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노블레스 오블리쥬

그의 집안은 대대로 갑부였다. 요즘으로 치면 재벌의 자손이었다. 그러나 재벌가 자식답지 않게 항상 근면했고 상도(商道)를 지키며 장사를 한 거상(巨商)이었다. 어느 날 큰 비즈니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저만큼 웬 묘령의 아가씨가 길가에 쓰러져 있다.(비록 재벌이었지만 자가운전을 하고 다녔다)급히 차(馬車)를 세우고 아가씨를 흔들어보니 정신을 차린다. 절세가인이었다. 물어 보니 목적지가 같은 방향이다. 조수석에 태우고 차를 몰아나간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까까지 기진맥진 했던 아가씨가 자꾸 추파를 던지고 심지어 운전석으로 엉덩이를 들이밀며 유혹을 한다. 웬만한 놈 같으면 지가 유혹을 해서 가까운 모텔이나 호텔을 갔겠지만, 그는 성인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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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싶어 운전석에서 내려와 그녀에게 운전석(馬車)을 내주고 자신은 운전대(말고삐)만 잡고 걸어간다. 저만큼 가다가 절세가인인 그녀가 차를 갑자기 세운다. 그리고“지체 말고 곧장 집으로 가서 값나가는 가재도구나 중요서류 기타 돈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집밖으로 꺼내십시오.”그리고 계속 말을 잇는다.“나는 천상의 화덕성군(火德星君 )으로 불을 주관하는 신(神)이요.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오늘 저녁 그대 집에 불을 놓으러 가던 길이었소. 그러나 그대의 예의범절과 젠틀맨십에 감동을 하여 이 사실을 알려 주는 것이오. 그러나 나도 상제님께 보고드릴 명분은 있어야 하겠기에 그대의 집은 태울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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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단속카메라도 무시한 채 급히 차를 몰아 집에 당도한 그는 아랫사람들에게 명하여 그녀가 시킨 대로 했다. 그리고 꺼진 불도 다시 보자며 불 단속을 시켰다. 그러나 자정이 조금 넘자 과연 화인(火因)도 모를 불이 나고 수백간의 저택은 재가 되고 말았다. 아깝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말 돈이 될 만한 것들은 모두 무사했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해가 서기196년, 단기2529년(중국漢헌제 건안원년, 고구려 고국천왕18년, 신라 내해이사금 원년, 백제 초고왕31년)이다. 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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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자중(子仲) 산동성 동해(東海) 출신으로 이름을 미축(糜竺)이라고 했다. 유비의 둘째부인 미부인(당양 장판싸움에서 아두(유선)을 조자룡에게 넘겨주며 구하고 혹시 방해가 될까하여 우물에 몸을 던져 자결했음. 훗날 유선은 황제에 즉위하여 자신을 구해 준 미부인을 태황후로 추서하였다.)의 오빠 되는 사람이다. 그는 유비의 곤고(困苦)함을 알고 2천명의 노비와 전 재산을 털어 유비의 군자금으로 내 놨다. 물론 유비는 이 군자금으로 다시 떨쳐 일어설 수 있었고 종래 촉(蜀)나라를 세우는 기반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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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축의 미담(美談)과 선행(善行)을 얘기 하자는 게 아니다. 돈(재물)은 어디에 써야하는지 특히 정치자금은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모든 부자(재벌)가 그렇게 할 필요나 그럴 수는 없다. 단 정치에 뜻이 있는 자는 미축의 고사를 눈여기고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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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이 나라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기업들은 숙명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게 있다. 오죽했으면 정경유착(政經癒着)이라는 단어가 있을까? 결국 정치와 경제는 분리수술을 하겠다고 메스 댓 다간 자칫 목숨까지 잃는 샴쌍둥이다. 즉 재벌이니 대기업이니 하는 기업들은 이미 정치와 연관 짓고 싶지 않아도 자의 반 타의 반 정치에 개입 아니 할 수 없다. 정치를 떼어 놓고 독자적으로 사업 할 수 없는 풍토가 마련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정신은커녕 돈만 아는 샤일록, 자린고비, 스쿠리지이기 때문이다. 진부한 얘기지만 디질 때 관 속에 넣고 갈 것도 아니며 꾸역꾸역 불법을 저질러 가며 모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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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사노복선념기한(凡事奴僕先念飢寒)”이란 말이 있다. 무릇 아래 사람을 부림에 있어, 추운 것과 배고픔을 먼저 생각하라는 말이다. 제 배때기 부르니 종 배고픈 줄 모르는 놈들이 안타깝게도 이 나라의 재벌들이다. 그리고 돈 좀 있다고 정말 종 부리 듯 甲질 그것도 꼴값 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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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가격 인상 자제를”… 경제6단체 “이재용·신동빈 사면해달라”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2/06/03/EXAWTXAGQFEA5FATP6GTNMS2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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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지난 얘기지만, 한진 그룹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아니할 수가 없다. 온 가족이 똘똘 뭉쳐 낯짝 뜨거운 짓을 했다. 당사자들이 일으킨 기업도 아니다. 선대가 물려 준 기업을 바탕으로 몹쓸 짓을 골라가며 했다. 마땅히 욕 얻어 처먹고 비난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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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건 아니다. <<<<“압수수색만 11번… 10개 정부기관서 한진家 압박”,>>>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도덕적으로 욕을 먹고 비난 받아야겠지만 그래도 이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한진그룹의 경우를 두고 얘기한다면, 한진 보다 더 한 기업도 많을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정권에 귀여움 받고 승승장구하는 놈들도 있을 것이고, 마치 살부지수 (殺父之讐)나 되는 양 원수 취급하는 놈도 있을 것이다. 이것 자체가 정경유착의 폐해인 것이다. 삽살개 정권 입맛에 딱 걸려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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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표현하면‘실정(失政)을 감추고 우민(愚民)을 호도(糊塗)하기 위한 더러운 정권, 미친 정권(政權)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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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권과 결탁(結託)이 되었다고 밉보였다고 재벌기업 총수의 손발을 묶어 놓고 아가리로“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우려 달라 고용창출에 앞장서 달라..”라며 개처럼 짖어 댔으니 아무리 지은 죄(삽살개 판단과 기준)가 있기로 어떤 총수가 삽살개 앞에 부복(俯伏)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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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윤 대통령 일성이 재벌 아니 모든 기업에 이런 저런 제재를 푼다니까 당장 수백조의 투자를 약속하고 그에 따른 고용창출까지 하겠다는 대기업들의 약속이다. 신명나게 기업이 뛰게 할 그라운드를 마련해 준 윤 대통령의 일성에 나라경제가 금방이라도 살아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 되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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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덧붙인다면 재벌들이 자선사업가일 필요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되고. 따라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강제(强制)해서 되는 게 아니다. 기업(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아름다운 미담(美談)이다. 삼국지 속 미축(糜竺)의 사례나 구한말 또는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 또는 일가(一家)의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친 분들의 얘기를 책자로 만들어 돈만 아는 재벌 놈들 집구석에 한 권(질)씩 보내는 운동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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