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뭐…. 일요일 아침이면 어쩔(?)수 없이 보는 프로가 하나 있다. 바로‘동물농장’이라는 프로다. 친손녀‘예솔’이는 이제 초등3년이다. 그런데 며느리는 예솔이에게 TV를 못 보게 한다. 그러나 단 하나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프로가 바로 동물농장이다.
사실 그것도 제 어미가 첨부터 허락해서 보게 된 게 아니었다. 예솔이 1학년 때든가? 그날은 내가 우연히(즐기는 프로가 아니었다. 채널을 돌리다가 잠시 멈춘 게 시청을 하게 된…)그 프로를 보고 있는데, 마침 예솔이가 이 할아비에게 전화로 아침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날의 방영 내용 중 주인과 반려견이 눈물 나도록 감동을 주는 장면이 있기에 전화 끊고(사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빨리 보라며 권했던 것이고, 늦게 TV를 켜고 그 방송을 본 예솔이도 감동을 받고 제 어미를 졸라 그 후부터 그 프로의 애시청자가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일요일 아침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예솔아! 동물농장 한다.”아니면“할아버지! 동물농장 해요!”라고 전화를 주고받는다.
동물농장에는 여러 종류의 동물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반려견이나 반려 고양이 또는 유기(遺棄)견 또는 유기된 고양이 얘기가 주를 이룬다. 그런 가운데 어떤 것은 감동과 감명을 주기도 또 심금(心琴)을 울리기도 한다.
어제가 그런 날이다. 이번 추석엔 아이들 내려오지 못하게 내가 서울로 와서 추석연휴를 보내고 있다. 예솔이와 통화를 끝내고 늘 하던 대로 시청을 하는데 마지막 부분에 개 얘기가 나온 것이다.
비단 어제 프로만은 아니다. 가끔 등장하는 글자 그대로 안하무인(眼下無人)의 정말 지독하게 주인을 몰라보는 개새끼들이었다. 개새끼가 주인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도대체 주인 말을 듣지 않고 심지어 주인을 물어뜯고 상처투성이로 만드는 개새끼들이 있다. 난 가끔 그런 프로를 볼 때마다 개새끼 보다는 주인을 욕한다. “저런! 병신 같은 것들…고마! 물려 DG거나 광견병이나 콱 걸려라”라고 저주하기도 한다.
나도 개를 기르지만, 난 개는 개답게 길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이다. 아무리 반려견이라도 개를 개답게 기르지 않고 개 이상으로 인간취급을 하는 견주들은 거의가 오히려 개에게 지배당하며 개새끼의 횡포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즉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개를 개답게 기른 우리 집 개는 나만 보면 꼬리가 떨어지거나 빠져 나갈 만큼 흔들며 복종을 한다. 그 게 개다운 개 인 것이다.
주인이라는 것들이 밥 주고 고운 옷까지 입혀가며 아무리 보살펴도 주인 위에 군림하는 개새끼를 주려 끼고 살아가며 물어뜯기고 상처를 받아가며 살아가는 꼬락서니들이 개 보다 못한 인간 아닐까?(흥분해서 애기가 좀 길었다)
어쨌든 어제의 그 개새끼들도 주인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팔다리가 온통 개 이빨 자국이다. 그럼에도 눈물까지 흘려가며 함께 살고 싶다며 애틋한 정을 보내는 그 모습에 욕지기가 나왔지만… 에휴~! 뭐….
그럴 때마다 천사랄까? 아니면 수호신이랄까? 나타나는 양반들이 있다. 동물훈련사 이찬종씨와 개통령이라고 하는 강형욱씨다. 물론 그 외 이러한 특수직을 가진 몇몇 분들이 계시지만, 아무튼 이 두 분의 활약이 가장 크다. 정말 놀라운 것은, 어떤 파렴치한 개새끼도 또 어떠한 흉악한 개새끼도 두 양반 앞에는 절대 공손(恭遜)해 짐은 물론 참 개다운 개로 거듭나는 것이다.
어제도 마찬가지다. 이찬종씨가 등장함과 동시에 그렇게 주인을 물어뜯던 개새끼가 몇 차례의 교정 명령에 우리 집 콩이(진돗개)만큼 제 주인의 말을 잘 듣는 반려견으로 거듭나는 장면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이찬종씨의 마지막 멘트가 귀를 때렸다. “(내 생각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개는 개답게 길러야 합니다. 개가 주인 위에 군림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주인을 개 무시하는…)나옵니다.”
우리 국민도 삽살개를 남은 임기까지 개답게 길러보면 어떨까? 지금 삽살개는 국민을 우습게 알고 국민 위에 군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개 따위가…그래서 해 보는 소리다. 다음 주 동물농장에는 청와대의 삽살개에게 이찬종씨나 강형욱씨를 급파(急派)해“삽살개 버르장머리 고치기”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 이거 진심으로 해 보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