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업자득 자승자박

“이미 상한 마음 돌릴 수 있나요” 발길 끊기는 제주 관광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4/01/20/PS7ATTFO4FHEVLFGNIUFAGVO7E/

 

박근혜 정권 때의 얘기다. 당시 중국과는 최고지도자가 교환방문할 정도로 밀월의 시대였다. 양국 간의 수출입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기도 했다. 덤으로는 중국의 유커들이 그야말로 인산인해로 몰려들었고 특히 명동거리는 거짓말 조금 보태 송곳 꼽을 자리도 없다며 관광업계는 희희낙락도 모자라 명동의 명품 상점들은 내국인 출입을 금지할 정도로 오만함 내지 건방을 떨었다.

 

이런 모습에 보따리 장사출신인 나 자신은 당장의 호황보다 미래가 걱정 됐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하지 않든가. 관광객이 넘쳐날수록 더욱 조심스럽게 더욱더 친절하게 그들을 대해야할 텐데…하는 우려를 했던 것이다. 인간의 속성이 특히 장사꾼(하긴 이런 장사꾼 성공하는 걸 못 봤다.)은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이다. 가격 팍팍…싸구려 손님 박대.. 결과는 불친절로 이어진다. “너희 아니라도 손님은 많고 매장은 좁다”이런 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을 찾은 일본인 여자관광객에게 2-3k운행한 택시기사가 10배가 넘는 35만 원의 바가지요금을 씌웠다는 기사가 나오고 뒤이어 일본인 관광객 모씨가 노래방에서 1시간 놀고 캔 맥주 2개를 마셨는데, 물경 40여만 원을 뜯기고 나왔다는 기사며 또 그 다음 날은 명동의 야시장 김밥장사가 김밥1줄에 만원(일반 김밥2천원)을 받고 물의를 일으키자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문화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회의’에서 직접“관광객이 없을 때는 아우성을 치다가 많이 오면 느긋해져서 불친절하고, 김밥 한 줄에 1만 원씩 받고 이런 식으로 관광객을 쫓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관광객이 많이 오길 바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하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불친절·바가지요금 근절을 주문하기도 했었다.

 

오늘 난 기사의 제주도 현실이 여태 내가 썰을 푼 것과 다른 게 있는가? 물론 그 당시의 정국과 한중 관계 또 중국 당국의 혐한에 의한 관광산업과 비교하기는 객관적으로 입장이 다르다. 그러나 친절. 합리적인 가격과 바가지는 별개의 문제다.

 

아들 며느리는 영혼이 맑은 아이들이다. 세상에 부러운 것도 돈에 대한 욕심도 없어 보인다. 가업이라고 물려주었더니 생리에 안 맞는다며 팽개치고 이런저런 데 다니며 알바도 하고 그 돈 모이면 해외에 두세 달 어떤 땐 따뜻한 나라에 6개월 살다 오기도…

 

그러든 어느 날은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가더니 얼마 안 되어 전화가 왔다.“저희 여기 눌러 살 겁니다.”그리고 하는 얘기가 풀팬션을 4억5천 대출 받고 사서 운영하겠다는 것이었다. 하루에 자그마치 85만원이란다. ‘저 놈이 환장을 했지…어쩌려고…???’그러나 내 돈 한 푼 들거나 빌려 달라는 게 아닌데 말리고 말고 없다. 그게 팬대믹 시작되고 다음 해 연 초였다.

 

날 닮아서 상술이 있어서 일까? 아니면 팬대믹이라는 특수성을 타고 났을까? 도대체 방을 비울 수가 없을 만큼 성황을 이루었다. 그 사이 몇 차례 아들며느리는 3~5일 나와 마누라를 위해 팬션을 비워보겠다고 했지만‘그런 미친 소리 하지마라 팬션 구입하는데 땡전 한 닢 보태주지도 않았는데 85만 원짜리 잠자리가 웬 말이냐? 당치도 않다.’며 저희 집(부모 자식 간이지만 집에서 숙식하지 않음) 인근 호텔에서 지내곤 했었다.

 

장사꾼은 팬션을 하든 김밥장사를 하든 나 같이 보따리 장사를 하던 훗날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호황기만 믿고 교만하면 안 되는 것이다.

 

어쨌든 팬션 2년 여 만에 대출금 전액 상환을 했단다. 얼마 벌었을까? 먹고 생활하고 대출금 갚고 자동차 슈퍼카 타고 다니고…꿩 먹고 알 먹고…시쳇말로 훨훨 날아다니는 형상이었다.

 

그런데 항상 좋은 날만 있을까? 아무리 호황기라도 위기는 오기 마련이다. 제주도의 관광객에 대한 푸대접과 바가지요금은 팬대믹이 끝나갈 즈음 이런저런 매체에서 슬슬 입방아를 찢기 시작했다. 바가지를 씌우려면 친절하기라도 해야 하고 그 반대로 친절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솔직히 제주도에서 이러저런 상행위나 사업하는 부류를 보면 60% 육지인 아닐까? 그 사람들 육지의 넘치는 자본을 가지고 제주도를 매입하고 평정을 한 것이다. 제 고향도 아닌 육지 사람들의 친절도? 글쎄다. 이 불친절이 곧 바가지요금과 연대를 한 겻이다. 결국 호황 오래 못 간다. 제주도에서 즐길 돈이면 가까운 동남아나 일본으로 가도 모자람이 없다. 해외로…해외로…매체는 그것들을 우려 했다.

 

아들의 팬션도 서서히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40%까지는 아니더라도 피부로 느낄 만큼 대실이 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펜데믹이 끝나기 전 대실료를 30만 원 확 깎아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리했어도 이전 같이 호황은 아니지만 전혀 지장이 없단다. 우선 대출금리가 안 나가고 여유 덜 부리면 되는 것이다. 지금 아들며느리는 말레시아에 있다. 한 달 살이 가서 설전에 돌아온단다.

 

아들은 중국에서 대학을 나왔다. 그럼에도 중국 손님 절대 안 받았고 요즘 같은 불황기에도 중국 손님은 절대 안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연말인가? 중국의 초화 크루저 선이 입항하면 제주도 관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아들은 전혀 관심조차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유커가 많이 유입이 되어도 불친절과 바가지로는 그들의 마음과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이 될 것이다. 이 모두가 제주도의 자업자득(自業自得),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불러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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