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문 선생 네의 불루베리 밭은 내 소유다. 원래는 저 땅을 포함한 수십 평을 자신의 소유라며 돌려달라고 했지만, 측량을 해서 사실이 그러하면 당연히 돌려 드리겠다고 약속한 후 측량을 한 결과 내 소유였던 것이다. 그러나 소유권만 분명히 하자며 얘기하고 그냥 농사(?)를 짓게 했다. 불루베리는 금년부터 소출을 보고 있다. 아래의 불루베리 밭에 대한 1년 도지 쪼로 갓 딴 불루베리 한 상자(300g)정도를 가져왔다.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어 그냥 술을 부어서 보관 중이다. 뿐 아니다. 아랫집 뻥팔이네는 내 땅 50여 평을 무단점유 하고 있다. 10여 년을 그렇게 무단점유 하여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놨으니 어쩌겠는가. 역시 좋은 게 좋다고 그냥 농사를 짓게 했다. 두 집은 나를 볼 때마다 그냥 미안해하고 있다. 그러지 마시라고 여러 번 얘기해도…. (산골일기: 귀촌을 위한 조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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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제, 그제 흡족하진 않지만 비가 내려 밭작물엔 꽤 도움 됐을 것으로 본다(우리 마을 기준으로..). 그 참, 이상도 하지? 봄 가뭄이 심한 걸 가만히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 빨을 막론하고 정권교체가 되는 해에 봄 가뭄이 심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물론 내가 이곳 산골에 정착하기 전 그리고 또 농사라고하기엔 부끄럽지만 적지 않은 텃밭을 가꾸며 느끼는 것이지 그 이전엔 나와는 불심상관이었던 사실이고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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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쌤은 바로 옆집에 살고 있다. 바로 옆집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게 내 소유의 땅에 부루벨리 밭을 하고 있지만 야박하게 돌려달라고 할 수 없어 서로 그렇게 알고 지내고 있다. 사실 그는 나 보다 3~4년 먼저 이곳에 가옥과 토지를 소유했었고 따지고 보면 그만큼 정착(?)선배다. 처음 내가 이곳을 매입했을 때 그의 부친과 함께 내게, 현재 자신이 붙여먹고 있는 불루벨리 밭은 고사하고 대충 100평 정도의 손가락 그림을 그려가며 자신들의 땅이니 돌려달라고 압력행사를 했었고, 그런 시시비나 말썽에 휘말리기를 귀찮아하는 내가 걱정을 붙들어 매시면 반드시 돌려 드리겠다며 경계측량을 해 본 결과 오히려 지금 붙여먹는 그 밭이 내 소유라는 게 밝혀졌지만 이웃에 미덕을 보이는 마음으로 그냥 하던 대로 하라고 인심을 썼고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꽤 많은 수확을 올리며 수확 때는 반드시300g짜리 플라스틱 1상자의 도지(賭地)를 내고 있다.(사실은 나도 4그루의 중간급 크기의 나무가 있어 우리 부부 먹기엔 충분한 양이 나오기에 도지를 안 받아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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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오늘의 주인공 文쌤은 아직도 경기도 모처의 현직고교 쌤이라 상주하는 것은 아니고 주말이면 내려와 불루베리와 텃밭을 가꾸고 올라간다. 그러나 이제 그도 나이가 들어 금년8월 현직에 물러나면 이전 보다 더욱 가까운 이웃이 될 것이지만 그것은 뒷날의 얘기고…쌤이라 그런지 사람이 양식도 있고 착하고 살가운 편이다. 얼굴 마주치면‘형님’이라며 꼬박꼬박 공대를 하니 정이 아니 갈 수 없다. 다만 월급쟁이라 그럴까? 내 기준으로 무척 짜다는 느낌이 온다. 10여 년간 수없이 삼겹살도 많이 구웠고 요즘 같은 여름철이면 냉면이나 콩국수 아니면 막국수 집에 데려가 식사대접을 많이 했지만 그동안 딱 한 번 그의 막국수를 얻어먹은 기억밖에 없다. 그러나 대신 가끔 그의 부인이 집에서 손수 만든 군것질(빵. 쑥떡. 술떡 등등…사실 앞에서는 맛나게 먹겠다고 하지만 나는 별로인…)꺼리를 가져온다. 그래서 미워할 수 없는 정말 다정한 우리의 文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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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금년부터 상수도가 들어온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마을공동의 지하수집수정이 있어 그곳에서 식수를 공급 받아왔다. 내가 이곳에 정착하기 전 60여 호 중, 반 정도는 각각의 지하수가 있어 공급이 원활했으나 그 사이 20여 호가 널어나며 특히 봄. 여름철 지하수가 달리는 현상이 가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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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람되이 나는 그것도 모르고 4~5년 전까지 그것으로(공동지하수)텃밭을 가꾸었고 매년 연말이면 수도요금을 30만(1년 치)원 내외를 내면서도 눈치를 못 챘던 것인데…고지대(갈수기 때 지하수 공급이 잘 안 되는..)에 사시는 분들은 아침저녁으로 내가 농작물에 물을 주는 것을 보고 속을 끓이면서도 불만을 토해 내지 않으셨던 것이다. 아마도 성질 더러운 이웃이었으면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는 염치없는 짓을 내가 했는데, 어느 해 연말 대동계에서 참다못한 이웃 한 분이 조용히 불만을 토로하시며 그 사실을 인지했을 때 빈말이지만‘제가 죽을죄를 저질렀습니다.’라며 공개 사과를 한 후 그 다음부터는 2년 간 아예 농사를 짓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