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회지음
‘선비’.이말은현대양반의기준인돈과는거리가있지만한번쯤들어보고싶은표현이다.처음이책에대한소개된내용을보았을때내용보다도제목이마음에들어책을대출받았는데기대한것과는달리단편적인내용들이잡다하게들어있어전체적인면에서일관된메시지를받기는쉽지않다는생각이다.제목이주는기대감이너무큰때문일지도모른다.아니면이책한권을읽고선비가되었다는증명서를바란것은아닐까?하고생각해본다.
현대에서는책을열심히읽는것도‘선비답게산다는것’의하나일수있겠다는생각이든다.며칠전의국의선배님들과저녁식사를하면서지금은개업하고계신한원장님께서최근에책읽은이야기를해주신것이기억에남는다.한책에서스님께서화를내지말라고하면서화는낮은사람에게내는것이보통이므로이는옳지않으니화를내지말라고하였단다.이이야기를들으면서그동안기억에남는화냈던것을생각해보면정말그런경우가많았던것같다.이러한점은책을통해흔히접하는메시지의한형태가될터이다.미처생각하지못하고지나는점을책을통해다시생각해볼기회를가질수있다.
요즘은책을많이읽지는못하지만책을읽으면서도일년에책한권읽지않고지내던시기에비해내가무엇이달라졌는지생각해보면답이쉽지않다.독서를강조하고,훌륭한업적을이룬분들이어렸을때부터많은독서를했다는이야기를보면훌륭한사람이어서책을읽은것인지,아니면책을읽어서훌륭해진것인지가명확하게구분될수있는지궁금해진다.3-4년동안200여권의책은읽었을것같은데책을읽지않았던시기에비해무슨차이가생겼을까?이야기할때화제거리가조금늘었다는정도,그리고위에서언급한바와같이마음에새겨두고참고할점들을얻는것등등.그렇지만책읽는것을통해얻는것이크지는않더라도가능하면책을계속읽을것이고,남에게도권하고싶은일중하나이다.인터넷상에서일없이시간을보내는것보다는나을것같다.
‘선비답게산다는것’이라는책을통해서많은것을얻지는못했다는생각이들기는하나그래도아래글들은기억에남는다.조선시대많은선비들이다방면에서언급한선비다운글들을한글로읽는데의미를둔다면추천감이다.
조선선비이경전이1631년충남의천방산을오르면서느낌소감이다.시대가요즘이라해도어울릴것같다.
한바위산기슭을지나천방동이라는데로들어섰다.어지러운길이산아래끊어진언덕위로나있었다.숲은온통눈에묻혔고풀잎끝의이슬은바늘처럼뾰족했다.아득한설원이다.웃으면서길을안내하는아이에게말했다.
“여기몇칸집을짓고땅몇마지기를일궈평화롭게살아갈계획을꾸민다면,샘물이달고땅이기름지고채소또한넉넉하여일생을편히보낼수있겠구나.다만한스러운것은사람이여유가없다는게지.”
조금뒤폭설이다시내렸다.바위와골짜기가어둑해졌고,걸음걸이가옮겨지지않았다.
1519년훈구대신들에게밀려많은사림이죽거나쫓겨난기묘사화때축출당한선비김정국이호를사재(思齋)에서팔여거사(八餘居士)로바꾸었는데친구가이유를묻자답한내용이다.
토란국과보리밥을배불리넉넉하게먹고,부들자리와따뜻한온돌에서잠을넉넉하게자고,땅에서솟는맑은샘물을넉넉하게마시고,서가에가득한책을넉넉하게보고,봄날에는꽃을가을에는달빛을넉넉하게감상하고,새들의지저귐과솔바람소리를넉넉하게듣고,눈속에핀매화와서리맞은국화에서는넉넉하게향기를맡는다네.한가지더,이일곱가지를넉넉하게즐기기에팔여라고했네.
이말을들은친구가곰곰생각하다다음말을건넨다.
세상에는자네와반대로사는사람이있더군.진수성찬을배불리먹고도부족하고,휘황한난간에비단병풍을치고잠을자면서도부족하고,이름난술을실컷마시고도부족하다네.울긋불긋한그림을실컷보고도부족하고,아리따운기생과실컷놀고도부족하고,좋은음악을다듣고도부족하고,희귀한향을맡고도부족하다여기지.한가지더이일곱가지부족한것이있다고그부족함을걱정하더군.내자네를따라서여덟가지를넉넉하게즐기는사람이되기를바랄뿐,속물을따라서부족함을걱정하는인간은되고싶지않네그려.
유명한성리학자어유봉이산을유람하는것에대해쓴글이다.보탤말이필요없는글이다.
산을유람하는것은독서하는것과같다.보지못한것을보는것도좋지만실은충분히익히고또익히는데핵심이있다.굽이굽이환하게파악하고,그자태를또렷하게간직하고,그정신과통해야만비로소터득하는것이있다.서둘러대충섭렵하고서야무슨수로오묘한경지를얻을수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