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2008-02)

토요일새벽.어제내린눈을기대하며집을나선다.산에올라눈에덮인선인봉을보고싶은생각에약간은설렌다.다른이가찍어놓은눈에덮인선인봉사진을보면서나도직접보고싶었으니기회가없다가마침금요일에눈이내려기대를부풀게한다.백수같으면눈이아무때나와도상관없으나직장을나가야하니금요일이나주말에와야가능한일이다.작년인가눈이많이왔을때기회다싶어도봉산에가니출입을통제해입구에서만사진몇장얻고온적이있었다.그생각이떠올라인터넷으로북한산국립공원에들어가보니금요일에도출입이통제되었다가저녁무렵해제되었다는안내문이보인다.인터넷으로검색을해보면서경험이무섭다는느낌이든다.한번경험에주의를기울이게만드니말이다.도봉산행전철에타니의외로사람들이적다.등산객도거의없고좌석도많이비어있다.눈온뒤추울것이라는예보와는달리크게춥지는않다.금요일밤에산에간다는말에눈이많아가지말라고아내가한마디한다.나는눈때문에간다고해놓았으나실은조금걱정이된다.산에가니녹야원입구에서부터눈으로발이푹푹박힌다.아이젠을걸치고걸어도눈이깊으니미끄러움을완전히막지는못한다.오늘새벽자국인지,어제자국인지발자국이나있어그것을따라가는데이마저없었다면눈에익은등산로이기는하지만길찾기가어려울뻔했다.오르는곳곳에동물들발자국이보인다.평소에는흔적이없고본적도없었으나눈덕에많이보인다.한편에는다른나뭇가지에걸려떨어지지못한잎에눈이잔뜩쌓인것이보이는데안쓰러워보인다.눈에덮인등산로는잘못발을디디면빠질것같은생각에평소가지고다니지도않는등산스틱으로짚어가며가는데순간뚝소리가나며스틱의마지막부분이부러져버린다.한두해전에오천원에구입한것이라아까운생각은들지않으나불편해낭패다싶었으나오르막이라그런지오히려길이도적당하고,스프링이내장되어있는부분은남아있어불편하지않게쓸수있어다행이다.조금더올라가니새벽의발자국으로보이는것들은다른방향으로빠지고내가가려는방향은어제것으로보이는한두명의흔적만보인다.조심조심뷰포인트에오르니말그대로기대해온선인봉의절경이펼쳐진다.사람의흔적이없는,눈덮인곳에서바라보는선인봉은전에본운해가깔린것에못지않은절경이다.이곳에서조금더올라가니다락능선방향에서올라오는등산객들이보이기시작한다.절벽위의소나무가있는곳까지올라가사진을얻고서는미련없이방향을바꾸었다.그곳부터는길이험한곳이있는터라무리하지않는것이좋겠다는생각이들었다.다락능선방향으로내려오는데예전에도봉산의절경이라고이야기한적이있는망월사가보이는곳은등산객들이사진을찍느라야단법석이다.전망대에서바라보는병풍처럼둘러싸인산자락에흰눈에덮인망월사는말그대로사진과같은모습이다.한참을서서바라보면서사진을찍고있는데한명이나에게건전지가진것이있냐고물어본다.가져온디카의전지가다된모양이다.실망하는표정이역력하다.전쟁에나가는군인이총은들었으되총알이없는셈이다.도봉산에올때는충전용전지하나면되는터라없다고하니매우실망하는눈치이다.이등산객에게사진한장찍어달라고하면서도괜히미안한마음이든다.내려오는시간대가한창등산객들이올라오는시간이라중간중간한참을기다렸다가내려올수있었다.평소같으면옆으로내려올수도있으나눈에덮여있어등산객들이다니는곳으로만내려오려니시간이많이걸린다.산입구에거의다내려왔는데친구에게서전화가온다.장모님이아침에돌아가셨단다.친구들에게연락하느라휴대폰이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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