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과 보통
❍지난 주말에 내려 온 마누라가 오늘 아침 서울 집으로 간단다. 마누라 차가 따로 있지만 고속도로를 한 번도 가 본적이 없어 언제나 충주나 제천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배웅을 해 주어야 한다. 8시 버스라야 한단다. 왜? 그게 우등이란다. 30분 간격으로 우등과 보통이 교차한단다. 늘 우등을 이용했으나 언젠가 타이밍이 맞지 않아 보통을 탄 적이 있는데 여간 불편하지 않았단다. 그 게 꼭 돈이 있어서 부자라서 우등을 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등 보다는 보통을 더 이용하기 때문에 보통은 붐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등과 보통이 구분 되는 것이다. 누구나 우등을 탈 수는 있다. 그러나 경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보통을 이용하는 승객도 있다.
어디 고속버스뿐이겠나? 요즘은 어떤가 모르지만, 우리 때는 서울~부산 12열차도 있었고 그런 가운데 2등실 특등실도 있었다. 그 후엔 무궁화 새마을 어쩌고 하는 등급도 생겼잖아? 그리고 오늘날엔 KTX도 있고…근데 모두가 1등석 , 특등석 KTX 이용하는 건 아니잖아? 자기 능력에 맞게 이용하는 것이다.
❍자랑하는 게 아니다. 나는 여권이 십여 권이 넘는다. 소위 보따리장사를 한다며 40개국에 가까운 나라를 꼴방구리 쥐 드나들 듯 했다. 계산은 안 해 봤지만, 항공료만 해도 수억은 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렇게 많은 비행기를 탔어도 이코노미석만 탔다. 그것도 혹시 싼 티켓이 있으면 경유하는 타국적 비행기를 찾아서…한 푼이라도 아끼고 딸라 한 푼이라도 더 벌어들이려고 그랬던 것이다. 근데 딱 두 번 비즈니스 석을 탄 적이 있었다. 행운이었다. 워낙 마일리지(비행횟수)가 많은 탓에 이코노미석이 만석일 때 자동승급이 된 적이 있었다. 같은 비행기 안에서 서비스가 그 정도로 차이가 나는 줄 정말 몰랐다. 비즈니스 석이 그러할 진데 퍼스트 클라스는 일러 무삼하겠는가.
누구든 비즈니스도 퍼스트 클라스도 탈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탈 수 없으니 이코노미 석이 있는 것이다. 그게 없다면 해외는, 관광은, 보따리장사조차도 갈 수 없었을 것이다. 비록 박탈감은 느끼지만 그래도 등급이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젊은 시절 정말 열심히 살았고 또 가족을 떠나 중국에서 오랜 생활을 하며 거금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균은 좀 넘는 생활은 한다고 자부한다. 어쩌다 부자들이 많이 산다는 종로하고도 P동과 K동에 저택은 아니지만 꽤 큰 집도 있다.(최재형 원장의 공관이 멀지 않았다.) 나 잘사는 거 자랑하려는 거 아니다. 우리 집 옆집 사모님 얘기다. 그 댁의 규모로 보면 슈퍼카가 두 대…우리 집 보다 좀 더 넓은 것 같기도.. 그런데 이 사모님과 길에서 자주 조우한다. 북한산 중턱 쯤 되는 곳이라 하다못해 슈퍼를 가더라도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그 사모님 손에는 언제나 시장바구니가 쥐어져 있다.
어느 날인가 마누라 심부름으로 마트를 가게 되었다. 이런 거 저런 거 마누라가 시킨 거 한참 사고 있는데 저만큼 그 사모님을 만났다. 남정네는 잘 몰라도 가정주부들은 알 것이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생물들(야채든 생선이든 하다못해 회초밥이든..)이 마감시간 쯤 되면 거의 절반가격에 판매한다.(난 가끔 회초밥을 사먹는다.) 그 사모님 돈이 없어서 매일(사실 알고 본즉 매일 시장을 본다)떨이 물건 사는 게 아니다. 먹을 수 없는 불량식품이 아니라면 사다먹는 것이다. 미리 밝혔지만 나도 가끔 시간 지난 회초밥이나 기타 생선을 사 오기도 한다. 그게 뭐 어때서…그런 제도가 있으니 우리 같은 서민들도 그곳에서 시장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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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one스테이크, 난 사실 아무리 한우고 뭐고 그래도 소고기 보단 돼지고기가 더 맛있고 선호를 한다. 굳이 소고기를 먹는다면 T-bone스테이크를 아주 가끔 먹긴 한다. 근데 이 놈이 자주 먹기엔 너무 비싼 거다. 정말 어쩌다 몇 년에 한 번씩 먹는다. 그것도 정식 레스토랑이나 음식점이 아닌 집에서…딸 둘이 캐나다에 있다. 각각 동부(밴쿠버)와 서부(몬트리올)에서 산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못 가지만, 이따금 캐나다에 가서 마트에 가보면 우리 식으로 1근 가까이 되는 스테이크가 5~6불밖에 안 한다. 더구나 캐나다 달라는 900원 정도?? 계산들 해 보시라. 그 양질의 스테이크를 이 땅에서 먹는다면 얼마나 지불해야 할까?
불량이나 부정식품이라서 싼 게 아니다. 윤석열을 지지해서가 아니다. 그의 논조가 옳은 것이다. 비싸면 비싼 대로 싸면 싼 대로 각각의 용도와 소비자가 있는 것이다. 매사에 등급이나 그레이드가 없으면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이나 활용을 못하는 것이다. 옛날 초등학교 앞에서 코흘리개의 동전을 목표로 했던 이런저런 불량(?)식품이 오늘날엔 추억의 먹거리가 된 것도 있다. 쫀드기나 설탕과 소다를 섞은 또 뽑기….솜사탕은 지구촌 축제장이라면 어디에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