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하는 트롯잔치
- 가끔 써먹는 얘기지만, 내가 중국이라는 나라 때문에 노후를 평안히 보내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경멸(輕蔑)하는 것은, 그들의 후안무치(요즘 식으로 고쳐 쓰면 중안무치(中顔無恥)가 되겠지만….)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중안무치는 소위‘지적소유권’에서 도드라진다. 세계 유수의 과학이나 첨단기술 심지어 간단한 생필품까지도 타국의 아이디어 또는 생산기술을 훔치거나 모방하고도 시치미를 떼고 자신들의 것인 양 거리낌이 전혀 없는 것이다. 오늘날 미. 중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 산업스파이를 이용한 첨단기술 베끼기에 있다는 것은 지구촌의 삼척동자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 그런데 솔직히 남의 것 베끼고 훔치고 지적소유권을 폄훼한 걸 나무란다면 지난날의 대한민국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60~70년대 공영방송이라는 TV방송국이 개국하고 다시 전두환 시절 흑백에서 컬러TV로 전환될 당시 그것들을 소화할 기술력이 변변치 않아 거의 일본TV방속프로그램을 모방하거나 도용했었다. 심하게는 방송국PD나 관계자들이 일본방송을 베끼기 위해 부산에 상주하는 헤프닝까지 벌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거 한마디로 두뇌 부족에 의한 아이디어 결핍증에서 오는 병리현상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그러했듯 요즘은 중국이 우리 것을 무단으로 베껴가는 파렴치함을 보이는 것이다.
- 한류(韓流), 한류 떠들어 대지만, 난 가끔 일본을 저주하고 미워하는 부류들에게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과연 일본이 옆에 없었더라면 신문물이나 문화를 어디로부터 배우고 익혔을까? 물론 시간이 지나면 언제 배워도 배우고 익히기도 하겠지만, 그나마 라도 일본이 강점기를 거치며 이 땅에 남기고 간 것들을 계승발전 시키지 않았던가? 돌이켜보면 참 한류의 기초는 80년대 말 김영삼이 그동안 금지 내지 금기시 되었던 일본문화 수입개방을 허용하면서 오늘날 한류의 기초도 되고 탄력도 받게 된 것이다. 일본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판소리나 육자배기를 국민음악으로 부를 것이고 아니면 팝송이니 샹송이니 칸초네를 부르고 들으며 문화국인양 할 것이다.
- 요즘 이 땅에‘트롯(trot)’이라는 태풍이 불고 있다. 어쩌면 태풍을 넘어 광풍(狂風)에 가까운 바람이 더 세게 몰아치고 있다. 트롯(trot), 대중음악의 한 장르이지만, 솔직히 엔카라는 일본 가요와 뽕짝이라며 천대 받던 이 땅에 토착화된 음악이 아닌가? 이 음악의 근원은 서양음악의 폭스트롯에서 기인했지만 그들은 춤곡으로 연주가 될 뿐 노래로 부르지는 않는 것을 일본이 저들 고유의 엥카(戀歌)와 접목시킨 것을 우리가 다시 모방하고 발전시킨 것이 오늘의 트롯인 것이다. 역시 일본강점기에 토착화된 일본대중문화의 영향이 그 근간이다.
- 2~3년 전이든가? TV조선에서 연출. 기획한‘미스트롯’이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치며 경이적인 시청률을 올리자 다시‘미스터트롯’이라는 이름의 프로를 기획한 결과 이 전 미스트롯 보다 더 반응이 좋아지자, 모든 종편 심지어 지상파방송국까지 거의 같거나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률 높이기에 편승(便乘)하고 있는 것이다. 모방(模倣)심리 베껴먹기의 달인(達人) 본성이 되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작게는 모방이고 베껴먹기지만 크게는 지적소유권의 도용(盜用)인 것이고 죄악(罪惡)인 것이다.
- 난 사실 근간 아니 TV조선에서 연출. 기획한‘미스트롯’이 방영된 후부터‘트롯’이라는 이름의 프로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지겹기 때문이다. 어떤 방송국을 돌려보아도 똑 같거나 유사한 트롯프로가 방영되기 때문이다. 잠시 스치는 태풍이 아니라 몽땅 쓸어가는 광풍에 기가 질린 것이다. 그래서 트롯이라면 너무 지겨워 아예 보지를 않지만 나훈아 특집방송만은 마누라와 본방사수를 결정하고 보게 되었지만 그 이후로 역시 트롯프로만 보이면 가차 없이 채널을 돌리고 있다.
- 과유불급(過猶不及), TV조선에서 연출. 기획한‘미스트롯’과‘미스터트롯’이 공전의 히트를 치고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이 땅의 모든 방송국들이 그 대열에 끼지 않으면 당장 방송국이 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게 과연 옳고 바람직 한 것인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것 아닌가. 그래서 점점 진부(眞否)해지고 식상(食傷)한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특히 TV조선은 그런 프로를 기획한 공로는 크지만 타 방송국에 비해 지나치게 편중(偏重) 돼있음이 한 사람의 애시청자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데레사
2020년 10월 6일 at 4:44 오후
요즘은 트롯 빼고는 볼게 없을 정도로
돌리는 채널마다 트롯, 그 얼굴에 그 얼굴이
심사위원이라 정말 식상해요.
조선에서 할때는 신선해서 좋았는데 이제는
어쩌자고 중견가수 까지 나와서 경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나훈아쇼는 통쾌했습니다.
ss8000
2020년 10월 8일 at 6:14 오전
제가 오죽하면 이런 썰을 풀었겠습니까.
방송국마다 트롯 경연 프로가 없으면
망하기라도 하는 거 처럼…
에혀~!
아! 당연합니다.
나훈아 특집은 한 번 더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