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를 치면서 즐긴 아람누리 신년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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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아람누리에서 신년음악회가 있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지휘자로 주목 받고 있는 이병욱씨가 지휘하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신년의 첫 음악회를 활기차게 열어 주었습니다.

1부에서는 어린 나이답지 않은 과감한 해석으로 개성 있는 연주를 들려주며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아 온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 생상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등 바이올린의 명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기품과 대중음악의 친근함을 동시에 지닌 크로스오버 가수 카이의 열창으로는

"I believe"와 "이룰 수 없는 꿈"을 들을 수 있었고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의 전곡 연주로 한바탕 축제와 같은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화려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지고이네르바이젠과 카프리치오소는 젊은이다운 끼와 재능이 넘치는 바이올린 주자가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정열적인 연주를 해서 관객이 넋을 놓고 보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재능있는 연주자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주미강은 정경화씨의 젊을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신년 음악회에는 작은 도치와 도치의 결혼할 남자친구와 함께 갔습니다.
도치와 결혼할 남자친구는 예비사위이기도 하고 둘이 오래 사귀고 있어서 아들마냥 편하게 지냅니다.

아들 같은 예비사위는 예비 장모랑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인지 음악을 좋아하는 예비 장모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선지 음악회 가는 것을 나보다 더 설레어했습니다.

날이 몹시 추워서 조금 일찍 아람 음악당에 도착하여 따끈한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면서

공연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도치가 나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엄마는 악기를 배울 기회가 된다면 무슨 악기를 배우고 싶어요?
– 나는 악기 배우기 싫어.
가령 피아노나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같은 악기 중에 그래도 한 가지 정도는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 난 정말 악기 같은 건 배우기 싫어, 뭘 배운다고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파
그냥 보고 듣는 것으로 만족할래.

의외의 대답을 들은 도치는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엄마가 피아노나 바이올린, 뭐라도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

단호하게 아무것도 배우는 게 싫다고 하니 실망하는 눈치입니다.

그래서 누추하고 초라한 내 과거를 또 들추어내서 들려주었습니다.

비록 누추한 과거지만 생각하면 따뜻한 온기가 손에든 종이컵 커피처럼 마음속에 전해져 옵니다.

내가 다니던 여학교는 지방에 있었지만 역사가 오래되어서 학교 시설이 좋았습니다.
특히 음악 강당이 따로 있었고 학교 오케스트라도 있었습니다.

굉장히 열정적인 베토벤 닮은 음악선생님도 계셨습니다.

학교에 입학하자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하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피아노 있는 집도 극히 드믄 시절이라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악기는 개인이살 수 만 있으면

레슨은 공짜로 시켜준다고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나는 첼로를 간절하게 배우고 싶었지만 우리 집 형편상 첼로를 가질 수 있는 확률은

지금 내 형편에서 우주선을 한 대 사는 것만큼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음악선생님도 "수니는 첼로를 하면 잘 하겠다. 사람에도 성품이 있듯이 악기에 맞는 성품이 있거든."

이러며 오케스트라에 들어오기를 바랐습니다.

어쩌면 그게 한으로 남았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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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오선지 음악 노트를 보면 뒷장에 오케스트라 편성표가 있었습니다.
그걸 들여다보며 첼로의 위치를 찾아보고 편성표를 들여다보다가

악기 이름과 위치 등을 외우게 되었습니다.

왼쪽에 1st 바이올린 2nd 바이올린, 오른쪽에 첼로, 비올라, 더불베이스,

뒷줄에 목관악기 금관악기 그 뒤에 트럼본 쳄발로 트라이앵글 하프….

무작정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오케스트라 대 편성일 때와 중 편성일 때의 배치, 목관악기 이름 금관악기 이름 등

아무짝에도 쓸데없는데 그런 것들을 외우면서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는지 모릅니다.

20대 중반까지도 음악에 대한 아쉬움으로 피아노도 배우고 싶었고 바이올린도 배우고 싶었고

무엇보다 첼로가 배우고 싶었지만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하니까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하는

것으로 내가 악기 배우고자 하는 열망은 포기하고 음악 소비자로 남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음악회 가는 것을 좋아하고 음악에 대한 갈증을 풀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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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부로 나뉘어서 8곡이 연주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에서 몰다우를 가장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

스메타나는 영광과 고난으로 가득했던 옛 보헤미아의 전설과 역사에 영감을 받아 1872년에 이 작품을 썼는데 모두 6곡으로 된 연작교향시 중 두 번째 작품인 몰다우는 독립적인 개별 작품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몰다우(블타바)는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강으로 스메타나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햇빛과 달빛을 받고 또 급류에 부서져 흩어지기도 하면서 점차 큰 강이 되는 장려한 모습을 절묘하게 묘사했으며, 여기에 보헤미아의 농민들의 떠들썩한 결혼식과 축제 사냥꾼들의 나팔 소리 등을 더해서 그대로 체코의 자연과 사람들을 한데 그려냈다고 평가받는 곡입니다.

앵콜곡으로 스트라우스의 “트리치 트리치 폴카”와 “라데스키 행진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비엔나 신년음악회의 영향으로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신년 음악회에서는 앵콜곡으로 위 두 곡을

들려주는 것이 거의 정석으로 되었습니다.

특히 라데스키 행진곡이 연주되면 관객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박수를 함께 치는 것으로

힘찬 새해를 열어가기 위해 서로 격려를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라데스키 행진곡이 연주되면 지휘자가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고 관객을 지휘하기도 합니다.

강약을 조절해서 박수를 쳐달라고 지휘봉으로 주문합니다.

그러는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관객과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시간이 은근 즐겁습니다.

집으로 오는데 자동차 안에 있는 온도계에는 밖의 기온이 영하 17도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춥고 바람이 냉한지 얼굴에 닺는 바람이 얼음덩이에 얼굴을 대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이겨울 중에서도 중 가장 추울 때 인 것 같습니다.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오듯이 몹시 추운것을 보면 봄이 멀지않았을 것 같습니다.
모쪼록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순이

1 Comment

  1. 순이

    2011-01-17 at 05:23

    맨날 쓰던곳에만 글을 쓰다가 좀 어리벙벙하네요.

    저두 며칠전 음악회에서 앙코르곡으로 라데ㅌ츠키 행진곡을 하더군요.
    박수로 저두 연주를 햇어요. ^^* 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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