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많은 왕자와 공주 이야기를 만납니다.
어릴 땐 왕자와 거지, 백조의 호수, 백조 왕자,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인어 공주, 신데렐라, …..왕자와 공주 시리즈는 그 원형이 조금씩 각색되고 변형되어
늘 우리 곁에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줍니다.
옛날에는 왕자와 공주지만 지금은 부잣집 아들과 가난한 집 처녀
아니면 가난한 남자와 부잣집 외동딸 이런 구도로 신분상승을 하는 이야기가 많은데
오로지 신분 상승만을 이야기하면 너무 삭막하니까 그 구도가 성립하고
아름답게 완결되어 지려면 진실한 사랑이 필수 입니다.
진실 된 사랑이 없으면 그것은 볼품없는 거래이고 불행한 사고입니다.
그렇고 그런 내용을 초등학교 때는 동화책으로 내 스스로 읽었고
두 딸을 키우면서는 아이들을 위해 책을 사고 딸에게 읽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왕자와 공주이야기가 머릿속에 있는 탓인지
백조의 호수를 보는 내내 기시감이 있습니다.
처음 보는 장면인데 어디선가 이미 본 것 같은 느낌을 "기시감",
프랑스어 또는 심리학적 용어로는 "데자뷰" 혹은 "데자뷔"라고 하는데
나의 이런 현상은 엄밀히 말하면 데자뷔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림 동화 속에 나오던 장면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을 수도 있고
DVD로 봤던 장면이 오버랩 되는 것도 있을 겁니다.
아니면 내가 하고 싶었던 것, 또는 과거에 축적된 그림 등이 현실에 펼쳐지자
이미 다른 곳에 본 것 같은 느낌 곧 "데자뷔"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은
착각이 있어지는 것입니다.
오후 일곱 시 반에 시작한 공연은 거의 밤 11시에 끝이 났습니다.
중간에 30분씩 두 번의 휴식시간이 있었는데 관객을 위해서 라기 보다
무대 장치를 바꾸고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필요해서 인 듯합니다.
내가 본 공연 중에 가장 길었던 공연시간입니다.
발레 칼럼리스트인 유형종 선생님을 휴식시간에 로비에서 만났는데
흑조와 백조를 연기한 “울리아나 로파트키나”에 대해 극찬을 하셨습니다.
“발레의 여신”이라고 까지 말씀 하시더군요.
발레리나의 길고 가늘고 아름다운 자태는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같은 사람이 백조와 흑조를 춤추는데 백조 때와 흑조 때는 춤사위가 달랐습니다.
백조에서는 지속적이고 가볍고 느린 반면에
흑조에서는 직접적이고 빠르고 강한 춤사위가 펼쳐졌습니다.
수십 명의 백조는 팔과 다리의 움직임이 깃털처럼 가볍고 우아합니다.
백조는 하얀 의상과 느린 음악과 함께 우아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해
지속적인 움직임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둥근 경로로 움직이며
흑조는 왕자를 속이고 유혹하는 강한 캐릭터를 나타내기 위해 직접적이고
빠른 움직임을 보였고 직선적 경로의 강한 몸동작을 표현했지만
여신이라고 까지 불리는 울리아나 로파트키나는 백조에 더욱 잘 어울렸습니다.
공연 중에 30분씩 두 번이나 휴식시간이 주어지니 그동안
샌드위치도 사 먹고 했는데도 늦은 저녁이 되자 배가 고파집니다.
티켓을 내가 샀더니 저녁은 사위가 사겠다고 합니다.
작은 도치는 처음부터 발레보다 돼지갈비가 더 기대된다고 해서
공연을 보고 집으로 오는 중에 우리 동네 갈비 집에 갔습니다.
큰 도치 결혼 전에도 세 모녀가 가끔 가던 곳인데 이젠 사위와 함께
또 도치 뱃속에 든 아이와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작은 도치가 친구랑 전화 통화를 하면서 5명이서 저녁을 먹는다고 하는군요.
네 명이 아니고 왜 다섯 명이냐고 하니까 뱃속에 아기도
카운트해야 하지 않느냐고 합니다.
딴은 그렇습니다.
뱃속에 아기가 있어서 그런지 결혼 전에는 잘 먹지 않더니
뭐든지 잘 먹는 모습이 보입니다.
입덧도 하지 않고 순조롭게 배가 불러와서 이제는 임부표가 제법 납니다.
아무리 임부라도 스타일은 포기 할 수 없다는 큰 도치는 여전히 스타일리쉬 합니다.
사위는 출산 육아에 관한 책을 보고 딸은 "스타일리쉬 맘"이라는 책을 사서
각자 관심 분야를 본다고 해서 웃었습니다.
여자는 임신중에 가장 아름답고 예쁘다고 스타일 같은 거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나는 도치가 임신해서 배가 나온 모습이가장 자랑스럽고 의젓해 보입니다.
발레리나들이 자기 체형을 유지하느라 무진 고생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강수진씨 같은 분도 그렇고 발가락 끝에 체중을 실어
자신을 세우는 일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발레를 구경할 수 있는 관객이 행복한 것이지 발레리나들은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연습에 몰두해야 한답니다.
체중을 늘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피겨스케이트의 김연아도
마음 놓고 뭘 먹을 수 없다고 하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구경 잘하고 돼지갈비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우리가 발레리나 보다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이야기 하며 즐거워했지만
그래도 백조의 호수를 보고 돌아 설 때의 기분은
4~5세 된 손녀가 있다면 당장 발레교습소에 보내고 싶더군요.
러시아 정통 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두 딸과 사위 그리고
내년 봄에 태어날 아기와 함께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수 많은 왕자와 공주 이야기 중에 백조의 호수 발레가 가장 압권 인 것 같습니다.
순이
소리울
2010-11-14 at 11:45
여자가 아이를 가졌을 때 가장 행복한 순간.
예나 지금이나 새영은 소중한 것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게다가 요즈음엔 그 생명을 될 수 있으면 거부하는 엄마들이 많으니까
더더욱 돋보이게 되나 봅니다.
약 25년 전에 세종문화회관 맨 꼭대기에서
백조의 호수 발레를 본 기억이 납니다.
그때도 병원에서 갓 나와서였던 것 같은데..
러시아의 발레는 정말 격조 높은 음악과 함께여서인지
감동 그 자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