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위원장에 보내는 충언

 

맹상군(孟嘗君)이라는 인물이 있다. 중국 전국시대 전국사군자 중 한 사람으로 제나라 왕족 출신이다. 대부분의 사서에서는 맹상군(孟嘗君)이라고 표기하는데, 일부에서는 제나라 출신임을 밝혀 제맹상(齊孟嘗)이라고 적기도 한다. 본명은 전문(田文)이다.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성어가 있다. 맹상군은 평소에 살면서 이런저런 식객들을 많이 불러 모았는데, 그 수가 3000명이 넘었단다. 하루는 어느 날 식객들 중 두세 사람을 골라 무슨 재주가 있냐고 물었다. 이에 그 중 두 사람이 각자 개 흉내와 닭 울음소리를 잘 낸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식객들이 뭐 그런 재주도 있냐고 쓸모없다며 크게 비웃었다. 하지만 맹상군은“그러한 재주라도 어찌 나중에 쓸 일이 있지 않겠냐”라고 대인배다운 대답과 함께 식객으로 머물게 했다.

 

진나라의 소양왕이 맹상군을 진에 초청해 등용하려 했으나 신하들이“제나라 사람이라 위험하다”고 진언했고, 결국 불안감에 빠진 소양왕은 맹상군을 연금한다. 맹상군은 동행한 한 식객을 통해 소양왕의 후궁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후궁은 그 대가로 귀한 장식품을 요구한다. 그 장식품은 환심을 사기 위해 벌써 소양왕에게 바친 뒤라 좌절하고 말았는데 한 식객이“제가 찾아오겠다”며 나서더니 다음날 그 장식품을 들고 나타난다. 어떻게 가져왔는가 물으니 개 흉내를 내서 들키지 않고 왕성에 잠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맹상군은 후궁의 도움으로 연금 상태에서 벗어난다. 마음이 바뀔까 싶어 부리나케 도망가던 맹상군은 사기꾼 출신의 식객이 위조한 통관 증서로 함곡관까지 도착했지만 한밤중에 도착해서 보니 함곡관은 새벽에 첫닭이 울기 전까지 관문을 폐쇄하기 때문에 다 와서 멍하니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뒤늦게 뜨끔한 소양왕이 추격대를 파견한 상태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한 사람이 나서더니 닭 울음소리를 흉내 내자 착각한 수문장이 문을 열어줘서 맹상군은 간신히 살아남게 된다.

 

아무튼 그랬던 맹상군이 제왕의 미움을 받고 파직을 당하며 봉읍마저 빼앗자, 그의 식객들은 모두 그의 곁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후에 맹상군이 다시 복직하자 최측근인 풍환 이라는 인물을 불러들였다. 식객들이 미처 맹상군의 객사에 모이기 전에 맹상군이 알고 탄식하며 말했다.

 

“이 문(文: 맹상군의 본명)이 선비들을 좋아해서 예를 갖추어 그들을 접대하여 식객들이 3천 명이 넘게 있었다는 것은 선생은 이미 아시고 계시는 일입니다. 그 식객들이 어느 날 아침 파직 당하고 봉읍도 잃게 되자 3천 명의 식객들 모두가 내 곁을 떠나 이 문(文)을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다시 선생의 노력에 힘입어 제가 재상의 자리와 봉읍을 다지 찾게 되자 그들이 나를 다시 찾는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면목으로 나를 다시 보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그들의 얼굴을 보게 되면 그들의 얼굴에 침을 뱉어 크게 욕일 보이고야 말겠습니다.”

 

풍환이 말의 고삐를 메어 놓고 수레에서 내려 맹상군에게 큰절을 올렸다. 맹상군도 수레에서 같이 내려 그를 맞으며 말했다. 풍환은 먼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그러자 맹상군이“선생께서 어찌하여 그 뻔뻔한 식객들을 위해 대신 사죄하는 것입니까?” 그러자 풍환은 다시“제가 식객들을 위해 사죄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군께서 실언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무릇 만물에는 모두가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는 결과가 있고 모든 일에는 당연히 그렇게 되는 도리가 있는 것입니다. 군께서는 혹시 알고 계십니까?”

 

맹상군이“저는 어리석어 선생께서 말씀하시려고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풍환 공손한 자세로“살아 있는 사람이 반드시 죽게 되는 것은 사물의 필연적인 결과이며, 사람이 부귀하게 되면 많은 선비가 몰려오고, 가난하고 천하게 되면 친구가 적게 되는 것은 세상일의 당연한 결과인 것입니다. 군께서는 아침에는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모이는 것을 보지 못하십니까? 새벽이 되면 사람들이 어깨를 비비며 다투어 시장 통의 문안으로 들어갔다가, 해가 저물면 시장을 지나가던 사람도 어깨를 늘어뜨리며 돌아보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저녁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찾는 물건이 그 시장 안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옛날 군께서 파직을 당하니 빈객들이 떠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오늘 군의 곁을 떠난 빈객들을 원망하며 그들이 돌아오는 길을 구태여 막으려고 하시는 것입니까? 원컨대, 군께서는 빈객들을 옛날과 마찬가지로 대하시기 바랍니다.”

 

맹상군이 풍환에게 다시 절하며 말했다. “삼가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선생의 말씀을 듣고 어찌 감히 가르침을 따르지 않겠습니까?”(맹상군 열전에서 따옴)

 

위의 고사에서 생겨난 성어가 바로 부귀다사빈천과우(富貴多士貧賤寡友), 사람이 부귀하게 되면 많은 선비가 몰려오고, 가난하고 천하게 되면 친구가 적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한동훈 위원장이 이런저런 시장 통이나 지역구에 나타날 때마다 구름 인파가 모여든다. 부귀한 양반 얼굴이라도 한 번 보겠다는 심사 또는 기회가 닿으면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겠다는 인파다. 모쪼록 잘나갈 때만 생각지 말며 혹시라도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며 교만하지 마시고 지지자와 유권자를 항상 공경하심이 좋을 듯하다.

 

 

평온하고 고상한…한동훈·이재명의 色엔 영리한 계획이 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4/03/09/4S4ZNKRUFBGSPATOT5IWGKE4AE/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

보이는 것이 다 인줄 알았는데, 사이에 빈 곳이 훨씬 더 많더라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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