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原題)“용서와 화해 그리고 양보”라는 제하의 썰을 풀게 된 동기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래지향의 한일관계 확(수)립 및 선언에 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현금 내가 사는 마을에서 벌어진 염소 부부와 마을 주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국가 간에도 용서와 화해 그리고 양보를 쌍방 호혜의 원칙에 따라 외교적으로 풀어야겠지만 좁은 의미 개개인 간의 갈등과 오해도 대화로 풀어가며‘용서와 화해 그리고 양보’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미 염소부부와는 화해를 하고 평소처럼 지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좀은 미진한 구석이 남아 있기에 가급적이면 그 미진한 것을 염소부부 그리고 마을주민들이 마저 해결하고 해소 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에 관한 얘기는 차츰 하기로 하고 오늘은 왜 용서와 화해가 필요한지 잠시 생각해 보기로 하자.
물론 내 개인적으로는 소위 인터넷 게시판에 썰을 풀기 전부터 더 정확하게는 소위 위안부 사태가 일어나며 한일관계가 최고조로 경색될 당시부터 내가 배운 또 내가 아는 역사관과 너무 많이 배치가 되고 또 그 이전 일본의 오사카와 동경으로 보따리장사(1996년)를 하러 갔다가 일본 국민들의 시민정신에 반하여 썰을 풀기 시작했고 심지어 일본을 배우자는 의미의“어쩌다 나카사키 짬뽕”이라는 책자까지 발간했던 것이다.
일본을 배워야 한다.
아주 오래 전 일본출장을 갔다가 업무를 마치고 거나하게 취한 상태에서 호텔로 간 적이 있었다. 술은 취했건만 잠은 오지 않고, 호텔 창가에서서 자정이 넘은 시각의 도쿄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자정이 훨씬 넘어 새벽으로 가는 시각임에도 거리를 달리는 차량이 정확하게 신호등의 불빛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법규를 지키는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아니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을 우리는 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즈음 M본부에서‘이경규가 간다.’라는 교통법규준수 및 선진 교통문화 창달을 위한 몰래 카메라로 한 밤중이나 새벽의 신호등 지키는 모습을 그려내기 위한 프로가 있었고, 법규를 제대로 지키는 운전자에게 행운의 상금이든가 금붙이든가를 포상까지 해 주는 프로가 있었다. 양심 바른 운전자 하나가 나오면 그날의 방송을 마치는 프로였으나 온 밤을 꼬박 새우고도 한 사람도 없는 경우가 허다했었다. 우리가 그랬다. 그런데 지금이라고 달라졌을까?
그래서 나는 그날 도쿄의 밤거리를 한동안 유심히 내려다 보았던 것이다. 그런 순간들을 목격한 나는 그들의 준법과 질서에 섬뜩한 두려움을 느끼고 취한 술이 깨였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장면을 목격하며 누군가 질서는 아름답다고 했지만, 일본인의 질서는 아름다움을 넘어 두려움으로 승화되고, 섬뜩한 두려움을 넘어 지독한 부러움으로 자리 매김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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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쿄인지 오사카인지? 아마도 이때부터 난 일본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절대 질시의 대상이 아니라 배움의 대상이라고 생각을 머금었다.
얼마 뒤 다시 일본을 찾았을 때 일부러 긴좌 거리를 배회하다가 신쥬쿠 히가시구치라는 곳으로 전자제품을 하나 사러 갔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일본 말을 할 줄도… 지금처럼 핸폰이 있는 것도… 혹시 길을 잃을 것에 대비하여 호텔에 비치된 명함 하나 달랑. 지나가는 후줄근한(사실은 절약했는지도… 그래도 만만해 보여.)중년에게 다짜고짜 명함을 내미니 쭉 훑어 본 후 손짓으로 자신을 따라오라는 것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대충 2k이상을 선도하며 지하철 입구로 데려다주며‘사요나라!’를 읊조리는 것이었다. 우리라면 200m는 고사하고 20m라도 인도 했을까?
지하철을 타서도 마찬가지다. 소란한 가운데 빈 좌석이 있기에 이게 웬 떡이냐? 가서 앉았다. 그런데 이번엔 깔끔한 신사 한 사람이 나를 보며 무엇이라고 얘기를 했지만 나는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자리를 고수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중년의 신사 다급하게‘올드망 올드망’하기에 독일이 원산지인 명견 도밸망 얘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위쪽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기에 그 손끝을 따라가 보니 노약자와 임산부 그림이 보이는 것이었다. 아무리 무식하기로….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이었다. 글쎄다. 요즘 지하철을 타 보지 않아 우리도 이런 제도가 있고 질서가 잘 지켜지는지…..
내가 사실 일본을 배우자는 썰을 시리즈로 풀기 시작하는 데는 어떤 두 가지 동기가 있다. 첫째, 이번 부산진구 정신대 소녀상 문제로 한. 일관계가 소원해 졌거나 경색된 것 때문이다. 이 점은 워낙 양국 국민의 정서가 첨예하게 대립된 상태이라 차츰 하나씩 그 문제점과 난제를 얘기하기로 하겠다.
다만 두 번째 동기에서 진정으로 일본 그리고 일본인에게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오래되지 않았다. 어느 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tv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연속극은 아예 안 보는 스타일 요즘은 뉴스 보는 것조차도 두렵거나 분노 스럽고 주로 다큐 프로를 본다. 공영방송1tv에서‘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프로가 있다. 세계 각지의 유수한 도시 및 관광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이 프로를 본방으로 그리고 돌려보기를 즐겨 한다.
어떤 관광지였던가? 물론 일본의 어떤 지방…그 프로의 PD가 현지인에게 느닷없이 마이크를 들이대며 인터뷰를 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반대 방향에서 일군의 관광객들이 조잘조잘 소란스럽게 오다가 인터뷰 장면을 목격하고 일행 중 한 사람이‘쉿!’그 다음은 일본말을 모르니…뭐 분명한 것은 조용해! 라고 하지 않았을까? ‘쉿!’그 다음엔 그들은 정지를 하며 인터뷰를 계속 하도록 했으니까.
비록 화면 속이지만 나는 그 장면에 감동을 먹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라면 과연 어땠을까? 두 손가락으로 V자를 거리며 대가리를 카메라 쪽으로 들이대며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을까? 이런 게 일본, 일본인들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자연스럽게 해 내는 일본이 부럽고 그래서 배우자는 것이다.
오늘의 얘기는 이것으로 끝낸다. 다만 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어제 내 썰을 탐독하시는 독자(마을에 사시는…)가 한 분 널어 났다는 것과 또 다른 독자(역시 마을에 사시는..)는 쥐새끼처럼 숨어서 이 썰의 결과도 보지 않고 자신의 오류를 숨기기 위해 새로운 독자를 모시고 왔다는 점이다. 아무튼“용서와 화해 그리고 양보”의 나머지 얘기가 끝나고 나서 나의 진심을 그들이 알아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