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owner) 부재(不在)”

 

국민재난금을 주자 말자 할 때부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받아도 이쑤시개가 될 것이고 못 받아도 개인적으로는 첨부터 제도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받아도 마누라 수중으로 다 들어 갈 것이라, 이럴 경우 나도 국민의 한 사람이지만 마누라에 묻혀(금전에 관한)살아가는 권리 없는 인간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체 지급으로 확정이 되자 나와 마누라는 그 걸 꼭 수령해야하나? “현장에서 좋은데 쓸 일이 있으면 기부를 하면 어떨까?”로 의논까지 했었는데(정말 하늘을 두고 맹세할 수 있다)그 다음 날 문재인 부부가 기부를 했다는 뉴스를 보며, 왠지 모르지만 순식간 그런 마음이 싹 달아나며 마누라에게 전화를 일부러 하여 반드시 수령하라며 가부장적 지아비로서 엄명(嚴命)에 가까운 명령(?)을 내렸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어차피 전 국민에게 지급 되는 것이니 내게도 반띵 해 줘야 한다.‘고….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후로 그것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수령은 했는지? 어떤 브랜드 소주 이름’처음처럼‘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텃밭 가꾸는 것 때문에 평일엔 이곳(제천)에 머물지만, 주말이면 격주에 한 번씩 내려오는 마누라 대신 내가 상경을 하여 오히려 서울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 지난 토요일 집안에서 빈둥거리는 나를 보고 마누라는 함께 쇼핑을 가자는 것이었다. 쇼핑? 마누라 왈, 뭐 대단한 게 아니고 국민재난금으로 식료품을 사러 가자는 것이었다.

 

아! 그런 게 있었지….(반띵까지 하자 해 놓고 까맣게 잊어 먹었었다.)대충 꾸미고 슬리퍼 질질 끌며 졸래졸래 따라가는데, 집이 있는 언덕을 내려와 3~4백 미터 길 건너엔 대형마트는 아니지만 L슈퍼가 있다. 웬만한 식료품이나 생필품은 늘 그곳에서 배달을 시켰는데 마누라는 그곳을 통과하기에 의아해“여기서 안 사?”. 말인 즉 이곳은’L’이라는 재벌계열이라 사용불가(카드)라는 것이다. 그곳으로부터 다시 200m 가량 떨어진 비록‘L’마크는 없지만 그곳과 비견할만한 마트가 또 있는데 그곳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물론 그곳은 사용 가능하다며….

 

이것저것 먹거리로만 마구 고르고 두 대분의 물량을 싣고 계산대 앞에 서며 마누라는“국민재난금으로 계산해 주세요!”라며 별도의 주문을 한다.(사용자 원래의 신용카드로 입금이 된다는 것을 그 시각에 알았다) 그런데 아내의 그 주문이 끝나자마자 마트 캐셔의 반응이었다. 여태 생글거리던 낯짝은 어디가고 갑자기 싸늘한 표정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불쾌. 불쾌….성질까지 나려 한다. 결국 그런 건 그냥 못 보는 내가‘아줌마!’하며 막 한 소리 하려는데 마누라가 옆구리를 살짝 꼬집는다.‘쓸데없는 소리 말라는…’, 어쨌든 꾹 참고 배달 요청과 함께 계산을 하고 나오며“아니!? 저 망할 것들.. 그냥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왜 지들이 인상을 쓰 가며 생색을 내고 GR들이냐?”, 언젠가 재난금이 발표되자 가격까지 마구 올렸다는 기사를 본 듯도 했는데….그리고 덧붙였다.“저런 것들을 종업원이라고 둔 사장 놈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럴 때‘L’마트의 고객을 유치할 만큼 친절을 베풀라며 교육했어야 하는 거 아냐? 이번 코로나 상황이 끝나도 다시 찾을 수 있는…”나의 울분이 잠시 마누라에게 떨어졌다.(우리 부부에게 배당된 금액이 60만원이란다. 그날 소비한 금액이 40여만 원 아직 약20만 원이 남았단다. 그래서 절대 그곳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해 두었다.)내 참! 더러워…이게 다 삽살개 탓에 일어난 일이다. 첨부터 그런 게 없었더라면 이 따위 수난(?)은 없었을 텐데…

 

후회는 늘 나중에 오는 법. 아무리 코딱지만 해도 명색 사업을 하다가 쫄랑 망하고 구치소에 앉아 있을 때였다. 내가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됐을까? (나도 참 웃기는 놈이었다)그런 걸 구치소 가기 전에 하고 그 방법을 찾았어야 하는데…. 아마도 구치소에선 너무 할 일이 없으니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기는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유레카!’내가 왜 그랬는지 그 자리에서 무릎을 탁 쳤다. 그래봐야 죽은 자식 거시기 만지기지만…. 어쨌든…..

 

사업이 어려워지니 공장에 붙어 있을 수가 없었다. 여유롭게 폼 잡으며 결재를 하고…개뿔. 은행으로 친. 인척에게로 지인 등등…(미리 밝히지만 분명한 것은 그 훗날, 나는 모든 부채를 청산하고 이곳 산골에 은거하고 있다)자금융통. 하나. 둘. 셋…오로지 자금융통이 내 업무였다.

 

아침 출근 하면 대충 결재 후 공장을 돌아 볼 시간이 없었다. 공장이 잘 돌아갈 땐 현장에서 직원들의 어깨도 도닥여 주고 농담도 한마디씩 봄가을 소풍도 가끔은 회식도 가라오케로 스탠드바도…그렇게 노사(勞使)간 우의(友誼)를 다지기도 했었는데 자금난이 닥치며 그 어느 것 하나 염두에 둘 수 없었다. 이 부분을 딱 한마디로 단언(斷言)지으면“오너(owner) 부재(不在)”

 

나는 저희들 먹여 살리려고 만사 재껴 놓고 자금 구하러 다니는데, 주인이 곁에 없다며 느슨해지고 임금이 좀 늦어진다며 사포타지를 하고 결국 체불 노임 때문에 노동청에 고발을 당하고…그런데 이런 과정은 모든 잘못이 오너인 나한테 있었기에 불만이나 불평은 없다.

 

문제는 나 없는 사이 생산과 영업부 간의 알력, 영업과 총무(회계)간의 알력, 생산과 회계 등등 유기적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도 어려운 판에 저희들끼리 다투고 개GR 뜬 것을 안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이라는 말이 있다. 이걸 다시 의역하면 결국 “오너(owner) 부재(不在)”인 것이다.

 

지금 나라 꼬라지가 그렇다. 명색 대통령이라는 자가 안 보인다.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에서 마누라 치마폭에 쌓여 놀아나는지 어떻게 낯짝이 안 보인다. 뿐인가? 문재인의 낯짝을 볼 수 없는 대신 내가 그러했듯 마치 부서간의 알력(軋轢)이 있었던 것처럼 나라 꼬락서니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오너(owner) 부재(不在)”

 

전 국민에게 지급된 재난금을 우습게 아는 종업원 그런 종업원을 둔, 얼마지 않아 망할 마트, 국민 앞에서 이전투구를 벌이는 문재인의 졸개들. 그런 양상을 보고도 개구(開口)한 번 않는 문재인.

 

후회는 늘 나중에 오는 법. “오너(owner) 부재(不在)”였다는 사실을 느끼고 감지하고 알 게 될 때…. 문재인은 서울구치소에 있지 않을까? 아니 반드시 그리 되어야 한다. 나라를 부도낸 죄를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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