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귀하신 몸이 된 강아지

 

강아지 (1)

사진 구글에서 퍼옴

 

길을 가다가 보니 앞에서 예쁜 유모차가 오고 있기에 눈길이 갔습니다.
손자가 있으니까 특이하게 생긴 유모차에도 관심이 갔고 그 안에 자고 있을 아기도 궁금해서 가까이 오기에 들여다봤더니 조그만 검정색 강아지가 웅크린 자세로 자고 있었습니다. 유모차는 하얀 레이스와 꽃으로 장식되어 신데렐라 마차 같이 생겨서 당연히 여자아기가 자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안에 자고 있는 강아지는 좀 생뚱맞아 보였습니다. 강아지 유모차를 미는 여인은 40대 중반 쯤으로 보였는데 화려한 강아지 유모차에 비해 행색이 초라했습니다. 머리는 어중간하게 자라 제멋대로 뻗은 파마머리가 바람에 날려 산만했고 옷차림도 단정해 보이지 않았고 얼굴에 화장기도 없어서 아픈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객이 바뀐 느낌이고 뭔가 어울리지 않는 모순된 광경이었습니다.

요즘 들어 강아지를 귀하게 먹이고 입히고 운동시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봅니다. 개를 기르는 분들의 공통적인 말은 개가 사람보다 훌륭하다고 합니다. 주인을 잘 따르고 배신을 하지 않고 기쁨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상처받은 분들이나 노년에 외로운 분들 싱글인 분들이 많이 키우는 것 같습니다.
강아지 털을 깎는 강아지 미용이 사람 미용실 비용보다 더 들고, 개가 병이 나면 수술, 치료비, 약값이 사람보다 많이 든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개가 다리가 부러졌는데 핀을 박는 수술을 하느라 7십 만원이 들었다는 지인도 있었습니다. 강아지 학교도 있어서 배변훈련이나 운동훈련을 시키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고도 했습니다. 그래도 강아지를 반려동물이라고 해서 동물과 가족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 뉴스를 읽으면서 경악을 한 것은 계모가 아이를 굶겨 죽여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죽은 아기에 대한 죄책감보다 집에 기르던 강아지를 염려했다고 해서 공분을 샀습니다. 강아지 예뻐할 여력이 있으면 아이를 굶기지 말고 아껴 기르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사람이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면 안 되지 않겠어요? 강아지에게 들일 공을 사람에게 쏟으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듭니다.

강아지 유모차사진 구글에서 퍼옴

나는 강아지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딱히 구분한다면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우리 딸들은 강아지를 좋아해서 결혼 전에 쪼아라는 강아지가 집에 었는데 강아지는 워낙 눈치가 빠르고 사람을 잘 따르는 동물이라 저를 누가 예뻐하는지 잘 압니다. 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누군가 확인만 하고 반가워하기는커녕 등을 돌려 자기 자리로 쏙 들어가 버리지만 딸들이 돌아오면 허리까지 뛰어오르면서 반가워하더군요. 딸들은 강아지를 끌어안고 예뻐해 주고  텔레비전을 볼 때도 무릎위에 앉혀놓고 보곤 했습니다. 쪼아는 한이가 태어나자 신생아랑 강아지가 한 집에 있으면 아기에게 해로울까 해서 쪼아를 한이네 본가에 보내 그곳에서 잘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앉으면 강아지 키우는 얘기를  즐겨하는 것을 봅니다.  강아지가 사람을 얼마나 잘 따르는지 애교를 얼마나 잘 떠는지 이야기가 무궁무진 합니다.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는 것 등도 흉내를 내 가면서 재미있게 얘기하는 폼이 할머니들이 손자 자랑하는 것 보다 더 합니다. 고기를 주면 뼈를 잘 발라먹고는 새 것으로 달라고 뼈를 휙 집이 던지는 모습이 귀엽다거나 출근하려고 하면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봐서 집에 놔두고 나올 때 마다 마음이 아프다거나 미용을 했더니 예쁘다고 자랑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강아지 이야기를 시작 하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강아지가 기쁨을 주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강아지 하인으로 전략해 보이는 장면들도 많이 있습니다.
필리핀 마닐라만에 있는 공원에서 본 장면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늑대처럼 생긴 커다란 개는 잘 먹이고 잘 씻겨서 털에 기름기가 돌 정도로 윤이 나고, 표정이 살아있고 힘이 넘쳐 성큼성큼 걷는데, 그 개를 운동시키러 나온 필리핀 남자는 쓰러질 듯 기운이 없어 강아지에 끌려가는 듯이 보였습니다. 살집이라곤 없는 가느다란 팔다리를 해가지고 후줄근한 티셔츠,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시커먼 발등이 바라보기 애처로웠습니다. 주인을 잘 만난 혈통이 좋은 개는 신수가 훤하고, 개를 키우기 위해 고용한 사람은 개의 하인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레이스가 달린 우아한 유모차에 강아지를 싣고 다니기 전에 본인의 외모나 단속하고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쪼끄만 검정색 강아지에 신데렐라 마차같이 생긴 유모차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한 광경입니다.

애견가들이 싫어할 이야긴가요?

2 Comments

  1. 데레사

    2016-04-07 at 15:24

    강아지뿐만 아니고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아주 정성을 기울입니다.
    그분들에게 강아지나 고양이는 애완동물이 아닌 가족이거든요.
    저는 아무것도 길러보지 않아서 솔직히 그 정을 잘 모릅니다만.

    친구는 강아지가 병들었을때 자기 침대위에서 재우고 안고 먹이고
    하다가 죽고나니 자기집 앞 뜰에다 묻어놓고 새로운 음식이
    생기면 가져놓곤 하더라구요.

    나도 순이님처럼 가족은 내팽개치고 강아지를 더 소중히 여기는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계모라고 하더라고 아이는 굶겨죽이고 강아지는 걱정하고…
    그런 말도 안돼죠.

  2. 無頂

    2016-04-07 at 22:52

    강아지에게 쏟는 정성
    부모님께 반만 해도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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