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災難)에서도 배울 건 있다.

 

 

그날(625)새벽 4시를 기해 놈들은 선전포고도 없이 기습을 해 왔다던가? 경황이 없어 시간을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그날(지난 일요일)이 그랬다. 아무튼 이른 새벽이었다. 도대체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밤새 빗줄기는 지붕을 때렸고 홈통을 통해 거센(?)빗물이 밤새 요란하게 흘러내리는 것을 비몽사몽(非夢似夢)간에 느꼈다. 무엇보다 하늘이 쪼개지듯 한 번개를 동반한 뇌우(雷雨)때문이라도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웃기잖아? 그 와중에도 홑이불 속에서 삽살개가 퍼떡 떠오르더라니까. 청와대는 지금 어떨까? 그리고 벼락. 그런데 순간적으로 내가 이러면 안 되지…그 벼락이 부메랑이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과 함께 피식 객쩍은 웃음을 이불 속에서 지으며 결국 이부자리를 정리하며 일어났다. 그리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 불어도 일어나는 대로 진한 홍삼차 한 잔과 함께 컴 앞에 앉아 썰을 풀고 있었다.

 

오늘에야 게시판에 올린 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놈들이 밀고 내려왔던 그 시각이 조금 못 되는 시간이지만, 썰을 다 풀고 입력을 마치자마자 뇌성벽력(雷聲霹靂)소리보다 더 큰 굉음(轟音)과 함께 무엇인가 밀려옴을 느낌이 든다.

 

일종의 동물적 감각 같은 거였다.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급히 비상용 랜턴을 들고 현관을 나서자, 그 장대 같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칠흑의 어둠 속에도 홍수가 쓸려오는 게 보였다. 아! 이런 게 수해(水害)니 재난(災難)이니 하는 거구나. 그리고는 본능적으로 그곳으로 달려갔지만, 쏟아지는 물줄기가 금방이라도 나를 삼킬 것 같아 급히 돌아 나와 급히 가방에 몇 가지의 옷을 챙기고 마을회관(약500~600m떨어진…)으로 달렸다. 생쥐가 되어 도착해 보니 그 시각에 이미 몇 분의 이웃이 불안한 얼굴로 앉아들 계신다.

 

사실 집 한 가운데로 폭1m정도 되는 건천(乾川)이 있다. 평소엔 메말라 있다가 강수량이 100m이상 되어야 흙탕물이 약간 보이고 비가 그치면 하루 이틀 실처럼 졸졸거리다 말라버리는 배수구 정도? 일반적으로 그곳에 물이 보여야만 비가 좀 왔음을 감지할 수 있는 그런 개천 아닌 개천. 그 개천이 마당을 통과하여 다시 문전옥답을 가로질러 집 앞의 큰 도랑으로 연결 되어 있다. 그 개천이 복개(覆蓋)되어 있었는데…. 워낙 갑자기 수백m의 홍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큰 바위(나중 안 일이다)하나가 굴러 내려와 1m 하수관을 막아버린 것이다.

 

미명을 지나 날이 밝은 시간, 빗줄기가 약간 가늘어 졌나 싶을 때 이웃의 만류를 뒤로 하고 다시 비 맞은 생쥐가 되어 집으로 올라가려니 도로 옆으로 흐르는 개천은 둘째 치고 토사와 함께 거센 물결이 도로를 따라 흘러온다. 물살이 어찌나 센지 한 발짝 옮길 때마다 쓸려내려 갈 것 같다. 이러다 쓸려 내려가는 건 아닐까 하며 겁이 났지만, 만류를 뿌리치고 나온 터라 되돌아가기는 좀 거시기 했다.

 

아무튼 갖은 고난(苦難)과 간난(艱難)을 뚫고 의지의 사나이답게 집으로 돌아오니 지금까지 도로에 넘치던 물이 내 집의 그 건천일 줄이야….집의 구조가 찻길에서 50m 이상 들어가 있는 구조다. 즉 내 집 경내에 내 소유의 도로가 따로 있는 셈이다. 건천은 아래 채(빈집)를 할퀴고 마당을 거쳐 경내의 도로를 따라 토사와 함께 줄기차게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다. 마당을 가로질러 간신히 본채에 올라가보니 토사와 온갖 잡동사니 쓰레기가 집을 둘러싸고 있으며 한 쪽으로는 계속 밀려오고 있었다. 아~! 이래서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모양이구나….

 

장마고 피해고 무엇보다 그날은 정말 급한 일로 서울 집엘 가야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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