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이라도 지킬 것은 지키면서

bus

출퇴근을 위해 버스를 타게 되는데 우리 동네에서  일산 경찰서 앞까지 가는 버스는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버스가 따로 있고 같은 노선을 가도 되도록이면 타고 싶지 않은 버스 번호가 있습니다. 순전히 저의 생각입니다만 회사마다 방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안전을 최우선하는 버스회사도 있고 빠른 속도로 다니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버스회사도 있는듯합니다. 내가 타기 싫어하는 번호의 버스는 운전이 너무 난폭해서 버스정류장 5개를 지나오면서도 몹시 시달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운전기사에 따라 운전 스타일이 다를 터인데도 불구하고 그 회사 버스는 항상 난폭하고 위험한 순간이 많습니다. 어느 땐  너무 위험한 순간을 목격해서 그 버스 회사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넣어야 할까 망설인 적도 여러 번입니다. 그러나 민원도 한 번 못 넣고 되도록 그 버스를 안 타는 것으로 소심한 복수를 합니다. (나 하나 안 타도 그 버스는 항상 손님이 많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요즘엔 정류장에 설치된 전광판에 몇 분 후에 몇 번 버스가 온다는 안내를 하기 때문에 시간을 계산해 보고 되도록 안전한 버스를 골라 탑니다. 오늘 출근을 하는데 하필이면 내가 싫어하는 번호의 버스가 먼저 옵니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면 늦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탔습니다.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을 지나서 일산교 다리를 지나는데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를 합니다. 느닷없는 급정거에 버스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이 앞으로 쏠렸습니다. 나는 버스 중간쯤에서 기둥을 잡고 서 있었기에 기둥에 몸이 부딪치긴 했지만 큰 충격은 없었고 내 옆에 있던 할머니가 나에게 쏠려서 나는 온몸으로 할머니를 받아안게 된 형상이었습니다. 덕택에 자그만 할머니가 넘어져 다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내 앞에 서있던 아주머니는 손잡이를 안 잡고 있다가 버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운전석 가까이까지 쏠려가면서 비명을 질렀고 버스 뒤쪽이 소란스러워 돌아봤더니 맨 뒤에서 두 번째 줄에 앉아있던 뚱뚱한 아주머니 한 분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면서 다쳤는지 일어나질 못하고 주저앉아 있어서 사람들이 부축해서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고 이만하길 다행이다 생각하며 한숨을 돌리는데 버스 뒤쪽에서 손님들의 항의가 쏟아집니다. 버스 기사는 급정거를 하면서 놀랐는지 운전대를 잡고 손님들이 살펴보지도 않고 자기 자리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버스를 그렇게 급하게 세우면 어떡해요?”
한 사람이 큰 소리로 항의하자 잇따라 손님들의 불평이 터져 나옵니다.
“뭔 운전을 그따위로 하는 거야?”
“급정거를 하면 어떡하라는 거야? 여기 이 아주머니 다쳤잖아.”
“아이고~ 허리야~”
손님들이 아우성을 치자 운전기사는 덩달아 소리를 지르는데
“그러면 승용차를 갔다 박아요?”
라며 자신이 급정거를 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겁니다.
황색신호에서 버스기사는 무리해서 직진을 하려고 했고, 앞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은 승용차는 거침없이 달려오고 그러다 부딪치겠으니까 버스기사가 급정거를 한 상황입니다. 기사는  승용차와의 사고를 피해서 다행이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든 그 바람에 버스 승객 중에 다친 사람이 있는데 버스기사가 할 말은 아니었습니다.
승용차를 갔다 박으라고 누가 그랬나요? 급히 갈 것이 아니라 신호를 준수하지 않은 운전기사에게 잘못이 있어 보이는데 되래 큰 소리치는 소리를 들으니 나도 화가 났습니다. 기사 양반 말이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화를 불러일으키겠다 싶더군요. 차라리 손님들에게 죄송하다고 하고 승용차가 달려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했으면 버스에 탄 모든 사람들이 승용차를 나무라고 기사 편을 들어 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기사의 초등 대응이 잘못되는 바람에 일이 커질 수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의자에서 굴러떨어진 분과 바닥을 뒹군 승객은 정황상 분명히 다쳤을 것 같더군요. 특히 의자에서 굴러떨어진 분이 많이 다친 것 같았고 성정이 급하고 목소리가 컸습니다. 어떻게 의자에 앉아있던 사람이 굴러떨어졌는지 그건 좀 이상하긴 했지만 몸이 둔해서 그런가도 싶습니다. 의자에서 굴러떨어진 아주머니가 정신이 좀 들자 소리를 쳤습니다. 다친 것 같으니 병원을 가자든가 그런 말이 아니라 “말을 그따위로 밖에 못 하냐”고 따지는 겁니다. 급제동으로 인해서 승객이 다친 것에 대해 사과는 하지 않고 “그럼 승용차를 갔다 박으라는 말이냐?” 라고 한 말이 몹시 거슬렸던 것입니다. 손님들이 다 운전자에게 뭐라 하자 마지못해 사과를 하기는 하는데 사과하는 태도도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도 버스정류장에 급히 들어가고 나오느라 브레이크를 거칠게 밟아서 손님들이 앞으로 뒤로 쏠렸습니다. 내 품에 안겼던 할머니는 나에게 고맙다고 하시면서 “운전사가 운전을 너무 험하게 하네” 하면서 혀를 찼습니다.
나는 일산 경찰서에서 내려 다음 일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운전자가 운전을 좀 차분하게 했으면 좋겠고, 교통 신호를 준수했으면 좋겠습니다. 지킬 것을 지키면 서로 편한데 조금 빨리 가겠다고 그러다 사고로 이어질 뻔했잖아요. 일단 사고가 났으면 손님들과 기사분이 싸우려고 하지 말고 서로 말을 좀 유순하게 해서 수습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요즘에도 진리입니다.

3 Comments

  1. 데레사

    2016-11-30 at 07:43

    내가 수술후 버스를 못타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자칫 넘어지면 도로아미타불 될까봐
    택시 아니면 걷습니다.
    버스 너무 무서워요.

  2. journeyman

    2016-11-30 at 17:00

    신호등에 노란 불이 들어왔을 때
    초보는 멈추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1년 정도되면 조심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데 비해서
    2년만 넘으면 악셀을 밟으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하죠.
    운전 예절을 다시 배워야할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운전 예절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도 하구요.

  3. 비풍초

    2016-12-03 at 11:08

    그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부산 시내버스들 참 어렵습니다.제가 차멀미가 없는 사람인데 부산에 내려와서 자가용도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부산은 차도도 인도도 폭이 서울보다 좁은 거 겉고 꼬불꼬불길이 많아요. 근데 기사들 운전이 좀 급해요. 버스 30분 넘게 타고있으면 앉아있어도 멀미끼가 느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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