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검은 머리 짐승과의 물싸움(3부)

그리고 또 한 주가 시작 되었고 월요일 아침 물을 주려고 수도꼭지를 틀고 물을 주는데 물이 잘도 나온다. 더하여 신나게 콧노래도 나온다. 그렇게 10여분 아니 그 정도도 안 됐을 것이다. 갑자기 물이 안 나온다. 이게 무슨 변고인가? 급히 관수정으로 달려가 뚜껑을 열고 본즉 모터 도는 소리는 들리는데 물은 안 나온다. 그 순간 모터의 몸체에 손을 대보니 살가죽이 금방 발갛게 익을 정도로 뜨겁다. 깜짝 놀라 급히 모터의 전원을 분리하고 문쌤에게 보고를 했다.“문쌤! 내가 물 좀 주려고 틀었더니 첨엔 잘나오다가 10여분 만에 물이 안 나와…어쩌구 저쩌구..”보고를 했더니“고장 난 것 같으니 주말에 내려 갈 때까지 모터를 사용하지 마세요!”라며 야멸차게 엄명을 내리신다.

 

엄명도 보통 엄명이 아니시다. 모터의 주인이 사용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니 어쩌겠는가. 일단 수도로 대체한 뒤 저녁 으스름할 때, ‘도대체 뭐지?’하며 시험 삼아 모터를 연결하고 물을 트니 물이 잘도 나온다. 일단“요오씨~!”회심의 미소를 짓고 다음날부터 지하수를 계속 썼다. 그리고 다시 문쌤이 내려오고… 다시 올라가고…

 

그런데 다음 월요일 또 물이 나오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그 주는 다시 수돗물로 텃밭을 가꾸고 여전히 문쌤은 토요일 내려와 충분히 물을 쓰고 있고…어떻게 약이 오르는지 문쌤을 찾아갔다.“어이!(약이 오르니 시비쪼다,)씨팔!(욕도 절로 나온다)당신이 틀면 물이 나오고 내가 틀면 물이 안 나오는 이유가 뭐야!?”약이 올라 있으니 좀은 고압적 언사다. “글쎄 말입니다. 형님”하며 비웃듯 미소 짓듯 입가로 약간의 웃음을 짓는다.“당신 혹시 이거 원격 조정하는 거 아냐?”그리곤 문쌤은 황당해서 웃고 나는 약 올라서 함께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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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가 또 다른 제안을 한다.“형님! 물통에 물을 받지 말고 그냥 쓰십시오. 물통에 한가득 채우려면 시간이 꽤 걸리니 과부하 걸릴 수가 있을 겁니다.”그 기까지는 나도 이해가 됐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쌤의 다음 발언이다. “형님! 그리고 물을 쓰실 때 1시간 쓰고 1시간 쉬었다 다시 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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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꾸할 말리 없다. 결국 그 말에 나는 그동안 참았던 게 폭발을 하고 말았다.“이런! 씨팔! 야~! 더러워서 물 쓰겠나? 너는 오면 수도꼭지만 틀면 몇 시간이라도 계속 틀어놓고 쓰면서 뭐..?? 1시간 간격으로 써다 쉬었다?? 4~5년 잘 쓰던 물을 이상한 장치를 한 뒤로 고장을 내 놓고 이제와 시간제로 써라고?? 씨발 어디서 배워 처먹은 수작이야!” 정말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낫살 먹은 놈이 그리할 수는 없고, 그 말이 끝나고 지하수가 연결된 호스를 뽑고서 창고로 뛰어가 낫을 가지고 와 싹둑 싹둑 몇 동강을 내며 소리쳤다“내 더러워 그 물 안 쓴다. 니 혼자 다 쓰고 잘 처먹고 잘 살아라!”그리고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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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날 저녁 뒷집에 새로 이주한 김 사장 부부 그리고 김 사장네로 놀러온 부부, 개울 건너 이PD부부, 윗집 최공 부부, 전 이장부부, 작년 퇴임한 서울의 某여고교 이 교장(전교조 출신 놈. 조희연의 왼팔 역할을 한 놈), 이 교장 집과 일부 터를 사서 열심히 수리 중인 역시 8월에 퇴임을 앞둔 교사 출신 최 선생 부부 그리고 문쌤 부부를 이미 초청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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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삼겹살. 목살 각각10근씩)에 막걸리에 저녁식사나 하자며 지난 주 이미 약속을 해 두었던 것이다. 사실 나는 새롭게 이주해 오는 사람들을 아주 가까운 이웃(주택)들과 소통시켜 주기를 즐겨 한다. 새롭게 이주한 분들은 처음이라 서먹할 것이고 기왕 좀 오래 된 사람들도 얼굴을 모르면 데면데면할 것이고….그래서 이전엔 마치 이장처럼 그리 해왔는데 2년여 코로나로 인해 서로들 왕래가 뜸 했기에 이 참에 얼굴이나 알자고 그런 약속을 했던 것이다. 더하여 아끼던 발렌타인21년산 1병도 희생이 되었고, 이 뿐 아니라 노래방 반주기에 대한민국 최고의 섹소폰 연주자인 이PD의 연주도 곁들인 친목회 겸 연주회도 가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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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저 색소폰은 내 소유이나 난 저 놈을 250만원에 사고 딱 일주일 연습하다가 그만두고 그냥 보관만 하고 있던 것을 그날 저녁 이PD가 저것으로 연주를 했던 것이다. 불 줄도 모르는 색소폰이 케이스에 처박혀 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시작을 하긴 해야 할 텐데…썰 풀 시간이 없을 거 같아 선뜻 못 대들고 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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