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귤북지(南橘北枳)또는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성어가 있다. 강남(회수이남)의 귤나무를 강북(회수이북)에 심으면 탱자나무로 변한다는 이야기다. 사람도 성장 과정에 따라 선인도 되고 악인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초령왕은 초나라와 패권을 다투는 제나라의 국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당시 제나라엔 3대 째 임금을 모시고 부국강병을 꽤한 명재상이 있었다. 안영(晏嬰:제자백가의 안자)이라고 했다. 초령왕은 안영을 국빈으로 초청했다. 그런데 안영은 요샛말로 치면 루저다. 나처럼 키가 작고 볼품이 없었다. 그 기다 다리까지 절었다.
초궁(楚宮)에 당도한 안영이 초령왕과 수인사를 나눈 뒤 초령왕이 대뜸 한마디 한다.“제나라에는 사람이 없소? 하필 경(卿)과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낸 이유가 뭐요?”안영이 루저인 것을 알고 모멸감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자 안영은 조금도 노여워 않고”우리나라에선 사신을 보낼 때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서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즉, 작은 나라(약소국)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고 큰 나라(강대국)에는 큰 사람을 보내는데, 신(臣)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초나라로 오게 된 것이 옵니다.”초령왕 완전히 한 방 먹고 입만 벌리고 있는 사이 파리가 들어가 죽었다나 뭐라나….
그런데 얼마지 않아 죄인 하나를 끌고 가며 큰소리로‘이 죄인(사실은 초나라 관리)은 제나라 사람이다’라고 큰 소리로 광고를 한다. 그러자 초령왕이”제나라 사람은 도둑질을 잘 하는군.”하자, 안영은 조금도 굴하지 않고“지금 백성들 중 제나라에서 나고 성장한 자는 도둑질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초나라로 들어오면 도둑질을 합니다. 초나라의 물과 땅이 백성들로 하여금 도둑질을 잘 하게 하는 것입니다.”더 이상 초령왕의 표정을 알아 볼 필요는 없다.
어쨌든 그래서 유래한 말인 즉‘남귤북지(南橘北枳)또는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성어다. 그런데 이 얘기를 조금만 더 유심히 살펴보면 안영은 초나라를 아주 뭉개자는 심산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시 초나라는 양자강 이남에 근거를 둔 강대국이니 귤이라고 체면을 세워 준 것이고, 제나라는 회수를 중심으로 한참 북쪽의 산동성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겨우 탱자 정도밖에 안 된다고 겸손함을 보인 것이다.(물론 이 생각은 오병규 개인의 생각이다.)
요즘을 사는 사람들은 또 어떤가?‘집이 어디십니까?,’아! 예! 강북 어딥니다.‘하면’그래요!?‘하며 반응이 어째 시큰둥 한다. 반면에 강남입니다. 하면 금새 놀라움을 나타낸다. 강남과 강북이 강 하나 사이로 한 하늘 아래인 것을 귤과 탱자로 나눠버린다.
얼마 전 초등학교동창회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다. 어떤 놈이 장소를 마련했는지 모르지만 선릉역 근처다. 약속 시간이 러시아워인 관계로 차가 막힐 것 같아 좀 여유를 두고 약속시간 두 시간 전에 출발을 했지만 결국 생각과는 달리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결국 2시간 30분을 헤맨 것이다. 평소 이 시간이면 서울서 대구까지도 갈만한 시간인데 강북에서 강남 가는 길이 이토록 멀다.
도착하자마자, 짜증을 내며 앞으로 두 번 다시 강남에 약속 장소를 정하면 난 참석을 않겠다고 엄포를 놓자 이구동성으로 전철을 타란다. 알고 봤더니 그 시각의 전철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들을 한다. 전철 탈 경우도 있고 차를 몰고 갈 경우도 있는거지…???난 평소지론이‘강남엔 억만금을 주어도 못 산다’다. 도대체 사람 살 곳이 못 될 정도로 복잡하건만 그곳으로 몰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비록 초라한 기분이 들지만 번지르르한 강남의 귤보다는 실속 있는 탱자가 되고 싶다.
왜? 위와 같은 저런 현상이 벌어질까?
이런저런 살 붙이지 않고 딱 한마디로 응축한다면 강남의 귤 값 때문이다. 시쳇말로 아무리 하꼬방이라도 강남 것은 귤 취급을 받고 아무리 저택이라도 강북 것은 탱자 취급을 하기 때문이다. 다 찌그러져가는 강남 귤이 비까번쩍하는 강북 탱자를 우습게 보는 것이다.
그리고 더 웃기는 건 8학군이 문제다.
서울 종로하면 사대문의 중심이기도 했지만 왕조시대 웬만한 역사가 모두 집약되어 있는 수도 서울의 중심이자 강북의 얼굴 마담이었다. 특히 정치 1번지 어쩌고 하지만 것 보다는 대한민국 교육의 최중심지였었다. 종로구 안국동 로타리를 중심으로 반경 1km 이내에 있었던 경기. 서울고를 비롯한 숙명. 진명. 창덕. 휘문. 중동 등등 기라성 같았던 1류급 학교들이 몽땅 강남으로 이전하며 소위 8학군이라는 걸 형성하며 강남의 귤 값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정도 설명했으면, 강남 귤 값이 결국 타 지역 탱자 값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역대 위정자들이 눈치 채야 할 텐데 대가리에 든 거라곤 주입식 교육에 한정된 예상문제만 달달 외워 공무원도 되고 위정자도 된 놈들이 눈앞의 귤 값만 따지고 드니 귤이고 탱자고 가격안정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내 비록 산골 촌로지만, 딱 한마디로 부동산 대책에 한 수 둔다면, 그 어떤 대책도 주입식 교육의 대가리론 해결 못한다. 다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소위 8학군을 없애고 명문고를 분산 시켜라. 특히 택지개발 반대 하는 곳, 미분양 물량 때문에 입이 튀어 나온 곳에 잘 생기고 먹음직한 귤을 옮긴다고 소문을 내 봐라…..1년 아니다 한 달 안에 미친 년 널 뛰 듯 하는 강남 귤 값 잡힌다. 나 같이 종로 구석진 곳에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엄한 놈 세금으로 잡을 생각 말고…
거듭 주장하는바 이지만, 그 어떤 대책을 내 놓아도 서울의 부동산 대책은 없다. 기왕 욕먹을 거면 강남주민 욕 다 먹고라도 8학군 없애고 8학군 내의 소위 명문고들을 다른 구로 고루 분배 배정해 주면 강남집값 바람 빠진다. 문제는 강남의 집값만 뛰는 게 더 큰 문제가 아니던가????
BY SS8000 ON 9. 29, 2018(강북 탱자 가라사대에서…..)
“대기업 3~5곳, 명문대·특목고 묶어 지방이전 추진”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2/09/06/QHQ5NRAMJ5CHTAPQSTPZDHEDG4/
이제야 참 지도자를 만났다. 아니 우리가 참 지도자를 뽑았다. 다른 어느 정권도 생각해 내지 못한 수도 서울과 지방 그리고 노농의 극심한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윤석열 정부에서 낸 것이다. 긴 얘기하면 잔소리다. 윤석열 정부가 다른 건 다 못 해도 이 거 하나만 제대로 해도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정권이 될 것이다.
다만 곁들인다면 필자의 주장대로 8학군을 없앤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