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어무이요~! 죄송해요!!
선친과 어머니의 인연은 정말 각별하셨다. 참, 그런 인연도 드물 것이다. 두 분은1920년생이시고 생월마저 음력으로 8월인데 한가위를 중심으로 열흘 앞에 아버지 생신이고 추석 열흘 뒤가 어머니 생신이다. 그런 즉 아버지의 생신은 언제나 거(?)하게 지냈지만, 한가위의 넘치는 음식을 먹은 뒤끝인 어머니의 생신날은 제대로 기억되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 거의 어머니의 생신을 차려먹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두 분은18세에 혼인을 하셨고, 아버지가 여든 둘에 돌아가셨으니 햇수로 대충 한 갑자를 훨씬 넘긴64년 정도 해로 하셨다. 물론 말년에 어머니가10여 년 치매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것을 감안하더라도 또한 두 분의 해로 기간과 인연이 썩 나쁜 것은 아니다. 두 분의 인연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5년 후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이 날이 또 기가 막히다. 추석을 아흐레 앞 둔 날 어머니는 돌아가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생전의 아버지 생신날이 어머니 제삿날인 것이다. 과문한 나로선 망자의 생일까지 차려먹는 집안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 집은 어머니의 제사상이 아버지의 생신상이 되는 것이다. 다시 얘기하면 여간한 인연이 아니고는 이리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아이고! 썰이 한참을 다른 쪽으로 흘러버렸다.
사실 어제가 바로 어머니의 기일이자 선친의 살아생전 생신일이다. 원래는 천등산자락(향후 내 대에 있을 모든 관혼상제는 이곳에서 치를 계획이지만…)에서 모시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아들 녀석이 홍콩출장을 가는 바람에 부득불 서울로 올라오고 말았다. 더불어 바쁜 아내의 일손을 들어주기 위해 제수꺼리를 직접 사러 나섰다. 그제 아침 아내의 메모를 꼼꼼히 살펴가며 제수를 마련하는데 정말 상상 이상으로 물가가 비싸다. 신문과 방송은 태풍 뒤끝이라 그렇다지만 내 보기엔 이게 보편적 서민의 물가고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뭐 어쨌든 제사를 아니 지낼 수는 없고 더구나 어머니의 제사상에 올릴 제물이기에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장을 보고 있었다.
메모장의 물품이 카트에 거의 채워지고 딱 한 가지가 남았다. 배(梨)다. 마침 진열 된 배를 하나들고 가격을 체크하며, 나는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세상에~!배 하나에 만원…???아연하기도 하려니와 성질이 불끈 돋는다. 태풍이 몰아쳐 전국의 과수 농가를 돕자며 낙과를 반값에 판다더니,, 낙과는 차치하고 배 하나에 만원을 받으면 실제 농가엔 얼마나 돌아갈까? 이거 어떤 놈이 중간에서 지독한 폭리를 해 처먹는 건가? 애써 농사지어 자연재해를 입고 그나마 출하를 했으면 거간이나 중간상을 포함한 장사꾼 놈들의 배때기만 채워주는 거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에 정말 가슴 한쪽으로 열이나고 뚜껑이 열리려고 한다.
그러나 어쨌거나 그런 것들은 한 치 건너 두 치 남의 일이고 당장 만 원짜리 배를 사느냐 마느냐 기로에 선 것은 나다. 진설을 할 때 최소한 세 개는 있어야 하고1만×3=3만원…아! 정말 갈등 생긴다. 어머니 제사 겸 아버지 생신 상을 성의껏 차리기는 해야겠지만, 결국은 산 사람이 먹는 거…내 아들딸 며느리 사위 손녀들이 어찌 귀하지 않겠는가마는 이건 낭비다. 한 개에 만 원짜리 배 먹었다고 표시가 나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한5분을 배 앞에서 갈등을 하다가 과감히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옆을 돌아보니 배와 겉모습이 흡사한 과일이 있다. 그래! 저거야! 내 기억으로 어머니 돌아가실 때 눈을 몹시 침침해하셨지…아마도 어머니는 저것을 보시고 배라고 생각하실 것이라는 내 생각이 더 굳어버렸다. 그런데 그 과일도 만만치 않다. 한 개에3천원이다. 그래도 배 한 개 값으로 저 과일 세 개를 사서 어머니를 즐겁게 해 드릴 생각을 하며 얼른 카터에 담았다.
<사진>
바로 이 과일이다. 수입산 자몽이다. 얼핏 봐선 꼭 배 같다. 하긴 마누라도 첨엔 밴 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제사를 지내며 어머니가 알아보실까 조마조마했으나, 어머니는 아무 말씀이 없다. 물론 아버지도 그 과일에 대한 시다달다 말씀이 없으시다. 하긴 어머니 덕분에 잡수시는 생신 턱이시니“니 엄마 제상에 배 놔라! 감 놔라! 아니 자몽 놔라~!”하실 입장은 아니실 게다. 제사상을 진설하며 먼데서 보면 정말 배다. 이런 즉 눈이 침침하셨던 어머니는 더더욱 몰라 보셨을 게다.-.-;;;
뼈대 있는 집안의 어르신들이 보시면 상놈이나 하는 짓이라고 크게 나무라겠지만, 이제 시대도 변했고 또’자몽’이라는 과일이 예전부터 우리에게도 있었다면 조상님들 제상에 오르지 않았겠는가? 하긴 아버지 어머니 때는 저 과일을 구경도 못 하셨을 테니 한 번 잡숴보시라고 하는 것도 썩 나쁘지만 않을 것이고, 옛날 삼국시대 때 오나라 육적은 원술의 초청을 받고 잔치에 참석 했다가 귤(橘:아마도 자몽 일수도 있었을 것임)이 하도 먹음직스럽고 커서 불현 듯 늙은 모친 생각에 귤 몇 개를 슬쩍 가슴에 품고 도망치듯 나왔다하여”육적회귤(陸績懷橘)”이라는 고사까지 낳지 않았던가.
그 어떤 궤변이나 변명을 갖다 붙여도 어무이요~! 죄송해요!!! 이기다. 물가가 비싸서 그리된 거 아닙니까? 며칠 남지 않은 한가위에는 배 실컷 드시게 해 드릴터니이 이번은 용서 하이소!-.-;;;;
BY SS8000 ON 9. 2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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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가격 본 엄마들 화났다… 56% 뛰어 세계 1위
https://www.chosun.com/economy/market_trend/2024/02/05/SGJDZB5YKRFBPJE5E7VW4PMV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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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미쳤다. 미쳤어~!! 뿔따구 낼 걸 내야지? 56% 뛴 사과를 제상에 올려야 효도냐? 글고 언제부터 효도를 했다고 사과더러 뿔따구를 내냐?
가격 즉 물가는 수요와 공급 즉 경제의 가장 기초적 원리에 의해 형성 되는 것이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부족하면 자연히 가격은 높아지고 반대로 공급은 과잉인데 수요가 없으면 똥값으로 변하는 게 상품 값이다. 하필이면 56% 뛴 사과를 꼭 제수로 삼아야 하나. 좀 싼 사과도 많더라. 살아생전 효도 안 한 것들이 꼭 저런다니까. 결국 살아 있는 자들의 아구리로 들어갈 사과가지고 시비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