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2009-2)

자명종소리에눈을떠보니5시50분.지난밤늦게잠들어새벽에일어나려니힘이든다.그래도어제내린눈구경해야겠다는생각에일어나주섬주섬등산복을껴입고서는어두운거리에나섰다.아파트입구를나서는데마을버스가들어오는것이보인다.


짧은거리지만뛰어내려가차에올라타니손님이라고는나혼자뿐.기사아저씨가말을건넨다.


“산에가시나요?눈이많을텐데.”

“어제눈이내려눈구경하러갑니다.”

“겨울산이좋기는한데너무추워엄두가안나네요.”

“오늘은그래도조금풀린것같습니다.”


전철역에들어서자마자전철이들어온다.다른주말과는달리내가탄칸에는등산객이보이지않는다.전체승객도10명이채안된다.내맞은편에는나이드신할머니가앉아계신데자그마한체구에머리가완전히백발이시다.여든은넘어보이시는데배낭도빵빵하게부풀고손에드는가방도불룩하다.중간에내리시는데짐의무게로걸음이편치않아보인다.


도봉산역은시간이일러서인지완전히어둠에잠겨있고,도봉산은흔적도보이지않는다.눈구경도좋지만너무일찍도착한탓이다.육교난간에매달려있는산행안내지들이괴기스럽게보인다.지난산행시산입구에서보았던물을뿜어얼려만든조형물들은조명을켜놓지않아전혀보이지않는다.너무어두워도봉산안내소앞에잠시서있는데가로등으로인해계곡의눈이색다르게보인다.


녹야원방향으로접어들면서조금씩어둠이가시고눈에덮인전경이들어온다.어제눈온이후에많은사람들이다녀갔는지오솔길처럼길이나있어생각보다는힘들지않은편이다.녹야원위에있는약수터를지나면서부터는인적이보이지않는다.능선을타기위해한참오르다뒤를보니해가한참올라가있는데안개가있는탓에약간뿌옇게보인다.선조대에오르니먼저올라와있는아주머니가있는데배낭은두개가놓여있다.선인봉사진을찍고,물한모금마시고쉬는데도다른인기척은없는것이남편이볼일보러간것아닌가싶다.

눈의양이많지않아서인지선조대에서바라본설경은지난해겨울눈풍경보다는조금못한편이다.그렇지만날은맑아다른맛이다.언젠가부터선조대에서선인봉보는맛에다른코스는거의다니지않아단조롭기는하지만선인봉의장관을한번보고나면지난일주일이정리되는느낌이든다.


선조대부터는아이젠을하고오르는데다른뷰포인트에오르니전문적으로사진을찍는사람둘이거창한장비를펼쳐놓고사진을찍는중이다.내가카메라를목에걸고있는것을보더니산에오르는데위험하지않겠느냐고한마디한다.이곳에서잠시쉬는데여러등산객들이올라와사진을찍느라고여념이없다.


눈이있기는하지만올라왔던길로다시내려가기는싫어정상바로밑까지가서만월암방향의계단을통해하산하였다.하산길도사람들의흔적이있어비교적순조롭다.만월암계단에들어서는데불경테이프소리가흘러나온다.불경테이프는신자들이집에서듣는용도라고생각했는데도봉산이곳저곳의암자에서는흔하게,시도때도없이불경테이프소리가흘러나온다.

만월암과석굴암갈라지는곳부터는등산객들이많이보이나눈탓인지평소보다는적다.내려오는길에보니산입구에있는쌍줄기약수터가물이말라폐쇄한다는팻말을세워놓은것이보인다.언제나수돗물을틀어놓은듯이물을뿜어내던곳인데물이말랐다는것이이해가안된다.팻말에는이약수물의수원이되는우물이말랐다는설명과함께사진을게시해놓았다.나는몇년전한번마셔본이후로는마시지않았지만접근성이좋아등산객뿐만아니라새벽에는인근주민들이통으로받아가는인기좋은약수터였다.


도봉산입구를막나서는데낯익은얼굴이보인다.도봉산정상에서막걸리를파는사람이다.꽁지머리에날렵한체구,맨발에검정고무신이특징인데보자마자발에시선이간다.변함없다.이한겨울에맨발에검정고무신으로정상에오르다니!발에비해상의는재킷을하나입고있다.새벽에발이시려웠던생각을하면아무리낮이라고는하나괜찮은지걱정이된다.

새벽에조명이없어보이지않던물을얼려만든조형물들은지난번과는다른모습니다.그사이이것을본적이있는지몇몇은일부러찾아와기웃거린다.


도봉산전철역은날이많이풀려서인지많은사람들이보인다.맨앞칸에타고서는문옆에서있는데막전철에오른60은넘어보이는한아주머니가전화를받는소리가들려온다.


“엄마가전에말했잖아.도와줄여력이안된다구.”

——

“하여튼힘들다니까?지금전철안인데가게나가서전화할게.”

——

“너두참,힘들다는데.끊어.다시전화할테니까.”


힘든세상이다.주말이라고산이라도다닐수있는것이어딘가하는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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