선거에서 ()야당의 절대지지 밭이다. 또한 남은 미개표 투표용지도 5천여.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회심의 미소였다. 그런데 결과는 이낙연이 1만여 표로 낙승을 한 것이다. 마치 시저가 브루터스의 칼에 죽으며 외친평창동 구기동 너희 도냐?’미리 밝혔지만 내가 tv와 컴의 코드를 뽑아 버린 것도 황교안의 패배를 알고였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마누라 단골 미장원장의 찜찜한 예언

평창도 P미용실은 마누라 단골미용실이다. 그 원장이라는 여자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을 소개한 부동산업자의 마누라이기도 하여 아주 오래 전엔 나도 가끔씩 이발()을 하러 가기도 했던 곳이다.

 

보통의 미용원이 다 그러하지만 그녀는 입담도 좋고 세상모르는 게 없는 여자 같았다. 415투표 며칠 전 마누라는 그곳으로 머리손질을 하러 갔단다. 역시 얘기는 얼마 남지 않은 투표이야기. 그런데 그곳에 이낙연 부부와 황교안 부부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다녀갔다는 것이다. 원장의 표현이 그랬단다.

 

자신은 때려죽여도 황교안을 찍겠지만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이낙연의 마누라는 두 번을 봤어도 꾸미지 않은 수더분한 차림이었지만 황교안의 마누라는 성장(盛裝)을 하고 나타났더라는 것이다. 더불어 이낙연은 서민 코스프레를 한 반면 황교안은 왠지 경직되고 관료냄새가 팍팍 나더라는 것이었다. 이런 얘기를 마누라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별 놈의 여편네 다 있네라며 치부했지만 416 새벽의 결과는마누라 단골 미장원장의 찜찜한 예언이 되고 만 것이다.

보수유권자를 피로감에 젖게 한 시위(示威)

위에도 밝혔지만 평창동 구기동 주민은 누가 뭐래도 대를 이은 모든 선거에서 ()야당의 절대지지 밭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평창동과 구기동 주민들 대다수는 하루에 최소한 한두 번(출퇴근을 비롯한…)광화문을 경유하여 청와대 뒷길과 효자동 길을 통과해야 한다. 지난 겨우내 그곳을 점령한 단체가 어디였는지 새삼 밝힐 필요가 없다.

 

지난날 전교조니 이런저런 노조니 하는 부류들을 경멸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그 무리들 역시 민생(民生)은 염두에 두지 않고 저희들의 요구조건만 내세우며 시위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청이나 광화문은 교통체증의 산실이다. 그런 교통지옥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겪어야 하는 그런 곳에 살든가 경유하며 살아야 하는 국민(유권자)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았던가?

 

그들이 점령한 동안 인근 주민이나 그곳을 통과하는 유권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지만 그들은 도외시 했고 황교안과 야당은 그들을 만류하기는커녕 그들과 합류하여 연대까지 했던 것이다. 이 단락에서 첨언한다면 소위 진보라는 아이들은 어떤 시위를 하더라도 보다 간결하지만 임팩트(impact) 넘치는 시위로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보다 명확한 비교를 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기초하여 박근혜 팔이를 하며 서울역을 중심으로 시청까지 3년 동안 장악하고 시위를 벌인 세력 중에 한 놈이라도 이번 총선에 당선 된 놈이 있었던가?(난 아직 여야 당선이나 구성도 모르기에 물어 보는 것이다)그러한 결과가 보수유권자를 피로감에 젖게 한 시위(示威)인 것이다.

 

오늘날 이 땅의 민심이라는 게 과거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중권이 야당토론회에 나와 돌 직구를 날린 부분에 이런 말도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한번 미래통합당을 찍을까 했는데 안찍었다…. 만약 이번 총선에 황교안이 당선 되었더라면 광화문 청와대를 경유하는 부암동 평창동 구기동 주민들의 불만과 불편을 모르고 향후 그곳에서의 시위는 여전할 것이다. 이번 총선 종로 민심의 향배(向背)역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야 솔직히 하는 얘기지만, 나 같은 놈도 그곳을 경유할 때마다 그들이 잠정적 우군임에도 짜증이 났고 분노 했던 것이다. x! 빨갱이가 버린 쾌쾌 묵은 수법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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