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수신료

 

얘기 하나, 군신유희(君臣遊戲)

한글로만 표기하면 군신유의와 글자가 비슷한 군신유희(君臣遊戲)라는 말이 있다. 군신유희라는 것은 한마디로 임금과 신하가 상하관계나 체면과 체통을 무시하고 탱자탱자 또는 니나노 부르며 서로 희롱하는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얼핏 민주적이고 도량 넓은듯하지만 군신(君臣)관계가 무너진 상태로 심하면 ‘계급장 떼고 맞장 한번 붙어보자’는 막말이 나오는 단계다.(옛날 옛적 부엉이바위의 전설이 된 분이 그랬다)문제는 우리 사회가 군신의 계율을 깨고 수평관계의 한 단면을 향수처럼 그리워하는 최면에 빠져있는 것이다.

 

춘추시대 宋나라에 남궁장만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항우가 역발산의 기개세라면 남궁장만은 원조 역발산기개세 하는 장수였다. 송나라 임금인 송민공(宋民公)과 남궁장만(南宮長萬)은 궁궐을 무시로 드나들며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고 어깨동무를 할 정도로 허물이 없는 사이였다. 제나라와 노나라가 전쟁이 났을 때 제나라의 원조 요청으로 송민공은 제일가는 장수인 남국장만을 파병했지만 운수가 사나웠던지 남궁장만은 노나라에 포로가 되고 말았다. 그 후 제나라와 노나라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남궁장만 역시 자신의 나라인 송나라로 송환이 된 것이다.

 

남궁장만이 송환 된 다음 송민공은 남궁장만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말끝마다‘포로 된 자가 부끄럽지도 않느냐?’는 식으로….사실 송민공의 이 놀림은 악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매번 듣는 남궁장만은 부끄럽고 쪽팔리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는데, 송민공은 이런 남궁장만의 모습이 더 재미있었던 것이다. 군(君)이 신(臣)을 가지고 체통도 없이 놀려 먹었으니 군신유의(君臣有義)가 아니라 군신유희(君臣遊戱)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송민공은 박포장기 급에 속할 만치 장기에 일가견이 있었다. 남궁장만 역시 장기라면 누구에게 지지 않을 실력의 소유자였지만 송민공의 그것에는 한 수 아래였다. 두 사람이 하루는 대궐에서 지는 사람이 벌주를 큰 말술로 한 잔씩 하는 조건을 달고 장기시합을 벌이기로 했다. 내리 세 판을 송민공이 이겼고 남궁장만은 약속에 따라 벌주를 세말이나 마신 터이다. 이미 취기도 오르고 몸도 가누기 힘들었지만 우리네 문某씨 같은 오기가 발동하여 한판만 더 두자고 송민공에게 졸랐다. 그러자 송민공은‘포로 되었던 자가 감히 또 덤비겠느뇨?’라며 놀려대기 시작한다. 술도 취하고 이성도 잃어버린 남국장만은 일순간 분기탱천하며 수십 근 나가는 장기판을 들어 송민공의 면상을 향해 집어던짐과 동시 송민공의 얼굴에 무쇠 같은 주먹을 두어 차례 날리자 송민공은 허연 뇌수를 쏟아내며 뻗고 말았던 것이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도대체 법이나 질서도 무너지고 대통령이라는 인물은 개 취급을 당해도 실실 쪼개기만 하고 국민들과는 엇박자를 내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군신유희(君臣遊戲)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조만간 송민공 꼴이 되지 않을까? 심히 저어된다.

 

얘기 둘, 부자유친(父子有親)

내 비록 이런 게시판에서 육두문자를 날리고 있지만, 대면을 하면 인간으로 갖추어야 할 예는 반드시 갖추는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는 다른 것은 몰라도 예(禮)에 관한 특히 타인을 대하는 예는 혹독할 만치 그 예를 다하기를 교육 정도가 아닌 강요(强要)를 하셨다. 그랬던 내가 세파(世波)에 흔들리고 찌들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어찌어찌 국사(國事)에 참견을 하다 보니 욕쟁이가 되 버렸지만, 소위 위정자 놈들이 오죽 나라를 망치고 있으면 나같이 선한 양이 이리나 늑대로 변하여 육두문자 날리기를 좋아할까.

 

일상 출근하지 않으니 출근시간대에 방영하는 KBS의‘인간시대’를 시청한다. 특히 농어촌이나 산골 얘기는 꼭 본다. 이번 주 역시 강원도 어느 산골의 단란한 가정을 소개하고 있다. 보아 하니 부부금슬이나 화합도 그만하면 정말 좋은 집안이고, 남매도 성장하여 아들은 대학을 다니며 곧 입대를 앞두고 딸은 전문직으로 있다가 아버지의 가업(산양삼업)을 이어받기 위해 아버지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고 있다. 더하여 경제적인 여유도 있어 보이고, 아무튼 전체적으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이 틀림없다.

 

그렇게 재미있게 보고 있지만,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 나누는 장면에는 그만 정나미가 뚝 떨어지고 만다. 아들은 대학생이고 군대를 갈만큼 성장했고, 딸은 대학을 필하고 전문직으로 있었으니 20대 후반의 미인이다. 그런데 부모와 대화할 때보면 거의 반말이다. 물론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부모자식 간에‘반말(우리 집에선 어림 반 푼어치도 없지만, 나는 그 정도는 양해할 수 있다)’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부모에게 어떤 행동(행위)을 권유할 때마저도 반말을 할 때는 기가 질리고 이마에 내 천(川)가 그려지게 만든다.

 

아들딸이 모두 제 부모 부르기를 개 부르듯‘이리와! 저리가!’는 예사고‘이거해! 저 거해!’심지어‘이거 먹어 저거 먹어’….어떻게 그 잘생기고 예쁜 아들딸의 입에서 그런 거친 말이 튀어 나오는지..?? 부모와 자식 간에 아무리 거리낌 없고 친해도, 그런 게 그 집안의 가풍(家風)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부자유친(父子有親)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남의 가정사이니 더 이상 거론할 필요나 이유는 없다. 사람 살아가는 게 다 다르니 말이다.

 

우상호 “KBS 수신료 저개발국 수준”, 한상혁 “전적으로 동감”

https://news.joins.com/article/23889606?cloc=joongang-home-newslistleft

 

우 의원은 “40년째 KBS 수신료가 동결됐다. “수신료 인상은 방송산업 전반의 재정 개선 효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2004년 제가 여당 간사일 때 추진했는데 그때 야당의 반대로 안 됐다. 야당 간사일 때도 추진했는데, 그때도 야당의 반대로 안 됐다”며 “여야가 바뀌면 야당의 반대로 계속 안 되는 것이다.

 

얘기 셋, KBS수신료

KBS는 공영방송이라고 표현 하지만, 그 범위를 넘어 국영방송이다.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국이다. KBS에서 매년 발표하는 시청률을 보면 국영방송으로서의 면모를 지키며 항상 다른 매체보다 1위를 유지한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그러나 국영방송인 만큼 불편부당(不偏不黨)한 방송을 해야 함에도 보수가 여당일 때도 종북좌파방송이 되고 종북좌파가 여당이면 그 편파성이 더욱 좌측으로 기울어진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 단적인 예가 우상호처럼 좌파가 집권할 때는 언제나 KBS 수신료 인상을 부르짖고, 보수는 그 반대로 KBS수신료인상은커녕 거부운동을 하며 극명한 대립을 보이는 것이다. 오죽 편파방송을 하면 그럴까? 오죽하면 아예 KBS를 폐기처분 하자는 얘기가 있을까.

 

어쨌든 사상. 이념 정치적인 것을 떠나 KBS에는 도덕이나 예를 중시하는 PD나 연출자 하나 없나? 도를 넘는 부자유친(父子有親)으로 부모자식 간에 나누는 대화가 그 예를 벗어나는 장면을 전국으로 송출하는, 다른 방송도 그래선 안 되겠지만 더구나 KBS가? 과연 국영방송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하고 있는지? 수신료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지? 부모자식 간에 최소한의 갖추어야할 예를 갖추지 못하면 때론 패륜(悖倫)가정이 될 수 있음을 왜 모를까? 경계 없는 부자유친은 자칫 부자유희(父子遊戲)가 될까 심히 저어 되 해 보는 소리다.

 

사족: 이번 주‘인간시대’는 오늘(매주 금요일) 끝난다. 위의 얘기는 이번 주 방영되는 가정사를 두고 하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그러한 얘가 너무 많고 그리고 하필이면 그런 예를 들고 싶을 때 우상호의 KBS수신료인상에 분노하며 위이 썰을 꾸며봤다. 혹시 예를 든 그 가정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