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임원직은 봉사직이어야 한다.
충주에서 임플란트를 하고 약3 시간 뒤 돌아오는 길에 염소축사를 지나기 전 아침의 그 잔상이 떠 오르며 또 분노가 치미는 것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내려서 욕이라도 한마디 던지려고 했는데 트럭과 트랙터는 다행히 치워져 있었다.
사실 아침에 그 광경을 목도 했을 때 노인회장의 승용차가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노인회장이 설득시켰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참.. 너도 생으로 고생 한다. 그러나 어쩌겠나? 결자해지 아니냐?’라고…
원래 염소 부부가 그곳에 축사를 짓지 못하게 하고 또 기왕 일이 저렇게 벌어졌으면 현임 이장이라는 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했었다. 그런데 이장이라는 놈은 이번 사태에 겨우 주민소집의 메시지만 보냈던 것이다. 그 나머지는 몽땅 노인회장이 위임을 받고 사태 해결에 앞장 선 것이다.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유추해 보건대, 염소 부부의 집터와 축사 터 즉 농지는 원래 3~4대 이전의 이장의 소유였고 그 이장의 부인과 염소네(현 마을부녀회장) 그리고 노인회장의 부인과 현 이장의 부인 이렇게 넷이 죽고 못사는 관계로 친밀한 그야말로 아삼육 관계였다는 것이다. 결국 유추를 해 보면 멀지 않은 이웃 마을에서도 염소를 기르다가 어쩔 수 없이 철수를 해야 할 입장인데 네 여편네들이 작당하여 소개를 하고 그렇게 그 땅을 사들인 뒤 이번엔 이장이라는 자와 그 오이프가 앞장 서 주민들에게 전혀 통보도 않은 채 염소축사를 지었고 소위 시청의 주무관이라는 놈은 현장 답사도 않은 채 청정마을 입구에 축사허가를 내주는 모양새가 된 것이 나의 유추이며 이 추론은 90% 들어맞을 것이다.
어찌보면 노인회장은 마을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하는 듯 하지만 제 마누라의 오류를 감추기 위해 전면에서 애를 쓰고, 정작 질타를 받아야 할 이장 놈은 뒤에 숨어서 아무 책임이 없는 듯 입을 닦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이 또 있다. 즉 ‘주담대학교’에 등장하는, K대 나왔다는 새마을 회장이다. 사실‘주담대’ 이야기는 픽션 아니 나의 순전한 창작 개그다. 그런데 굳이 그 친구를 등장시킨 것은, 그를 평하자면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참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K대를 나왔으니 신언서판(身言書判)에서 몇 부분은 합격이고 또 음성이 마이크를 대지 않고도 천등산이 흔들릴 정도로 우렁차며 무엇보다 부지런 하고 친화력과 붙임성이 대단하여 마을 사람 남녀노(소는 없으니..)누구와도 소통을 잘하고 있는 마을의 후배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친구가 차기 마을 이장을 맡았으면 했고 심지어 당신이 이장이 되면 우리 마누라를 부녀회장 시키겠다며 본인 앞에서 공개적으로 얘기도 했었다.
또 본인도 사양하는 척하지만 내심 아주 싫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작년 가을엔 땅콩농사를 실하게 지어서 이웃에게 앞앞이 나누어 주기도 올 봄엔 천등산에 일부러 올라 고로쇠물을 채취해 이런저런 분들게 나는 것 하며.. 내심 마을 이장으로 점찍었던 것이다.
사실 현임 이장이라는 놈은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젊은 50대 갓 들어선 친구다. 마을 이장직을 맡을 사람이 없어 서로 사양하는 바람에 8년째인지 10년째 그 직을 맡아 오고 있다. 문제는 이 친구가 마을 위해 하는 일이 전혀 없고 마을의 민원을 제대로 수행 않는 다고 소문이 나 있는 것이다. 다만 그의 부인이 부녀회의 총무를 맡아서 부녀회장과 함께 수고를 아끼지 않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런 것들은 마을을 위해 아주 편협된 것들일 뿐이다.
얘기가 잠시 비뚤어졌지만, 염소 사태가 벌어지고 1차 마을 임원회가 먼저 열렸었다. 마누라는 이미 밝힌 대로 노인회 부회장 자격으로 그 회에 참석했었다. 다녀온 마누라의 전언(傳言)이 그랬다. 그 장소에서 염소사육을 극구 말려야 할 K대 출신 새마을회장이 염소사육은 불법이 아니고 정당한 것이라고 두둔을 하더라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염소 부인을 향해 반말을 하며 이름까지 탕탕 부르며 친근감까지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속으로‘음~! 역시 그 놈도 한 통속이군..’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 자가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 보니 차기 마을이장을 위한 선심성 발언이라고 결론을 내렸으며 그따위 정신이라면 너는 이장은커녕 반장도 못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늘 그런 것 같았다. 이장의 차량, 노인회장의 차량, 그리고 새마을회장, 앞집 만식 형님 차량 등등..염소네 집 앞에 도열해 있었던 적이 많았다. 이 또한 유추해 보면 모두 마을의 고위층 임원직에 만식 형님 같은 사람은 마을 원로 중 말빨이 젤 쎈 인물이다.
이 정도면 생각을 달리하면 마을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의 권력자들 아닌가? 착하디 착한 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아야 소리 한마디 못하고 당하고만 산 것이다. 내가 굳이 오늘의 소제(小題)를“마을의 임원직은 봉사직이어야 한다.”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것은 나름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얘기를 좀 더 확대해서 주장한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이 나라 국개색히들도 봉사직으로 바꾸어야 한다. 티끌 같은 권력을 저희 자신과 가족을 위해 악용하는 폐습은 군관민이 따로가 아닌 게 슬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