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일기:용서와 화해 그리고 양보(5부)

불의를 보고 참으면 병이 된다.

소제(小題)싸움의 정석어떤 싸움이든 정의가 이긴다.”의 마지막을…<<<최악의 경우 놈이 나를 한 대라도 때려 주기를 원했다그랬다면 지루한 염소와의 전쟁(?)은 쉽게 끝을 맺을 수 있다는 확신이 내게 있었다그런데 나의 바람과는 달리 놈이 고분고분 해 지자 문제는 다른 쪽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부부의 염소 축사와 집은 차도와는 20m 내외에 있고 그 아래쪽으로는 마을 사람들의 경작지다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그 경작지의 주인이 전임 노인회장님과 전전임 노인회장님이다두 분 다 80 중반이신데전임 회장님은 다변(多辯)에 명랑하신 분이고 전전임 회장님은 도통 말씀이 없는 과묵(寡默)한 분이다.

두 분 다 염소 축사가 자신들의 경작지 위에 위치해 있어 평소에도 염소의 배설물 냄새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계셨지만 워낙 장대한 놈이 버티고 있으니 할 말을 하고 싶어도 주눅이 들어 꼼짝을 못하셨던 모양이다특히 여름철 비라도 오면 염소 배설물과 오폐수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경작지로 흘러들어 오면 정말 죽을 맛이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두 양반이 어찌나 피해가 심한지 가끔 소극적인 항의를 하셨지만 비가 개면 괜찮을 것이라든가 여름철만 좀 참아 달라며 오히려 사정을 해 오며 마누라 또는 자신이 직접 막걸리도 한 주전자 또는 음료수와 커피를 타내곤 했던 모양이다그런즉 놈의 우락부락한 덩치에도 주눅이 들어 있는데다 이런저런 음료수 뇌물(?)을 싫든 좋든 받아 잡수셨으니 꾹꾹눌러 참고 있었는데 마침 그날 그런 상황이 전개되던 터라 구석진 곳에 앉아 계시다가 겨우냄새가 좀 심하긴 심해~!”라고 전임 회장이 한마디 던지자 전전임 회장님은 맞아~! 맞아~! 냄새가 좀 심하지~!” 두 양반의 말씀은 딱 이 한마디와 동조적 추임새 뿐이었는데 내 옆에서 시위를 하던 노x오는 갑자기 그곳(두 회장님 앉아 계시는 곳)으로 대중을 밟아가며 가더니~! 18 그러면 아래로 다니면(차로가 아닌 좁은 농로가 있음경운기도 다닐 수 없는 좁은 농로를 얘기하는 것임)되 잖어요~!? 그리고 아~! 이 양반들아~! 나 다시 안 볼 거야~! 18 농사지을 때 힘들다고 막거리도 내고 커피나 찬물이라도 한 그릇 우리가 안 보탰어~!?”라며 아예 공갈협박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전임 노인회장님은 ~~!? 이런 원 젠장!”이라며 짧은 외마디를 지른 반면 전전임 화장님은 평소에 말씀 한마디 없던 양반이뭐시라~! 이런 빌어처머글놈이 있나!? 물 한 잔 커피 한 잔 타다 준 게 염소 먹이려고 그랬던 거여~!?”라며 항의하시며 울분을 토하시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난 젊은 시절 좀 모난 데가 있었다내 생각에 이것은 불의(不義)다 생각하며 그것을 못 참았다온갖 참견을 하다가 파출소 끌려가기도….자랑이 아니고 그런 사례를 오래전 풀었던 썰이 있다.

혈기방장 하던 총각시절동네 길을 지나다 어떤 싸움판을 보았는데당시 나 만치나 젊은 사내가 한 여인네를 오뉴월 개 패듯 하는 것이었다자세히 보니 젊은 사내놈은 시동생이요 맞고 있는 여인네는 놈의 형수다원래 그 자의 형이 나와는 같은 직장의 현장 동료라 안면이 있었고얻어터지는 형수 또한 안면이 있는 터였기에 그 이전투구 현장을 못 본 채 지날 수가 없어 중간 끼어들어 말리고 있는데시동생 놈이 말리는 나를 말린다고 욕설과 함께 두어 차례 가격을 한다생판 모르는 놈 같으면 좀 억울(?)하기로 그냥 갈 수도 있었을 텐데직장 동료의 동생이요 마누라라는 특수성 때문에 왠지 모를 자존심이 상하여 놈을 근력(筋力)을 다하여 존나게 패 버렸다그 와중에 경찰이 달려오고파출소로 끌려가고현장 폭력범으로 조서를 꾸미고,,,,아무튼 그 일을 좋게 마무리 하느라 두세 달 치 월급이 날아가는 곤욕을 치루고 서야 자유인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기가 막히는 사실은 반 초주검이 되도록 얻어맞는 년을 보고 안타까워 싸움판에 끼어 들고 말려 주었더니 진술할 때는 저를 개 패듯 하던 시동생 놈과 한패거리(원래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가 되어 불리한 증언을 하는 것이었고직장 동료였던 형이란 놈도 제 마누라 지 놈의 동생에게 얻어맞은(가끔씩 그러는 모양이지만…)사실은 숨긴 채 내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것이다어쨌든 그 사건이 있은 몇 달 후 그 직장 사표를 내고 그만 두었으니 그 콩가루 같은 집구석의 뒷얘기는 모르지만나는 그때 이놈의 나라법이 결과만 치중했지 원인은 살필 생각을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고그런 후로는 절대 의인(義人?)다운 행위는 삼갔던 것이다.

모든 사건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고 그 원인에 또한 반드시 결과가 있는 것이다바꾸어 말하면어떤 결과가 있으면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는 얘기다아주 지극히 개인적 사건이지만그 사건의 결과가 있기 전 안면이 있는 시동생과 형수가 길거리에서 개싸움(형수란 년이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고 있었지만)을 벌여 한 쪽이 초주검이 되어 감에도 누구도 말릴 생각을 않는다면 이게 정의사회인가그런데 말리는 나에게 눈깔이 뒤집힌 시동생 놈이 먼저 손찌검을 했다면 놈이 먼저 도발했으니 원인 제공자는 그 놈이다결과야 놈이 묵사발이 되었지만그래도 원인을 제공한 놈이니 처벌에 경감(輕勘)을 적용했어야 했다정의사회구현이라며 입으로는 외치고 참 정의를 위해 아사리 판에 뛰어든 정의의 용사를 처벌한다면 어느 누가 불의(不義)를 보고 뛰어 들겠는가.

아무튼 젊은 시절은 젊은 시절이고 나이 먹었다고 그 놈의 불뚝 성질이 어디 가겠는가놈의 그런 거친 언사와 표현에 그만 수십 년 잠자고 있던 나의 무모한 성정 즉 불의를 보고 못 참는 개떡 같은 성질이 활화산이 되어 폭발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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