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폄하도 싫지만, 나잇살 대접도 싫다.

제목이 너무 긴 거 같아 줄이다 보니“나잇살 대접도 싫다.”가 됐지만 정확하게 얘기하면 나잇살 대접받으려고 하는 것도 나쁘다. 나이 먹은 게 무슨 벼슬은 아니잖은가.

 

내가 내 나이를 정확히 모르겠다. 태나기는 1948년생이고 쥐띠이지만 호적엔 그 보다 한 살 아래인 1949년 소띠로 되어 있다. 혹시 주민증 대조할(주로 사내들끼리의 이상한 존심 때문에…)때는 악착같이 내 나이를 찾아 먹지만 한 살이라도 어려야 하는 경우 주민등록상의 나이를 써먹는다.(이런 사나이들 많다. 한 살이라도 더 불려 선배 또는 형 대접 받으려고…)그렇게 헷갈리던 나이가 올해든가 작년이든가? 이번엔 서양식 기준으로 바뀌고 말았으니 정확한 내 나이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암튼 대충 70 중반에 들어서서 돌아보니 60대에 느끼지 못했던 나이 듦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실 69까지도 젊은 친구들이‘어르신!’이라는 호칭을 할 때 마땅하지 않아 했었다.‘어르신은 무슨..제길~!’하며 혀를 찼는데 이제 그 호칭이 그냥 그렇게 들리는 걸 보면 연식이 좀 돼 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면 내가 태나던 48년, 49년도만 하더라도 우리네 평균연령이 40대 중후반이었고 60대만 들어서면 환갑이니 칠순이니 완전 노인 취급을 했었지만, 지금은 80대 후반 심지어 100세 시대라고 하니 생명 연장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결국 그만큼 노인의 정의가 애매모호하다. 단지 법적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정의하지만 지금은 65세도 근력이 팔팔하다.

 

며칠 전 NYT가 우리네 65세 이상은‘지하철 무료 승차 한국 노인 집중 보도’를 하며‘지공거사’라는 호칭까지 써가며 상보를 했지만, 나는 사실 이 부분에서 불만이 많은 편이다. 65세를 노인으로 정의하면 100세 때는 어떻게 호칭할까? 이렇게 되면 노인을 ‘소. 중. 대. 장. 상’으로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65세도 노인이고 100세도 노인이면 어느 쪽이 이해득실이 될까?

 

65세 이상에 대해 경로우대를 해 주는 건 고맙지만 그 우대증을 한계(제한)도 없이 남용하게 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인의 호칭은 70은 되어야 하고 경로우대도 그쯤에서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에 70세가 되면 이런저런 세금을 오히려 감면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이쯤…어제 기사 하나를 검토해 보자.

 

“이용 시간 길어…젊은 고객들 안 와요” 나이 든 손님이 카페서 받은 쪽지 한 장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3/09/26/TQGAT2FYXFH45CFVYXGX2ZMR44/

 

처음 위 기사를 접했을 때 솔직히 카페 주인을 원망했었다. 젊은 고객만 가는 장소가 가끔은 구분되어있는 것으로 안다. 가령 홍대 앞, 나이트클럽, 또 위의 기사 같은 카페 등등.

 

기사 속의 나이 든 손님이라니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추정컨대 노인(65세~?)이 아닐까?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노인은 나이만 먹어서 노인이 아니라 인생 경험이 축적된 나이 든 사람을 두고 하는 얘기다. 즉 이런저런 지혜도 또 눈치도 있는 세대다. 그런데 굳이 젊은이들이 드나드는 그 카페를 찾아간 것도 그리 유쾌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기사에 나온 것만 아닌 또 다른 뒷담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노인 분께서 차 한 잔을 시켜 놓고 물경 7시간 반을 그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본인은 손님도 별로 없어 보였다고 하지만 그 긴 시간을 음료 한 잔을 시켜 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렸는지 아니면 1분만 있으면 나는 가요~!를 되새겼는지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로 영업방해가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카페 주인도 인내력이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솔직히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커피인지 음료 한 잔 값 되 돌려 주고 저만큼 안 보이면 소금이라도 뿌리고 싶은 심정이다. 오늘날 정치적으로 좌파들은 항상 노인을 폄훼하는 고약한 버르장머리가 있어 세간의 지탄을 받고 있지만 나잇살 좀 먹었다고 또 노인행세를 해가며 그 대접을 꼭 받아야겠다는 것도 꼴불견이다. 늙었어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젊어도 똑같은 국민이다. 청. 노를 구분 말고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하지만, 낫살 먹었다고 그것을 꼭 표시나 티를 내가며 상전 대접을 원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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