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에 일어나 “도행역시(倒行逆施)나 일삼는 박근혜 정부”라는 제하의 참 좋은 글을 읽었다. 글은 좋은데 글쓴이의 생각은 지나치다 싶게 조급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그 중 1년이 지났을 뿐이다. 더구나 글쓴이 본인도 실토를 했지만 그 1년을 야당의 대선불복과 야당의 지나친 국정 발목잡기도 한몫했기 때문이다.
글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박 정권의 실정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고 결론은 글의 제목처럼 지난 1년 간 국정을 순리대로 행하지 않고, 반대로 강행하고 있으니 언제고 철퇴를 맞을 것이라는 저주로 끝을 맺는다.
나는 우선 이글을 읽고 글쓴이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는 이제 1년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1년을 기다려 보자는 거다. 대선 당시 내 걸었던 일부 공약들이 지지부진하거나 지켜지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신 박근혜의 진면목이 변하진 않았을 것으로 희망을 걸어 본다.
양씨 형제가 살았다. 형의 이름은 양주(楊朱)고 동생의 이름은 양포(楊布)라고 했다. 어느 날 동생 양포가 백의(白衣)를 입고 외출을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만 비가 와서 흰옷이 때가 묻어 검정색으로 변하여 돌아왔다. 그러자 집에서 기르는 개가 그를 분간하지 못하고 마구 짖자‘이 놈의 개 새 끼!’하며 개를 때리려 했다.
그러자 형인 양주가 이 모습을 보고“개를 때리지 말라. 너 역시 이와 같을 것이다. 만약 흰 터럭의 개가 우중에 뛰어 놀다 검은 색으로 돌아오면 너 역시 어찌 능히 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느냐!”한비자(韓非子)의 일화에 나온 얘기다. 겉모습이 변한 것을 보고, 속까지 변해 버렸다고 판단하는 사람을 양씨 형제 집 개 새 끼라 하여 양포지구(楊布之狗)라고 하는 것이다.(하략)
그리고 지지율이 48%로 뚝 떨어졌다는 것을 강조도 한다. 원래 51% 아니었나? 그렇다면 겨우 3% 떨어진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견강부회(牽强附會)식 억지 논리라고 말하겠지만, 48%든 4.8%든 지지율에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70% 가까이 올라갔을 때는 국정을 잘 살피는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인정을 해 주었던가? 아니잖아. 민심이라는 게 조금만 섭섭해도 뾰로통 하는 거고 티끌만큼이라도 마음에 들면 흡족해하며 돌아서는 게 민심이다. 즉 한 시간 전과 한 시간 후가 다른 게 민심인데 그것을 국정과 능력의 바로메타로 삼아야 되겠는가?
문제는 문재인과 종부기들의 대선패배 분풀이를 어떻게 푸느냐에 관건이 달려 있지 박근혜 자신이 변하거나 의도적인 도행역시(倒行逆施)는 아닌 것이다. 기다려 보자. 1년만 더…그것도 모자라면 또 1년 더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닌가? 민심은 이제나 저제나 희망을 걸고 희망 속에 살아야 하는 게 정답이다. 너무 초조해 하지 말자!!!!
BY SS8000 ON 12. 19, 2013(박근혜와 양포지구(楊布之狗)에서…)
‘도행역시(倒行逆施)’는 2013년 <교수신문> 연말 기획 ‘올해의 사자성어’에서 선정되었던 고사성어로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즉, 박근혜 정부의 출현 이후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는 의미로 선정이 된 것이다.
그날 나는 ‘도행역시(倒行逆施)’라는 제하의 컬럼을 보고 위의 반박(反駁)하는 글을 썼다. 당시만 하더라도 나는‘박사모’에 가입하여 꽤 열성적으로 활동(?)했다. 말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고 찬양하는 글을 지금도 내 개인 블로그에 수백 꼭지 보관하고 있다. 그 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영어의 몸이 되는 순간까지 열심히 지지하는 글을 이런저런 게시판에 써 올렸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며 나는 박근혜의 지지를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반박(反駁)아닌 반박(反朴)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왜? 박근혜 광신도들의 난동이 정말 싫었기 때문이다. 광신도들은 박근혜를 외쳤지만 차디찬 감방 안의 박근혜를 구하지 못했다. 아니 구 할 수가 없었다. 탄돌이니 친박이니 갈라서서 삿대질을 하거나 코피 터지게 쌈박질만 했지 구할 방법이나 방도를 연구하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문재인의 파행정권과 싸워야 함에도 저희끼리 대가리 깨지게 싸우다 180석이라는 믿기지 않는 쪽 수로 패하며 나라를 완전하게 빼앗기고 만 것이다. 180석이라는 의미를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이제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 아니 나라를 되찾을 사람이 구심점(求心點)이 되어 모여야 한다. 지난 과거를 빨리 잊고 그와 함께 나라를 구하는 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하는 길인 것이다. 우리 박근혜를 구하자!! 박근혜를 구하는 길은 가급적 박근혜를 잊는 것이다. 잠시 잊나는 것이지 영원히 잊자는 게 아니다. 그냐를 구할 때까지만 잊자.
역설적이지만, 며칠 후 예고된 김종인의 MB. 朴정권 사과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꼬워도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 그렇게 해야 한다. 나라를 구하고 박근혜를 구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