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한 게 근 10년이 되간다. 사실 혈압이 높은 줄 모르고 지내왔는데,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으면 으레 동네 병원을 찾을 때마다 접수창구의 간호사가 혈압을 재 보고 보통 이상으로 높으니 약을 먹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에 먹기 시작한 것이다. 매달 진료를 받고 한 달 치 약타는 게 번거롭기만 하다. 뿐만 아니다. 병원에서는 접수하고 한 참을 기다려야 순서가 오고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엘 가도 또 한참을 기다려야 약이 나온다. 귀찮기 짝이 없다.

항상 무슨 방법이 없을까??? 궁하면 통하는 법. 면사무소 구내엔 보건소가 있다. 보건소라는 게 있는 줄은 알지만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았다. 저긴 어떨까? 시험 삼아 한 번 들렸는데, 간호사가 친절할 뿐만 아니라 이용객도 많지 않다. 차례를 기다릴 것도 없이 혈압 재고 젊디젊은 의사선생님(농어촌 의료근무)진료와 처방전을 받아 약을 타러 다닌 게 5년이 넘는다. 정식 의원에는 한 달에 한 번 진료를 받았으나, 보건소엔 석 달 치를 한 번에 탈 수 있어 더욱 좋다. 그기에 65세 이상이면 무료다. 나는 주소지가 서울이라 500원을 내긴 하지만….

며칠 전이다. 역시 처방전을 받으러 보건소엘 갔다가 수속(?)을 마치고 나오는데“어르신!(사실 난 이 호칭이 제일 싫다. 이제 일흔 셋인데, 어르신이라니..)기왕 오셨으니 치매(癡呆)검사 한 번 받아 보세요.”란다. 솔직히 치매라는 단어를 자주 쓰고 듣기는 했지만 나 자신이 치매검사를 받을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아예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그런데 여태 보지 못했던 간호사(인사이동이 있었던 모양이다)가“어르신!”이라며 종용을 하니, 아니 받을 수도 없었다.

결국 그녀가 안내하는 대로 또 다른 의무실(진료실?)로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그 참! 희한 하더만….그것도 검사라고 긴장이 되고 손에 땀까지 약간 난다.“어르신!(그 놈의 어르신 소리 좀 안 했으면 좋겠더만 말끝마다 어르신! 이라네…)대충 10분 왔다갔다 할 거예요. 잘 들으시고 답해 주세요! 네1?”, “아 ~! 뭐..그럽시다 까이꺼..” 이것저것 물어본다. 생년월일, 주소, 뭔 단어 세 가지를 드릴 테니 기억해 두었다 말씀 하라는 것, 그림도 두 개 보여주며 똑 같이 그리기…암튼 그렇게 대충 10분좌우? 드디어 간호사“어머! 어머! 세상에 어르신(또 어르신..)연세에 100점 맞은 어르신은 첨 나왔어요.”라며 호들갑을 뜬다. 100점? 내 인생에 100점 맞은 기억이 있나 모르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삼국지 독후감 쓴 거 100점 맞은 이래 첨 맞는 경사다. 그리고 아무튼 그 희소식을 마누라에게 젤 먼저 알려주었다. 내 인생에도 100점짜리가 있다며 신이 나서…..

치매(癡呆), 사전적 의미는 사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지능. 의지. 기억 따위 등 정신적인 능력이 상실 된 상태로 되어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지능이나 기억 따위가 퇴화 되거나 감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좀은 특이 사항의 정신질환이 요원의 불길처럼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의 치매 증상과는 판이(判異)할 정도로 그 증세가 다르다. 이른바 추미애식 치매인 것이다. 요즘 학계에서는 추미애식 치매를 추매(秋呆)라고 명명하여 부르는 모양이다.

추매(秋呆) 검사법

1.감찰이랍시고 권력을 자룡이 헌 칼 쓰듯 한다.

2.세 번 불러도 대답 안 한다.

3.거짓말을 밥 처먹듯 하며 심지어 27번을 한다.

4. 매사 지가 잘못하고 실실 쪼갠다.

5. 조금만 맘에 안 들면 도끼 눙깔을 뜨고 쌔근거린다.

6.분노조절장애가 있다

7.히스테리가 넘친다.

8.오두방정은 기본

9.안하무인은 특혜

10.천방지축은 집구석 유래

이상 10가지 증상 중

1~3개 초기(가내 캐어 가능)

4~6개 중증(요양원 입원 요망)

7~10개 추미애와 동일한 증세(관 짝 준비 요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