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의 속성이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그 정도가 심하냐 아니냐는 다를 것이다. 가령 어떤 위기나 난처함을 피했을 때, 처음 그것들을 피하기 위해 얼마나 얼마나 많은 기도와 기원을 했을까? 심지어 조물주를 찾고 자신이 섬기는 신에게 빌고…“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두 번 다시 그런 짓이나 실수 또는 오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자신과 굳은 약속은 시간이 지나면 시나브로 잊혀지거나 한순간 파기시키고 마는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썰을 풀고 있는 나 자신부터 그렇다. 그래서 우리 속언에‘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라고 하는 건가 보다.
아무튼 그날 내가 부부에게 다짐을 받았던 것은 첫째, 새로 지은 막사의 가운데를 투명창으로 바꿀 것. 둘째 적당한 날짜에 마을 주민들을 모시고 그날의 난동에 대한 사과를 할 것. 그렇게 약속을 다짐하며 그날 저녁 두 사람은 기분 좋게 물러갔는데….
며칠 안으로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하고 갔는데 오히려 그다음 다음날 부녀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약속대로 투명창을 했다며 아주 밝은 목소리 즉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명랑하고도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아니던가. 이 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마을 주민들이 아니 특히 내가 분노하고 부심(腐心)을 했던가. 그 명랑한 목소리에 대고“잘했어~! 최고야~! 신축사에 염소만 안 들인다면 옛날 축사에서 100마리 아니 그 이상 길러도 말 안 할게…”라며 부추겨 주었다.
오늘 얘기를 잠시 다른 쪽으로 돌려 보자. 사실 이 며칠 걱정이다. 염소 부부와 용서. 화해를 나눈 게 한 달이 됐을까? 그런데 며칠 전 보도에 의하면 이곳 충북 일대에 소. 돼지. 염소 구제역 병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10 수년 전의 그때 보다 확장 빈도는 적지만 좁은 축사에 80여 마리가 오물거리다 만에 하나라도… 상상만 해도 아찔하고 내가 너무 했나?? 하고 걱정이 된다. 정말 다행히도 구제역에 대한 뉴스는 잦아들고 마을 염소는 무사한 모양이다. 우리가 화해를 할 때 구축사에서는 80마리 아니라 100마리 그 이상도 괜찮다고 장담했던 것은 아무리 짐승이지만 그 좁은 축사에서 그런 숫자를 기를 수는 절대 없을 것이기에 장담 했는데 혹시라도 미련한 부부가 돈만 눈에 보이고 염소의 건강은 생각 않을까 걱정을 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녀의 명랑한 목소리에“잘했어~! 최고야~! 신축사에 염소만 안 들인다면 옛날 축사에서 100마리 아니 그 이상 길러도 말 안 할게…”라며 부추겨 준 말 끝에 한마디 덧붙인 게 있다“이제 마을 주민들에게 사과 자리 만들고 그리고 이제 모든 오해도 풀렸으니 이전처럼 부녀회장직 몇 년 더 해야지?”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그게 아니다.“마을 주민들과 다과회는 열겠지만 부녀회장은 이제 힘들어서 못해욧!”하며 아까와는 달리 목소리마저 달리하며 아주 단호하고 강한 어조로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도록 잘라 먹는다.
순간 시쳇말로 벙찌고 말았다. 나는 저를 위해서 한 말인데…그동안 5~6년 간을 부녀회장 해 온 게 굳이 염소 사육을 위한 제스쳐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라는 의미로 그런 얘기를 한 것인데…그러나 언제고 얼굴을 대하는 날 다시 한 번 더 강요가 아닌 설득을 시켜 볼 요량으로 그렇게 그날의 기쁜 대화는 끝이 났다.
이제 밝히지만 마을회관의 그 사태가 벌어진 후 많은 분들이 결과에 대해 문의해 오고 어떤 분들은 당장 연판장을 돌려 염소축사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도 있다. 아직도 내게 여름도 다가오고 냄새가 날 것이니 빨리 민원 해결해야 한다는 강경파 주민도 두 분이나 계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좋게 말씀드린다.“애당초 우리가 염소 축사를 몰아 내기 위해 이 민원을 재기한 건 아니잖소. 더 이상 숫자만 널이지 말고 그 이상유무를 가리기 위해 투명창을 요구했던 것이고 그 약속을 지켰으니 이 정도에서 끝을 냅시다. 그리고 두 분 전임 노인회장님께 사과도 했고 나와도 화해를 했습니다.”그런데 주민들의 반응이 탐탁지가않다.“대월마을 주민이 전임 노인회장님 두 분과 오 사장님(주민들의 나를 향한 호칭이다)뿐입니까?”
딴에는 그렇다 내가 마을 주민들에게도 마을회관에 비치된 달달이 커피라도 한 잔 끓여내며 사과를 하자고 강요 아닌 부탁을 한 것은 이런 일이 일어날까 염려되어 부탁했던 것인데…
썰의 장면을 며칠 전으로 돌려 보자. 그녀와 그런 통화를 하고 부녀회장직은 차츰 거론하기로 하고 우선 마을 주민들에게 사과의 장을 만들기 위해 이장과 현임 노인회장에게 나 역시 기쁜 마음으로 이미 저들도 다 아는 사실을 얘기하며 그 주의 토요일 주민소집 통보를 해 달라고 얘기를 했다. 물론 노인회장이라는 친구 그동안 속 썩이던 일이 해결됐다며 역시 밝은 목소리로 주민소집을 해 주겠다며 답을 해 온다.
그런데 토요일 그다음 토요일 또 그 다음 토요일 ….이 썰 즉 ‘용서와 화해 양보’라는 제하의 썰이 만들어지도록 오늘 까지도 연락이 없는 것이다.
몇 편인가? 소제(小題)‘대가리를 악세사리로 달고 다니는 족속들’이라는 제하의 썰이 있다. 이장이고 노인회장이고 염소 부부고 정말 생각들이 그 정도밖에 안 미치는지…그래서 위의 폄하의 제목이 나오는 것이다.
화해도 했고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끝날 것으로 착각들 하지만 분명히 지적하건대 아직‘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솔직히 어떤 분은 벼르고 있다. 첫째 투명창이라고 한 게 흐릿한 반투명이다. 속이 잘 안 보인다. 그나마 여름철이라 그 부분을 말아 올려 개방하기 때문에 지금은 그 속이 잘 보이지만 계정이 바뀌면 어찌 될지 모른다. 솔직히 나도 약간 불만스럽지만 더 이상 염소 부부와 개인적으로 다투고 싶지 않고 이미 나로서는 용서하고 화해를 했기에 더는 관여 하고 싶지도 않고 그리할 것이다. 그렇다고 염소 부부와 내가 대하기 어려운 한우 꽃등심 먹고 화해했으니 그만들 하라며 할 수도 없고..
그러나 벌써 어떤 주민들은 벼르고 있는 것이다. 몇몇이 정식으로 시청으로 달려갈 태세다. 염소 부부에게 더 이상 조언을 할 수 없는 것 처럼 그들을 만류할 자격도 이젠 없는 것이다. 내가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여름철 차창을 열고 다니면 그 역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날이 올 텐데…
잠시 시간을 내어 마을 주민들에게, 말하기 좋잖아? 먹고 살려고 몸부림치다 보니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다며 진솔하게 한마디 하면 진짜 끝날 것을…
오늘로서 이 썰을 끝내며 생각해 보면…애라이~! 나도 모르겠다. 썰을 끝내는 이 순간에도 이장과 노인회장이라는 놈들 얄밉다. 이런 일을 만든 장본인들이다. 처음부터 일을 저질렀으면 염소 부부에게 끝까지 배려를 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쥬쓰쓩디첸거요우 쯔난쯔펑이거우(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같이 술 마시고 밥 먹을 때는 형님아 동생아 하는 사람이 천 명이나 있지만, 급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마음을 함께 할 친구가 단 한 사람도 없다.
염소 부부에게 얼마나 얻어 처먹었겠는가? 그럼에도 끝까지 돌보지 않는 놈들…. 난 한우 꽃등심 얻어먹은 게 자꾸 마음에 걸려 이 썰을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대가리를 악세사리로 달고 다니지 말고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았으면 한다. 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