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달 살이 3주째다. 묵고 있는 숙소는 7층이다. 호텔은 아니고 근린상가 건물이다. 제주의 가옥 형태는 단층 즉 일반주택이 주류다. 간간이 아파트가 있지만 육지처럼 고층은 별로 없다. 7층만 해도 아주 높은 것은 아니더라도 꽤 고층에 속한다고 봐야 될 것 같다.
먼저 시야가 툭 터였다. 서귀포 앞 바다 소위‘오션뷰’가 확실하고 저 멀리 한라산 정상도 보인다. 한마디로 전망이 끝내주는 방이다. 제주의 날씨는 올 때부터 여태까지 화창한 날씨였으나 그 그제부터 하늘도 바다도 시커멓다. 아마 본격적인 겨울이 제주에도 시작되는 모양이다.
7층에서 내려다보는 제주의 밤바다는 야간조업(操業) 하는 배들의 불빛이 선명하다. 근해에서 조업하는 어선과 보다 먼 바다에서 조업하는 어선의 불빛이 명암을 달리하며 반짝이고 명멸한다. 노인성질환(?)인 전립선 문제로 꼭 새벽에 잠이 깬다. 화장실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가기 전 다녀와서 무심코 밤바다를 내려다본다. 어느 날은 불빛이 더 많기도 어느 날은 또 그 반대이기도.
월드컵 경기16강까지의 과정은 생략하기로 한다. 16강이 결정되던 날이 그랬다. 그 밤, 밤바다를 보았다. 어쩐 일이지? 매일 보이던 밤바다 어선의 불빛이 하나 없다. 풍랑이 일거나 파도가 친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그리고 아래의 주택들과 멀리 떨어진 아파트를 둘러보았다. 군데군데 창마다 불빛이 훤하다. 무얼까? 길게 생각할 것 없이 그 밤 그 새벽 16강 경기에 몰두하고 환호들 했던 것이다. 심지어 조업을 포기해가며…아침이 되어 승리의 기쁨을 만끽 했다. 경기를 시청하지 않은 마누라와 함께….
시간여 전 끝난 8강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새벽4시 경기가 시작되기 전 밤바다를 바라봤다. 어라!? 어선들의 불빛이 꽤 많이 명멸한다. 이건 뭐지??? 세계 제1의 강팀과 붙었다고 아예 포기를 한 조업인가? 그리고 주위의 민가와 아파트를 돌아봤다. 16강 새벽만큼 가가호호 불빛들이 새어나온다.
아~! 안타깝다. 전반에만 4골. 솔직한 심정으로 8강은 어렵다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너무 많은 골을 전반에 먹었다. 그래도 경기에 몰두 하느라 몰랐는데 하프타임 다시 밤바다와 눈 아래 펼쳐진 민가와 아파트를 바라본다.
밤바다는 여전히 어선들의 불빛이 명멸하고 있지만, 경기 시작 전 가가호호 새어나오던 불빛은 하나. 둘. 셋… 다섯 손가락으로 세기에도 충분 했다. 워낙 강팀 세계 최강을 만난 게 악운이다.
세계 최강의 벽은 높았지만… 미래를 쏘아 올렸다
https://www.chosun.com/sports/special-qatar2022/2022/12/06/MQMIOYRUIRF4DAIMDSHI4RVSJM/
국대 그대들 정말 잘 싸웠다. 말 그대로“졌잘싸”였다. 그대들이 못한 게 아니라 상대가 너무 세고 강했다. 그래도 그대들 때문에 국민들은 많은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하면 된다는 희망 또한 얻었다. 수고했고 고맙고… 그대들 영원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