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썰은 평소와 달리 기사(사설)하나 먼저 소개하고 풀자.
<<<[김대중 칼럼] ‘어쩌다’ 대통령 된 윤석열, 잃을 게 없다>>>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03/22/53OVOZD7PVBOBNF4RMD6WGUCOU/
누가 내게 정말 존경하는 언론인 다섯을 꼽으라면 난 이 분이 그 으뜸이다. 순전히 개인적 생각이지만…사설의 전문은 각자 찬찬히 음미들 하시기 바라며….
썰을 풀어 나가기 전, <<<‘어쩌다’ 대통령 된 윤석열>>>이라는 제목에 나는 필이 꽂혔다. 두 말 할 것 없이 격하게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오늘의 썰제 중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漢나라를 개국한 초대 황제 유방(劉邦)이 그랬다.
그는 오늘날의 강소성(江蘇省) 풍현(豊縣)에 해당하는 패(沛) 땅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가업을 돌보지 않고 시정잡배 무리와 어울렸다. 장년에 이르러서야 마을 이장 격인 정장(亭長)이 되었으며, 당시 여산(驪山)의 황제릉(皇帝陵) 조영 공사에 부역하는 인부의 호송책임을 맡았다. 호송 도중에 도망자가 속출하여 임무수행이 어려워지자, 나머지 인부를 해산시키고 자신도 도망하여 산중에 은거하여 산 도적 무리와 어울려 세월을 보내다 정말 상상도 못했던 우연한 기회를 얻어 항우를 누르고 황제에 등극했다. 그야말로 어쩌다 황제가 된 것이다. 각설하고….
세궁역진(勢窮盡)한 항우의 군대는 드디어 오강(烏江)까지 쫓겼다. 그리고 슬픈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이른바 초가(楚歌)다.
역발산혜기개세(拔山兮氣蓋世): 힘은 산을 뽑을 듯 하고, 기세는 천하를 뒤덮는데
시불리(時不利): 때를 잘못만나
추불서(騅不逝):추여! 너 마저 발길을 멈추누나. *추(騅)=항우가 타는 명마오추마.
추불서혜가나하(騅不逝兮可何): 추여! 네가 가지 않으니 어찌 하리 어찌 하리
우혜우혜나약하(虞兮虞兮若何): 우(虞美人)야! 우야! 너를 또 어찌하리.
이제 그는 애마 추(騅)마저 부하에게 준 뒤 두 발로 우뚝 섰다. 그를 따르는 병사들도 모두 말을 버리고 항우의 주위를 호위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항우는 닥치는 대로 창을 휘둘러 적을 죽였다. 그러나 마침내 항우 자신도 온 몸에 상처를 입었다. 그는 여전히 적의 포위망 한가운데 있었다. 눈을 들어 앞을 보니 동향 출신의 적장을 발견했다. 여마동(馬童)이다. 여마동은 항우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쩨쩨한 놈이었으나 그새 자신을 배신하고 漢나라의 말장(末將)이 되어 있었다. 여마동은 손가락으로 저게 바로‘항우’라고 했다.
항우가 외친다.“여마동! 내 목에 천금(千金)과 1만호의 식읍을 준다고 들었다. 내 자네가 큰 공을 세우도록 해 주지”그 말이 끝나자마자 항우는 서슴없이 칼로 자신의 목을 찔렀다. 이어 항우의 몸이 땅 바닥에 떨어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미 숨을 거둔 항우의 사체에 漢나라 병사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어 사지 하나라도 빼앗으려고 서로 싸웠다. 그 싸움으로 수십 명이 죽고 다쳤다. 항우의 사체는 다섯 조각으로 나뉘어 졌고 여마동도 그 중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이상은 항우가 최후를 맞는 순간을 묘사한 대목이다.
유방이 황제가 된 후 시인은 이렇게 노래 했다.
큰 바람 불고 구름 높이 오르니
위풍을 천하에 떨치고 고향에 돌아 왔네.
용맹한 인재들로 사방을 지켜 태평천하를 이룩하리.
미리 밝혔지만, 우리의 윤석열은 처음부터 대통령이 되고 싶어 된 게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갖은 박해와 핍박을 받자 그를 긍휼(矜恤)히 여긴 국민들의 열화(熱火)같은 성원이 그를 불러냈고 다시 오늘의 대통령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문재인과 그 패거리 그리고 가당치도 않은 180석의 돌대가리들은 자신들이 왜 이번 대선에서 졌는지 어째서 윤석열이 대통령까지 오른 것인지를 모르고 있다. 언필칭(言必稱) 국민, 국민 하지만 그 국민이라는 대상이 자신들을 지지하는 개돼지 무리들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믿었던 개돼지 세력 때문에 패한 사실도 모르고…
숨통이 살아 있는 동안의 항우는 천하무적이었고 어떤 놈이든 털끝하나 건들지 못하는 영웅이었다. 그러나 패배를 인정하고 스스로 자신의 목을 찌르고 한갓 고기 덩어리로 변하자 공(功)을 탐하는 자들에 의해 그 사체(死體)는 산산조각이 났던 것이다.
글쎄다. 하는 꼬락서니가 5월9일까지는 숨통이 살아있는 문재인이다. 그 뒷날을 누가 보장해 줄 것인가? 한시적으로 살아 있는 동안이야 그 어떤 놈도 접근 불가이겠으나 권좌에서 내려오는 다음날부터가 문재인의 운명은 갈릴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는 항상 때 늦은 후회를 한다. 가령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가 바뀌었을 거라는…지금 문재인이 벌이는 정말 가당치도 않은 몽니 아집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대통령 병에 걸려 대통령이 되고 싶어 환장한 놈들과는 달리 자신들 때문에 어쩌다 대통령이 된 윤석열이 5월9일이면 자연스레 권력이라는 숨통이 끊어지는 문재인을 어떻게….
역사에 가정이란 없고 그러기 더 두렵고 후회스러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역사의 교훈인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