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부들의 배신과 오만과

 

 

“먼저 고인의 별세(別世)를 진심으로 슬퍼하며 아울러 가신님의 영전에 삼가 옷깃을 여미고 명복을 빕니다.” 오늘이 가신님의 발인이란다.

 

내가 처음 중국에 발을 들여 놓은 게 한중수교 다음해인 1993년이었다. 그 때와 오늘의 중국을 비교하면, 푸른 바다가 뽕나무밭으로 변해버린, 문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맹추위가 엄습한 2월 초의 어느 날, 칭따오 공항에 내려 주위를 살펴보니 허허벌판에 활주로를 만들고 공항청사는 마치 간이역을 방불(髣髴)캐 하는 그 황량함.

 

그때나 지금이나 쪽 수가 많으니 붉은 기와로 지붕을 한 동일한 모양의 집들이 게딱지처럼 붙어있고, 꼬질꼬질한 때 국이 절고 또 절어 윤이 나는 시퍼런 인민복을 입고 골목마다 삼삼오오 떼를 지어 앉아 장기를, 카드를 그리고 잡담을 나누는 군상들 하나하나가 피죽 한 그릇도 제대로 먹지 못한 형상으로 자그맣고 하얀(그들에 비해 훨씬)이방인(나)을 신기한 듯 쳐다보던 가련한(왠지 나는 그렇게 느꼈다)눈망울을 난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의 우리 노동자들의 평균 급료가 30만원 후반에서 40만원 초반, 그것도 모자란다고 연일 노동운동이라는 거창한 미명 아래 쟁의를 벌이던 그 시절 어쩌다 중국 현지에서 일꾼을 모집하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그래봐야 한 달 급료가 2만원 후반에서 3만원 초반. (그랬던 중국이다.)

 

썰을 계속 풀기 전, 그 이전으로 돌아가 보자. ‘한강의 기적’,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렸다’이 두 관용구는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것이다. 거시기가 찢어지도록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세계경제대국 반열에 오르며‘한강의 기적’에 이르렀지만, 마치 사상누각(沙上樓閣)처럼 기초가 부실한 상태에서 큰돈을 만지자 부자행세를 하며 지구촌민들을 눈 아래로 깔고 보는 오만함이 보이자 선진 제국(諸國)들이‘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렸다’는 경고 겸 오만함을 경계하는 묵시적 충고였던 것이다.

 

뭐 솔직히 돈을 좀 벌긴 벌었었다. 봉제. 가발. 섬유. 토목공사(노가다)등등…거의 100% 노동집약 산업으로 손발이 부르트고 등. 허리가 휘는 막노동과 그에 준하는 노동을 24시간도 모자라는 근면성으로 일을 한 결과다.

 

그런 싸구려(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도록 밑바탕이 된 산업을 폄훼하자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산업을 기초로 부(富)를 일구 긴 했지만 튼실하지 못한 기초가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분들이 오늘날 이 나라에서 박해(迫害)받는 재벌기업 두 선두주자 삼성과 현대다. 두 기업이 전자와 자동차라는 첨단산업으로 구조를 확 뜯어고치며 명실상부한 부국으로 거듭 난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 아침 가신님의 명복(冥福)을 빌어 보는 것이다. 각설하고….

 

내가 철이 들 청소년기 무렵쯤을 되돌아보면 우리의 모습이 내가 중국의 칭따오에 첫발을 들여 놨을 때와 흡사했거나 같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우선 당장 먹을거리가 없었다. 초근목피(草根木皮), 춘궁기(春窮期)라고 고급화(?) 된 단어지만 보릿고개라는 게 분명 있었고 아사자(餓死者)가 즐비 했다. 그런데 516혁명이 일어났고 그 혁명이 새마을운동과 함께 보릿고개를 갈아 뭉개고 평평한 신작로(新作路)만든 뒤 그것을 기반으로, 그나마 몸으로 때우는 싸구려 산업으로 배고픔을 잊게 하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 그것이 한강의 기적이었다.

 

그런데 우리 솔직해 보자. 그 정도라도 입고 먹고 살게 할 수 있도록 도와 준 이웃이 누군지 한 번쯤 상기해 보자. 바로 미국과 일본이라는 사실이다. 삼성이 현대가 산업전반을 바꾸고 나라를 경제대국으로 만든 것은 그 뒷날의 얘기다. 그런 것들이 가능 할 수 있었던 것은 미. 일이라는 자양분(滋養分)을 바탕으로, 오늘을 일군 것을 부인하면 그것은 은혜를 모르는 족속(族屬)인 것이다.

 

중국은 또한 어떠한가? 피죽 한 그릇도 제대로 못 먹던 군상들이 지구촌의 공장이 되어, 그 옛날 우리의 그것과 같은 방법으로 부를 일구고‘양자강 또는 황하의 기적’이라는 문구를 만들어 냈다. 그 원초적 원동력이 세계평화를 위해 핑퐁외교라는 이름 아래 죽(竹)의 장막을 걷게 한 미국 그리고 세계경제대국2위였던 일본이 있었기에 가능한 했던 것이다.

 

 

EU 27국, 나이지리아 후보 몰표…한국인 첫 WTO 총장 고비

https://news.joins.com/article/23904606?cloc=joongang-home-newslistleft

 

난 이 기사를 보며 문득 한국과 중국의 옛날을 상기해 보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이 왜 중국에게 저토록 핍박(逼迫)을 가할까? 이는 양자강의 기적 또는 황하의 기적을 일군 모태(母胎)나 자양분에 대한 기억을 못 하기 때문이다. 피죽 한 그릇 못 먹던 놈들이 이제 좀 먹고 살만 하다고 지구촌의 패권 국가를 꿈꾸는 것이다. ‘배신(背信)과 오만(傲慢)’이라는 두 단어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이런 것을 보면, 중국이나 한국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문구가 있다.“머리 검은 짐승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하기는 노랑머리가 까만 머리 속물(俗物)들의 속성(俗性)을 알 턱이 없었을 게다.

 

국민은 못 살겠다고 고통을 호소하고 죽어 나가는데 문재인과 그 패거리는 아직도 그 심각함을 모르고 있는지 알고도 모른 척 하는지…오늘 문재인은 국회를 찾아 ‘위기에 강한 나라’를 키워드로 내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한단다. 그 내용 중 이런 부분이 있는 모양이다.<<<<<방역 성공을 기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하는 나라로 꼽히고 있다. 문 대통령이 위기에 강한 나라임을 강조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1·2분기 하락에서 반등한 것이다.“>>>>> 이 얼마나 겸손(謙遜)을 모르는 오만스런 발언인가?

 

며칠 전 모든 매체는 WTO 총장 선출 투표에 일본의 방해가 있다고 떠들어 댔었다. 일본이 아무리 미워도 이런 표현이 가당할까? 평소에도 조그만 건이 있으면 일본을 WTO에 제소한다고 어름 장을 놓고 협박을 하고 있는데 눈엣가시인 한국이 총장이 된다면 일본의 입장은 어떨까? 자신의 지지율을 위해 뻑하면 반일선동 질을 하는,,역지사지라고 이웃나라를 일본이 반대 입장이면 어떨까?

 

그런데 정작 더 총장 선출을 방해하는 것은, 지구촌 인민들은 죽어 나가는데 제 혼자 방역도 성공하고 경제도 회복했다는 문재인과 그 패거리의 저 오만함이 가장 큰 장애가 될 것이다.‘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이 땅에만 통용되는 관용어가 아니고 지구촌의 공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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