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얘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다. 그날 마을 주민회가 열리던 날 이 글을 초안으로 50여 명의 주민 앞에서 읽어 내려갔던 것이다. 이런저런 자음 모음을 집합시켜 썰은 좀 풀겠는데 하다못해 망년회장에서 누가 마이크를 내게 들이대면 ‘허걱~!’ 숨이 막히며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쭈물쭈물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상등신이 나다. 도대체 이게 무슨 병인지… 그래서 아예 아래의 썰을 주민들 앞에서 읽어 내려 가듯 했다. 각설하고…
안녕하십니까. 대월 주민 여러분!
원래 주민총회라는 건 마을 이장님이 주최가 되어야 합니다만 오늘은 특별히 제가 주민회를 열어 달라고 이장님과 노인회장님께 특별히 간청을 드려서 열게 된 것입니다.
갑자기 열리는 그것도 특별 요청으로 열리는 주민회에 대해 몹시 의아들 하시겠지만, 주민회를 열게 된 동기부터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그에 앞서 먼저 제 개인적인 얘기부터 먼저 좀 해야겠습니다.
제가 이곳 대월에 정착한 게 2010년 11월이었습니다. 본격적인 겨울에 돌입하던 그런 시기였고 당시는 지금 저희집 아래채만 있을 때입니다. 당시는 저와 집 사람이 토요일이나 휴일을 이용해 서울집과 이곳을 다녀갈 때였기에 마을에 대한 정보나 지식(?) 같은 게 전혀 없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는가 했는데 다음 해 5월 경 파리가 한두 마리 보이는가 했는데 날이 더워지고 시간이 갈수록 파리가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거짓말 안 보태고 입만 벌려도 파리가 입안으로 들어갈 정도로 창궐을 했습니다. 아니한 말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파리박멸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었습니다. 당시 제가 그 집과 땅을 2억3천만원을 주고 샀는데 어쩔 수 없이 3000만원을 손해 보고라도 팔아달라며 그 땅을 살 때 소개한 부동산에 다시 내 놓았습니다.
그리고 파리가 창궐하는 원인을 알아보니 지금 최x애씨네 집 뒤로 70여M의 축사가 있다는 사실을 그 때야 알게 되었습니다. 겨울이라 파리가 있는 줄을 몰랐던 것이지요. 하여 부동산에 더욱 채근을 했습니다. 더 손해를 보고라도 빨리 팔아 달라고 사정을 했지요.
그랬던 게 일이 이상한 쪽으로 전개가 됐습니다. 축사 주인이 이런저런 빚이 많았던지 그 축사가 경매에 들어간 것을 그이의 아들이 낙찰을 받고 다시 되 판다기에 가격 절충은 뒤로 하고 무조건 내가 사겠다고 나섰던 것입니다. 그때 중개를 하신 분이 마을 원로 이x식 형님이십니다.
결국 제 땅이 잘 안 팔리자 그 축사를 사기로 했고 축사를 사자마자 폐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그 축사를 충분히 깎을 수 있음에도 오죽했으면 경매까지 붙었겠나 싶기도 했고, 우선 내가 살아야 하기에 달라는 대로 4천만 원을 주고 샀습니다. 전체 넓이는 3천여 평 가까이 됐지만 실제 본인의 땅은 120평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진 모두 시유지였습니다. 그 당시 이 일대의 토지가 비싸게 주는 곳이 10만 원 전답은 5~6만원 할 때 였습니다. 따져 보십시오. 오늘날 이곳 대월리 땅값이 비싼 곳이 30만 원 내외이고 보통은 15만 원에서 20만 원 안 쪽입니다. 제가 생색을 내려는 게 아닙니다. 비교를 해 보시면 얼마나 비씨게 사 주었는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축사가 20년 가까이 해 오던 것이라 오물이며 온갖 쓰레기가 쌓여 있었습니다. 먼저70M 축사를 폐기 처리하는데 업자와 2천만 원의 경비가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250차의 흙을 덮었습니다. 당시 6만원씩 1500만 원이 들었습니다. 더하여 전 주인의 30평짜리 무허가 가옥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스레트 지붕 없애는데 350만원, 역시 헐어내고 폐기물 처리하는데 300만 원 이럭저럭 4천여만 원이 넘게 들어갔습니다. 결국 제가 축사를 없애는데 소용된 경비가 땅값을 포함하여 8천여 만 원이 들어 간 것입니다.
주민 여러분!
얘기가 좀 길어집니다마는 일단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마을에 파리가 없어진 것은 물론 그 주위의 거들떠보지 않던 땅들이 팔려나가고 집들이 들어서서 새롭게 태어난 달빛마을을 포함해 근 20채의 집들이 들어섰습니다.
저는 가끔 이 마을 찾는 외지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했습니다. 이만한 규모의 마을에 소 한 마리 돼지 한 마리 없는 마을은 전국적으로 이 마을밖에 없을 거라며 자랑을 널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농담을 했습니다. “대월마을 분들은 오병규 송덕비 세워주어야 한다.”며….
당시 이 마을의 이장님은 현재 노인 회장이신 이x화 회장님이십니다. 당시는 이장님과 암묵적으로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정착하거나 세컨 하우스를 마련하러 오는 분들에게 늘 고지를 했습니다. 가축을 기르는 사람은 절대 안 된다며 엄포를 놓기도 이장님께 공개적으로 협조 요청을 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제가 지금까지 드린 말씀을 잘 생각해 보십시오. 이 마을은 제가 개인적으로 거금을 들여 청정 마을을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제 스스로 그것을 자랑하고 생색내려는 게 아닙니다. 오늘 이 자리에 주민 여러분을 모신 것은 다름 아닌 마을 입구의 염소 축사 때문입니다.
여러분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런 청정 마을에 염소를 기른다는 소문이 났던 것은 4~5년 전이었고 또 그 사이 코로나 팬대믹이 발생하며 단속(?)을 하지 못했던 것인데… 저는 먼저 마을 입구에 염소를 기른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솔직히 설마했습니다. 그리고 들리기에 몇 마리 되지도 않고 가끔 마을 행사가 있으면 염소 한 마리를 희사하기도 하며 다 잡아먹으면 더 이상 기르지 않는다기에 그냥 유야무야 넘어갔던 것입니다. 그랬던 염소 축사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오늘 이 자리에 모신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