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깔끔하고 조용한 참치횟집이 있다. 서울 집에만 가면 천생 샤타맨으로 변신해야 하는 나는 마누라의 퇴근시간에 맞추어 가끔 그 횟집에서 정갈한 회를 먹으며 데이트를 즐긴다. 일반 음식점과 달리 그런 곳에선 서빙을 하는 종업원에게 단 얼마라도 팁을 주고 기분이 좋은 날은 좀 더 맛 나는 부위라며 두세 점 서비스로 제공한 주방장에게도 팁을 주곤 하는데, 어느 날도 마찬가지로 계산을 끝내고 돌아서려다 보니 주방장에게 팁을 안 준 것이다.“주방장님! 이리 오시오!”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좋을 걸 지켜보고 있던 마누라가“아이참!(거의 짜증스런 목소리)무식하게 주방장이 뭐야!? 셰프님이지…” 순간 약간 당혹스런 나는“아! 그렇지 셰프님이지…”라며 정정을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염병할! 주방장이면 주방장이고 요리사면 요리사인 거지….언제부터 요리하는 주방장에게‘셰프’라는 호칭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불문가지(不問可知)이겠으나 만약 이 단어가 일본 말이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셰프라고 불리 울 정도 되면 하다못해 tv에 쪽을 팔았거나 촌구석의 매체에라도 얼굴을 비쳤으면 대중이 알아보니 고상(?)한 명칭을 붙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름도 없는 조그만 식당이나 일반음식점의 주방장까지 셰프라고 한다면 진짜 셰프들 존심 상할 거 아닐까? 내말이 우리가 익히 사용했던 주방장이라고 해야 사람차별 않는 인권국가 즉 삽살개식 인권국가가 되는 것이다.
나나 마누라는 연속극과는 상극이다. 나는 다큐(스포츠)를 찾아본다면 마누라는 얼마나 장수하려는지 꼭 건강프로만 찾아본다. 다행히 tv가 거실 외에도 있고, 채널 때문에 부부싸움 같은 건 없다. 요즘 내가 가장 즐겨보는 건‘나는 자연인이다’와‘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다. 특히 허영만 선생의 백반기행은 여느 먹방과 달리 그 양반의 차분하고도 정말 맛깔 나는 진행에 푹 빠지고 만다. 나는 다른 무엇 보다 허 선생의 먹는 모습에 반하고 만다. 솔직히 한식이 어쩌고 하지만 우리 음식이라는 게 서양요리처럼 얌전하게 먹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여느 먹방을 보면 맛을 소개하며 마치 걸신들리거나 환장한 것처럼 먹는 모습에 아무리 맛있어도 세계적인 음식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허 선생은 어떤 음식이 나와도 오물오물 정겹게 씹고 삼키며 맛을 소개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달아난 식욕이 돋아나며 입안으로 침이 고이며 심지어 이런 먹방은 이런 저런 병치레로 음식을 먹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권했으면…하는 생각까지 한다.
식욕(食慾)은 맛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진수성찬이고 산해진미라도 맛이 없으면 식욕이 일지 않을 것이다. ‘맛’이라는 단어의 뜻 즉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갈래다. 그러나 오늘은 음식에 관한 맛이니 그 의미는 먹고 있는 음식이 혀에 닿고 이빨로 씹어 목구멍(식도)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각을 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음식의 맛은 오미(五味: 달고, 쓰고, 맵고, 짜고, 시고)으로 표현한다. 오감 모두가 독특한 분위기나 감각을 느끼지만 그 중에 쓴맛은 입의 가장 안 쪽, 즉 목(식도)으로 넘겨야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쓴맛은 입안에 물고만 있으면 느끼지 못하는 맛인 것이다. 쓴맛을 한자로 고(苦)자로 표현한다. 그래서 쓴맛을 고통(苦痛)이라고까지 하는 것이다.
황교익 “朴 성추행증거 내놓으라 안하겠다, 안나올것 같아서”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2/2020072204331.html
나는 이 친구가 뭣 하는 자인지(듣보잡)잘 모른다. 언젠가 삽살개 정권이 들어서며 청와대 잔디밭에서 노닥거린 경력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 후로 무엇으로 먹고 맛을 느끼며 사는지 몰랐는데 직업이‘맛 칼럼니스트’란다. 이 또한‘듣보잡’이다. 맛은 소개하는 사람과 먹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것이지 그것을 어찌 칼럼으로 표현 한단 말인가. 맛이란 게 객관적이어야 하는 것이지 지가 먹고 지 까짓 게 느낀 맛을 글로 표현한다? 허영만 선생은 맛을 직접 느껴가며 오미(五味)를 설명한다. 그 양반 특히 설탕이나 단 것을 싫어한다. 이거 너무 단데…하면 먹어 보지 않았지만 그 기엔 설탕이나 당분(糖分)이 포함 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게 글로(칼럼)으로 표현 될 수 있을까?
‘맛 칼럼니스트’, 잘못 발음하면 60~70년대에 마구 쏘고 죽이고… 잔혹한‘마카로니 웨스턴’같아서 기분이 거시기 하다. 소위 셰프라는 명칭은 그래도 맛 나는 요리를 대중에게 직접 만들어 바치는 직업이라 인기나 존경을 받을 만 하지만, 이 자는 음식(요리)을 말(글)로만 하는 자 아닌가? 그것도 지 주관(主觀)의 맛을…..
이런 자에게 충고 하나 하고 싶다. 맛 그거 함부로 말하지 마라. 똑 같은 음식(요리)도 먹는 사람에 따라 다르니라. 너는 달다고 하나 남은 쓸 수도 있고, 너는 싱겁다 하지만 남은 짜고 매울 수도 있는 게 맛이다. 맛 함부로 얘기하지 마라. 그런데 정말 충고 하고 싶은 것은‘정치 맛’에 너무 심취(深醉)하지 마라! 정치 맛은 목구멍으로 넘기 전까진 고통(苦痛)이 없다. 맛도 모르고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 쓴 맛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