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 우리 모두 각자의 나잇값은 얼마일까? 아니 그 전에 나잇값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 보자. 사전에는 나잇값을“개개인의 나이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 한다. 결국 그 개개인의 나이에 따른 말과 행동에 따라 값이 매겨 지는 것이다. 좀 애매한 표현이고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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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달리 표현해 보면 세 살 먹은 아이의 나잇값은 서 푼이다. 10살은 열 푼, 20살..30살…
그러고 보면 나이를 먹음에 따라 값(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인간이 똑 같은 것은 아니다. 60을 먹어도 80을 먹어도 서 푼짜리 말과 행동을 하는 인간도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세 살 버릇(나잇값) 여든까지 간다.’라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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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나와 마누라는 여덟 살 차이다. 나는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을 한 정상적(?)인 나이였지만, 마누라는 갓 고교를 졸업하고 취업하여 나와는 같은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사내 결혼을 했다. 요즘 무슨 방송국인지‘고딩엄빠’라는 프로도 있지만, 솔직히 내가 너무 좋아 아직 사회물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여인을 꼬드겨 내 것으로 만들긴 했지만 마누라 입장에서는‘고딩엄마’수준을 간신히 넘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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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희준 선생의 노래 가운데‘엄처시하’라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의 첫 소절에 이르기를“열아홉 처녀 때는 수줍던 그 아내가 첫 아이 낳더니만 고양이로 변했네~ 눈 밑에 잔주름이 늘어 가니까 무서운 호랑이로 변해 버렸네…” 이 말이 딱 여합부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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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중후반 때이고, 그 때도 가부장의 관습 또는 잔재가 남아 있을 당시이라 나는 마누라에 비해 하느님 따까리 정도의 지위였고 마누라는 그야말로 솥뚜껑 운전사로 전락(?)했는데, 결혼하고 2년 후 첫 딸을 낳았는데, 그 이전까지는 꼬박꼬박 공대를 하더니만 어느 날부터인가 말투가 시나브로 반말을 까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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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게 그렇더라고. 첫 아이 낳으면서 반말을 까기 시작하는데“어헛~! 어딜 감히..”라며 항의(?)나 호통을 못 치고 그냥 받아주게 된 후부터 지금까지….그런데 우리 마누라 나와 단 둘이 있을 때 외에는(아이들 앞에서도)절대 반말을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누라의 나잇값을 나 보다 더 후하게 쳐주며 살아간다. 사실 부부라는 관계는 가부장적으로 수직(垂直)이 되어서는 안 되고 수평(水平)이 되어야 원만한 가정이고 또한 가화만사성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런 면에 마누라의 나잇값이 나 보다 더 고가(高價)로 매겨진다 해서 불평이나 불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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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인간들이 나이만 좀 더 먹으면 형 노릇 선배 노릇을 하려 든다. 사실 위에서 밝혔지만 나이에 따라 값이 매겨 진다면 나이 먹는 순에 따라 선배도 형도 되는 게 이상할 게 하나 없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한 게 있다. 나이 먹을수록 인격이 도야(陶冶)되거나 인성이 향상(向上)되는 것은 아니다. 서 푼짜리 언어나 행동을 60 먹은 인간이 할 수도 있고 80먹은 인간이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어찌 나이 먹음에 조금씩 인성을 찾으며 철이 들지만 결국‘철들자 망령난다’로 종을 치고 마는 것이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 모든 조건(?)을 나이로 선수를 치며 상대를 제압하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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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하게 보면 이 모두가 우리 언어의 다단계식 존칭어 때문이다. 존칭도 뭉뚱그려 하나이면 될 것을 2단계 3단계 심지어 최상급 존칭까지 따로 있으니 그 적용(?)범위가 까다롭기 그지 없다. 결국 그런 폐단(?)이 오늘 나잇값이라는 썰을 풀게 된 동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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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북쪽의 김정은이 권력을 쥐고 얼마지 않아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총 영점 타겟으로 잔인하게 죽인 것을 두고 권력 다툼이라고 보는 게 지배적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을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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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과 김정은의 나이 차이를 계산은 안 해 보았다. 대충 1세대 차이는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장성택은 어린 김정은을 자주 대했을 것이고, 어린 김정은에게 훗날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만날 때마다 어린애 취급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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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버릇은 정말 묘한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게 아니더라도 한 번 길들여지면 바꾸기 힘든 것이다. 그러구러 세월이 흘러 김정은이 북쪽의 두목이 됐다. 이미 김정은은 장성택의 조카도 또 김정은의 고모부가 아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인지 못한 장성택은 김정은을 어린애나 조카 취급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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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버릇과 습관이 내 마누라처럼 나잇값을 발휘(?)하여 단 둘 또는 가족만 있는 장소 아니 그것도 안 되지만, 대중 앞에서 노인네인연 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천상천하유아독존의 김정은이 들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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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아명(兒名)은 ‘아만’이다. 허유라는 모사가 있었다. 조조와는 동문수학한 불알친구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허유가 원소의 참모로 있으며 조조를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 날 원소의 참모끼리 일어난 불협화음과 세력다툼에서 밀려난 허유는 원소의 품을 도망 쳐나와 옛 친구인 조조를 찾게 되었고, 허유의 망명을 받아들인 조조는 얼마 후, 결국 당시로는 조조 자신의 가장 큰 목표였던 기주성(冀州城:원소의 본거지)을 허유의 계략으로 함락시키는 혁혁한 공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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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주성을 함락시키든 그날, 신바람이 난 허유는 조조와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마상에서 성문을 가리키며 일갈하기를“아만(阿瞞)아! 내가 아니면 네 어찌 이 문으로 들어가겠는가?”라며 조조의 아명(兒名)을 부르며 야자를 텄다. 조조 수하의 참모와 장수들이 분노하였지만 감히 어떤 자가 상전의 불알친구를 건드릴 수 있으랴. 이는 철없는 허유가 자신의 조그만 공을 지나치 게 부풀려 가호위호(假虎威狐: 호가호위)하는 행동 이었던 것이다. 동년배라고 나잇값을 엉뚱한데 소비한 것이다. 며칠 뒤 허유는 같은 일가인 맹장 허저의 칼날 아래 모가지와 몸뚱이가 분리되고 만다. 예금해 둔 나잇값 엄한데 소비한 죄 값을 단단히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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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지금도 장성택의 죽음은 낫살 더 먹었다고 나잇값 하다가 죽었지 권력 다툼이 절대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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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해서 썰을 끝맺자. 나이 좀 더 처먹었다고 나잇값 하려는 놈이 있는가 하면, 내 나잇값이 40인데 아직도 어린애 취급한다며 나잇값 더 처 달라고 호소하는 놈이 있기에 해 보는 소리다. “나잇값 높다고 개gr 말고 나잇값 더 쳐 달라고 개수작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