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기 중국술 한 병만 주시면 안돼요?” 아래층에 사는 딸아이가 성장을 하고 외출준비를 한 모습으로 갑자기 올라와, 취미로 모아 둔 각종 술이 진열 된 진열장을 가리키며 하는 소리다.
취미가 이런저런 각종 술 모으긴데… 요즘은 비록 술을 마시지는 못하지만 수술 전이나 지금이나 술사랑 끔찍한 것은 다를 바가 없다. 순간 좀은 당황스럽고 아까운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마지못해”그건 뭣하게?”라고 물었다.
“친구 아들 돌잔치 하는데 걔네 아버님 갖다드리게요.”, “돌잔치면 축의금이나 봉투에 넣어 주지 않고 술은…”역시 아까워 해보는 소리며 가급적 거절하기 위한 명분을 찾아보겠다는 심산인데…”그런 게 아니 구요, 제 친구 xxx 아시죠?” 퉁명스럽게”글쎄!?” 솔직히 알 턱이 없다. 내가 제 친구 이름을 어찌 다 기억하겠는가. “아이~!아빤! 걔 있잖아요 빨갱이~요“
“뭐야!?아~~!!그 친구 말이냐?” 나는‘빨.갱.이’라는 소리에 그 이름은 기억 못했지만 반색을 하고 당장”그래~에~!걔 아들 돌잔치 라구!?”하며 내 손자나 손녀돌잔치만큼이나 반가움을 표시했다. 순간”야~!그러지 말고 아예2병 가져가라~!그리고 꼭 어르신께 인사 전해다오, 비록 뵙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동지 이상의 동지이니 서로 간 떨어져 있더라도 마음만은 변치 말자고 꼭 전해 드려야한다” 결국 나는 아끼는 술2병을 한 병이면 된다는 딸아이에게 억지로 안겨주고 동행하는 사위에게도 그 인사말을 잊지 않도록 당부했던 것이 엊그제 일요일 오후의 일이었다.
딸아이친구가“빨갱이”가 된 사연을 얘기하자면 약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엄밀하게 보면 딸아이친구는 딸아이의 죽마고우나 학창시절의 친구는 아니었다. 친구라기보다는 사위의 직장동료아내였다. 그러니까 사위의 친구는 장가를 먼저 가서 아내가 있었고, 사위는 딸아이와 열애하던 중 어떤 계기가 되어 동석을 하고 인사를 나누다보니 동갑네이며 그렇게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가 되었는데… 딸아이와 그 친구의 사이를 더욱 가까이 하게 된 사건이 터지고 그 다음 날로 딸아이와 나는‘빨.갱.이’하면 그 친구를 연상하게 된 것이다.
얘기인즉,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식구들에게 mbc방송국을 못 보게 한다. 혹시라도 그 방송국을 보는 장면이라도 내게 들키면 나는”아니~!?이것들이 빨.갱.이 방송국을 보고 있네.”라며 호통을 치고 즉시 채널을 돌리게 한다. 해서 꼭 봐야 할 프로그램이 있다면, 지금도 저희들 방으로 돌아가 몰래 시청하고 있다. 숨어서 본다는 데야 일일이 찾아다니며 잔소리할 수 없어 그냥 묵인하고 있지만 아무튼 거실은 절대불가다.
3년 전의 그때도 그랬다. 나를 제외한 식구들이 거실의tv를 함께 보는데 부지불식간 재미난(?)프로를 본다는 게 mbc를 보고 있었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안 내가‘빨.갱.이방송국’을 본다며 당장 채널을 돌리라고 호통을 치자 당시 지금의 사위와 열애 중이던 큰딸아이가 깔깔거리며 웃더니 이런 얘기를 해 주는 것이었다.
딸아이 친구가 빨.갱.이가 되던 3년 전의 그날 저녁 사위친구내외와 사위 그리고 딸아이 넷이 의기가 상통하여 어떤 주점에서 일 배 부 일 배 勸커니 酌커니 분위기 있게 한 잔하는데 때마침 대통령선거철이라 안주 감으로 화제가 올랐단다. 사위와 딸아이야 내가 보증하는 아이들이고… 딸아이친구부부는 양쪽으로 갈렸단다. 이런저런 논쟁 끝에 취기가 오르고, 그만 그 부부사이에 앙앙불락 언쟁이 붙어 고성이 오가고, 심지어 자질구레한 tv채널 권(?)까지 입에 오르고, 갑자기 딸아이친구는 자기남편에게‘이 사람 이거 순 빨.갱.이’라며 소리를 지르더라는 것이었다.
아무튼 얼마 간 시간이 흐르고 부부싸움을 간신히 뜯어말리자 빨.갱.이가 된 딸아이의 친구가 하소연 비슷한 걸 하는데,,, 그 친구의 아버님은 퇴역 대령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남편과 가끔씩 친정엘 가게 되는데, 친정엘가서 무료하면tv도 보고 뭐 그러는데… 친구의 남편이 선호하는tv가 불행하게도 mbc라는 것이다.
그날도 친구의 남편은 친정거실에서 mbc를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안방에서 나온 친정아버지가 잠시 분위기 파악을 하신 후 일갈하시기를‘아니? 이 사람아~자네 빨.갱이 방송국보나!?’였단다. 이 부분에서 딸아이는 자지러졌고,‘어머~어머~!!어쩌면 우리아빠랑 똑 같애~!’라며 잠시 우리 집 분위기를 전해주고 둘이는 서로 하이파이브 까지 하며 십 년 사귄 친구처럼 막역한 친구사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3년 전의 그날 딸아이로부터 그 얘기를 전해 듣고 나 역시 박장대소를 했고, 빨.갱이 방송을 알아보는 친구의 부친이 존경스러웠으며 왠지 막역한 동지애를 늘 느껴왔으며 가끔씩 친구의 근황을 얘기 할 때마다 이름을 말해 주어도 내가 기억을 못하면“아~!빨.갱.이 있잖아요.”로 시작되면 그 친구와 부친이 생각나곤 했던 것이다. 아무튼 간 막역한 동지의 손자 돌날이라는데 직접 참여는 하지 못해도 고급 빼갈(白酒 )두 병이 문제되랴마는,,,
2005년 12월의 마지막 날에…….
덧붙임,
며~얼고~옹!!!
우연히 찾아낸 아주 오래된 글입니다.
이 글을 빨갱이를 싫어하는 모든 동지여러분께 바칩니다.
동지 여러분 사랑합니다.
우리 모두 3월9일 그날까지 파이팅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