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읽다보면‘여백사(呂伯奢)’라는 인물이 잠시 등장한다. 한말(漢末)성고(成皐:지금의 하남성 영양 범수진)사람으로 조조의 아비 조숭(曹嵩)과는 결의형제를 맺은 둘도 없는 막역지우(莫逆之友)였다. 그런데 어느 날 기별도 없이 조조가 자신의 집에 불쑥 찾아온 것이다.
친조카나 다름없는 조조가 왔으나, 마침 집에는 손님을 대접할 마땅한 술이 없었다. 여백사는 식솔들에게 적당히 자란 돼지를 한 마리 잡을 것을 명하고 스스로 좋은 술을 구하러 외출한 사이, 돼지를 잡기위해 칼 가는 소리와 식솔들의 주고받는 얘기에 의심을 품은 조조는 여백사의 명에 의하여 식솔들이 자신들을 죽이기 위한 것으로 착각하고 앞뒤 가릴 것 없이 여백사의 식솔을 모조리 죽이고 장원을 빠져나오다 술을 사오는 여백사를 만난다.
의아한 여백사가“최고의 명주 마오타이를 사 오느라 시간이 좀 지체 되었네. 어서 들어가세”라고 말했으나 조조는 아무 말 없이 말을 몰아나간다. 한 마장이나 갔을까? 조조가 갑자기 말고삐를 잡아당기며 급히 제동을 건 후 두 말없이 말머리를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 채찍질을 가하여 나귀를 타고 유유히 집을 향해가는 여백사를 따라잡는다. 다시 돌아온 조조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여백사는“잘 생각 하셨네 어서….”뒷말을 이어가기 전 여백사의 모가지는 조조의 칼날에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만 것이었다. 이 대목까지만 읽으면 조조는 천하의 잡놈이고 아비의 절친과 그 가족을 살해한 흉악범이다. 이와 같이 잔인하고 엄청난 일을 벌였지만, 사실 조조가 여백사의 집으로 갑자기 찾아 간 사연은 따로 있다.
역적 동탁이 황제를 볼모로 삼고, 국정 농단(隴斷)에 모든 권력까지 농권(弄權)을 하자, 조조는 비분강개(悲憤慷慨)하여 동탁을 죽여 황제를 구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결심을 한다. 조조의 이 결심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세웠던 것으로, 조조는 동탁을 가까이 하기 위해 아부(阿附)와 아첨(阿諂)을 마다하지 않았고, 그 결과 드디어 동탁을 지근(至近)거리에서 모실 수 있었다.
동탁을 지근거리에서 모실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세 사람 뿐이었다. 첫째, 의붓아비 정원을 죽이고 동탁의 양자가 된 여포와 동탁의 사위이자 모사(謀士)인 이유 그리고 조조였다. 그만큼 조조의 결심도 강했지만 신임을 얻기 위한 노력 또한 대단했다. 아무튼 조조가 굳은 결심을 한 어느 날 원로대신 왕윤(王允)을 찾아가 맹세를 한 뒤 전가(傳家)의 보물인 칠보검을 얻어 동탁에게로 간다.
조조는 매일 동탁의 거처(승상부)로 찾아가 문안인사로 출근도장을 찍었는데, 그날은 일부러 좀 늦게 출근한다. 말(馬)이 성능이 안 좋아 출근이 늦었다고 핑계를 대자, 동탁은 자신의 마구간에 배기량 3000cc 이상의 준총(駿驄)이 많으니 그 중 한 마리를 하사하겠다며 옆에 시립(侍立)해 있는 호위무사 겸 양아들 여포에게 한 마리 골라오라고 시킨다.
이 장면까지는 조조의 계획이 정확히 들어맞았고 하늘도 동탁을 데리고 가겠다는 결심을 한 게 틀림없었다. 조조는 여포가 장막을 나서자 속으로“동탁 네 놈이 오늘 내 손에 틀림없이 죽는구나.”그리고 칼집에서 새파랗게 벼린 칠보검을 막 끄집어내 난도질을 하려는데….
원래 동탁이라는 놈이 기름진 음식을 얼마나 처먹어 댔는지 몸뚱어리가 비대하여 똑바로 오래 앉아 있지를 못했다. 조조와 말을 마친 후 비스듬히 돌아누웠는데, 그 순간 조조가 칼을 뽑아 들었던 것이다.
사실 동탁의 뒤에는 어떤 연유인지 모르지만(삼국지에 이 부분에 대한 해설은 없음)항상 대형거울이 비치되어 있었다. 동탁이 돌아누우며 무심코 거울을 본즉 조조가 시퍼런 칼을 뽑아들고 서 있다.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맹덕(조조의 아호)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소리를 지른다. 그 통에 오히려 깜짝 놀란 것은 조조였다. 그런데 밖에서는 여포가 4600cc 우량마를 끌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순간 조조는 급히 칼을 거두고 동탁 앞에 무릎을 꿇고 칠보검을 바치며“작은 정성이나 워낙 보배로운 보검이라 승상께 바칩니다.”라고 둘러 댄다. 엉겁결에 동탁이 그 칼을 받아보니 칠보로 상감(象嵌)되어 있는 눈이 부시도록 날이 선 명검이다. 여포에게 넘겨주며 잘 보관하라며 이른다.
순간을 벗어난 조조는 여포가 끌고 온 우량마의 엉덩이를 철썩 때리며 대단한 명마라며 기왕 승상이 하사한 것이니 시운전이나 한 번 해 보겠다며 여포로부터 키(말고삐)를 넘겨받고 운전대에 앉아 시동을 걸자마자 F1그랑프리 대회에 나간 이상으로 급가속 패달을 밟으며 그곳을 벗어나 토낀 것이다. 아무튼 여백사와 그 식솔들을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지만, 어쨌든 애당초 구국(救國)의 일념(一念)에서 발생된 사건이었고 그것으로 도망자 신세가 되어 뜻하지 않은 범죄를 저질렀으니 그 점은 조조의 의기(義氣)를 칭송해야겠다.
文대통령 만나려다 몸수색당한 주호영… 野 “노골적 모욕, 안하무인”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0/10/28/QVXU2EKWXJE7PMW5H6QNLEV56U/
위 기사를 보며 문득 동탁의 전신거울이 생각났다. 삼국지에는 설명이 없지만, 동탁 뒤의 거울은 일종의 경호(警護)용이었던 것이다. 항상 누워 있어야할 만큼 비대한 몸뚱어리, 누군가 뒤통수를 칠 것 같은 의심과 불안감. 그 결과 조조의 살의(殺意)에서 벗어나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자라보고 놀란 놈 솥뚜껑 보고 놀란다.’언젠가 구두 한 짝 날아온 테러(?)를 당하지 않았던가. 뭐… 이해는 간다. 그러나 그 대상이 누군가? 이 나라 제1야당 원내 대표다. 원내 대표까지 되는 사람이 북괴도 하찮게 여기는 삽살개 한 마리를 시해(弑害)해서 뭣하겠는가? 이 점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니한 말로 주호영이라는 사람이 삽살개 문재인을 물어뜯고 뉴스에 나올 사건을 저지른다? 어불성설(語不成說)에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 꺼리라는 얘기는 시정에 떠도는 농담일 뿐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문제의 진상(眞相)은 금방 알 수 있다. 원래 죄 많은 놈이 경호(警護)를 더 철저히 시킨다. 북괴의 존엄 놈이 그러하고 오늘의 이 땅에서 농단과 농권을 벌이는 자들이 그러하다. 명백한 증거(證據)…. 주호영 한 사람을 몸수색하는 놈이, 제 혼자 온갖 생색을 내며 개처럼 짖고 일부러 야당의원 가운데로 통과 하는 저 몰염치(沒廉恥)가 명백한 증거다. 문재인 무슨 죄를 그리 많이 저질렀기에 저 따위로 경호를 시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