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원숭이

부처님이 어느 날 제자들 앞에서 설법(說法)하시기를, 아주 먼 옛날 가시(伽尸)라는 나라에 파라나(波羅奈)라는 성이 있었는데 성 안 한적한 곳에 원숭이 무리 오백 마리가 살았다. 한 수행자가 숲 속을 지나가고 있을 때 큰 나무 아래의 우물에 달이 비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 본 원숭이 우두머리가 무리에게 달이 우물에 빠져 죽어가고 있는데 세상이 어두워지기 전에 꺼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들 어떻게 꺼내야 하는지 의논했으나 묘책이 떠오르지 않아 물었다. 마치 쥐새끼들이 모여 앉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비슷한 궁지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원숭이 대장이, 쥐새끼들과는 달리 자신이 꺼내는 방법을 안다며 큰 소리로 일러준다.

“내가 나뭇가지를 잡고 너희는 내 꼬리를 잡아라. 그리고 계속 또 다른 원숭이가 잇달아 내려가면 달을 꺼낼 수 있다”라며 큰 소리를 쳤다.

 

그러자 과연 좋은 생각이라며 이구동성으로 외치자, 순간 대장 원숭이가 우물가에 널어진 나뭇가지를 잡자 졸개 원숭이는 대장의 꼬리를 잡고, 그렇게 원숭이들은 서로의 꼬리를 잡고 길게 늘어뜨렸지만, 물에 이르기도 전에 무리들의 무게를 못 이겨 나뭇가지가 부러졌고, 원숭이들은 모두 물속으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이때 생겨난 성어(成語)가 원후취월(猿猴取月)이다. 제 분수를 모르는 원숭이가 달을 취(取)하려다 화를 입었다는 경계의 말씀이다.

 

文대통령, 가장 신뢰하는 인사들로 친정체제… 레임덕 차단 포석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01231/104708752/1?ref=main

 

회전문 인사 회전문 인사 하지만, 역시 돌려막기와 다름 아니다. 딴에는 1년여 남은 임기를 무난히 보내겠다는 야심찬 개각인지 모르지만, 개돼지를 속이는 덴 큰 문제가 없을 듯하나 국민의 눈높이엔 형편없이 미흡하다.

 

어디엔가는 문재인의 비서실장이‘노영민’에서 ‘유영민’으로 바뀐다며 소식을 전하지만, 나는 이 대목에서 위의 원숭이들에 얽힌 고사가 생각난 것이다.

 

노유(猱狖)라는 게 있다. 원숭이라는 얘기다. 노(猱)의 뒤(꼬리)를 유(狖)가 잡고 달(moon)을 구해 보려 하지만, 결국 나뭇가지만 부러지고 노유는 죽고 달은 물속에 그대로 있는 형상이다.

 

하는 짓 마다 어찌 저리도 어리석은지, 달을 건지려면 우물(분노한 민심)을 없애야 함에도 우물만 점점 더 깊이 파고 있으니, 원후취월(猿猴取月)이라는 성어가 그야말로 여합부절(如合符節)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