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오래 된 이야기다. 이곳(세상만사)게시판에 어떤 분(박천복 노선배님)께서는‘준비된 노년’ 이라는 에세이를 쓰시며 그 조건을 말씀하셨는데, 자랑이 아니라 대충 잡아도 그 정도의 준비는 된 것 같다. 이 자리에서 미리 밝히지만, 사실 그 동안 죽는 소리하며 엄살을 떨었지만,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꽤 많은 유산을 물려받았다. 기왕 얘기가 나온 거 아예 금액까지 밝히자. 상속세 제하고 \24억5천9백8십만8천원을 상속 받았다. 그 동안 아내를 비롯하여 아들딸과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들에게 미리 상속도 해 주는 등, 대충\21억 원을 조금 넘게 소비했으나 아직 내 수중엔 3억 6천만 원 가량 남아 있다.
그런 관계로 사실 나는 지금 많이 행복하다. 크게 남은 돈은 없지만 그래도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삼남매 시집장가 다 갔지…또 큰 문제없이 저희들 앞가림은 할 수 있을 만큼 잘 살고 있지, 귀여운 손녀가 넷씩이나 되지, 비록 독수리 타법이지만 인터넷을 통하여 블로깅을 하며 이웃의 벗님들과 소통을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지,,,,과장이 아니라 정말 행복하고, 나름 평가하기를 이 정도면 성공한 삶이라고 자평을 한다. 아! 하나 빼 먹은 게 있다. 김장을 하는 동안 아내에게 그랬다.‘깍두기는 내 레시피(?)대로 버무리자’고. 버무린 깍두기는 과연 환상이었다. 농담 아니고 아내도 황홀한 맛이라고 그랬다. 올 여름 작년에 담근 김치를 먹으며 황홀한 그 맛에 취해 행복해 했던 기억이 있다. 바로 그런 행복감이었다. 사실 행복이란 게 어렵거나 먼데 있는 게 아니다. 맛 나는 음식 하다못해 막 버무린 깍두기 맛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삼남매가 저희 식솔을 데리고 잘 살아가는 것, 오물조물 손녀들이 자라나는 모습, 맛 나는 깍두기에도 감격할 수 있는, 때론 사돈어른께 투정을 부리지만 블로그의 이웃 벗님들과 소통하는 행복.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진짜로 행복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행복한 삶을 78세 즉 앞으로 11년밖에 더 영위할 수 없다니 안타까운 것이다. 이날까지 살아오며 78이란 숫자만 철석같이 믿고 무리수도 두고 무모한 짓도 했었는데, 이제 나이 들어 인생의 맛도 알고, 좀 살만하다고, 행복하다고, 비겁하게 하늘에게 수명을 더 널려달라고 애원하자니 자존심은 상하고…..그렇다고 이순신장군님처럼 나에게는 아직 尙有十一年生命…이라기엔 솔직히 아쉽다. 100세 시대라고 하고, 당숙께서는 120세도 살겠다고 하시는데….78이 뭐냐 이거다. 얘기가 딴 데로 빗나갔다.
위의 상속받은 자랑을 보시고 많은 분이 좀 놀라셨을 것 같다.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상속세 제하고W24억5천9백8십만8천원을 상속받았다는 사실에, 삼성이나 현대 등 재벌급 독자(하긴 그런 양반들이 이곳에 올 리 없지만…)는 ‘차~아슥! 호부 그 정도로..? 하룻저녁 이쑤시개 값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고 자빠졌네…’하며 비웃을 것이고, 그래도 나만 못 한 분은‘아따~! 상속 겁나게 바닷꾸만이라이~!’하실 것이다.
지난 이른 봄 아내와 북미여행을 보름 정도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나와 아내를 극진히 보살펴 주신 조블의‘선배형님’과 또 다른 미모의 여성 한 분이 계셨는데, 알고 보니 이 분이 나와는 종씨다. 그 전 가까워진 계기가 이 분의 전직이‘미코 출신’의 스튜어디스였다. 우리 며늘 아이가 역시 현직 스튜어디스이라 가깝게(비록 떨어져있지만…)대화를 주고받다가 뉴욕 현지에 도착하자 우리부부를 환대해 주셨던 것이다. 족보를 따져본 즉, 젊은 할머니뻘이다. 근20세 아래인 젊은 여성에게‘할매’는 좀 그렇고 하여‘아지매’로 통한다. 뉴욕에서 그렇게 환대를 받고 와서도 쭉 좋은 꽌시(關係)를 유지해 오고 있다. 며칠 전 그 아지매의 블로그에 멋진 글이 올라왔다.
제목:The magic bank account.
게임에서 우승상품으로 여러분들의 계좌에 매일$86,400자동입금 된다고 상상해 보라는 것과 규칙이 하나 있는데 그날 사용 않는 금액은 빼앗아가며, 다른 계좌로 이체도 안 되고 무조건 다 써야 한다는 것이다. 또 눈을 뜨자마자 입금은 되지만 아무 때나‘끝’하고 계좌를 닫을 수도 있고 새 계좌는 열 수도 없다. 한 푼도 없이 다 쓰고 나면 다음 날 똑 같은 금액이 채워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반전이 일어난다. $86,400은 동서양, 아프리카의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매일 주어지는 하루24시간이 86,400초라는 것이다. 말인즉 허투루 쓰지 말라는 것이다. 하루86,400초의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 그럼,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상속한W24억5천9백8십만8천원의 명세를 밝혀야겠다. 우리 아지매는 미국에 사시니$로 계산했지만, 나는W으로 계산해야겠다. W86,400x365x78(우리 할아버지께서예언해 주신나이)=정확하게W24억5천9백8십만8천원-2,112,912,000(86400x365x67,67은 여태 소비한 기간)=약3억6천만 원이다.
따라서 상속받은 금액은 나와 같지 않겠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매일W86,400원을 살아있는 동안 상속은 받았을 것이다. 과연 당신은 상속을 얼마나 받았고 소비를 하셨습니까?
BY ss8000 ON 11. 18, 2014(당신의 상속재산은???에서……)
오늘이 지루한 추석연휴의 마지막 날입니다. 여기서 지루함이란 마땅히 갈 곳도 또 즐길 것도 없이 마누라와 둘이서만 붙어 있으니 더욱 지루했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여러 선생님들께서 더 잘….한마디로 하릴 없이 조상님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을 낭비하고 말았습니다.
며칠 전 저는 이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며 젊은 시절 보았던(소설. 영화)‘빠삐용’에 대해 잠시 언급 했었습니다. 그 일부를 다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빠삐용이 감옥에서 독방 생활하던 어느 날 꿈을 꾼다. 빨간 망토를 입은 판관 앞에서 자신은 사람을 죽인 일도 없고 떳떳하게 살아왔노라고 거세게 항변을 한다.(실제 그는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판관은“빠삐용! 너는 법을 어기지는 않았지만 인생을 낭비한 죄,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를 지었다.”라고 지적한다.>>>>조상님이 물려주신 상속재산(인생) 함부로 낭비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