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한달만이다.매주말마다가다가도시간이맞지않으면한달내내시간내기가어렵다.어제오늘새벽에산에간다는이야기를하니아내와아이들이비가많이와위험할지모르니모두가지말라고말린다.새벽에비가오지않으면간다고했는데밤까지비가그치지를않는다.
새벽에일어나창밖을보니안개가자욱하게끼어있고비는오지않는다.구름이짖게드리워져있어언제라도비가올것같은형상이다.비가오면다시돌아올생각으로집을나섰다.
전철역으로가는길은한산하다.골목길을지나는데젊은여자가남자를붙잡고울고서있는것이보인다.애써시선을외면하고지나면서희끗쳐다보니남자는자못비장한표정이고,여자는남자옆에서서팔을붙잡고울고있다.드라마에나나올법한모습이다.무슨일인지궁금하지만물어볼수는없는일이다.전철역은새벽치고많은사람들이있지만등산복차림은그리많이보이지않는다.비가내리는것은아니지만언제라도내릴것같은기세인지라나서기가쉽지않은날씨다.
산입구에커다란나무가쓰러진것이보인다.얼마되지않아미처치우지못한것같다.밑둥을보니뿌리가깊지않은것이보인다.나무크기에비해서는의외다싶다.산입구서부터계곡을흐르는물소리가꽤크게들린다.며칠사이온많은비로계곡마다물이그득하고,턱진곳마다하얗게물살이퍼진다.도봉산을다닌이래로가장많은물이다.계곡초입부위는제법폭포다운모습이다.녹야원방향으로오르면서우측에있는계곡도물이넘치고그늘진곳마다버섯들이불쑥불쑥솟아나있다.계곡을가로질러쓰러져있는나무는중간의한가지만살아있고,썩어홈이패어진곳은이름모를풀들이한창이다.뿌리가완전히잘려진것이아니고꺾여있어서조금은수분공급이되는것이아닌가싶다.
평소에는물이조금씩흐르던곳도오늘은완벽한폭포의모습이다.그맞은편의나뭇가지에는잠자리한마리가앉아있는데카메라후레시가몇차례터져도꼼작않고있다.
구멍뚫린나뭇잎을통해보이는다른잎은뽀샵처리한것같은모습이다.올라가면서안개는더심해지고능선에올라선인봉방향을보니전혀구별이되지않는다.날은축축하고땀은계속흐른다.그렇지만산에서는문제가되지않는다.산이좋은점중의하나는더위를즐길수있어서이다.땀이나더라도부채질할필요를느끼지않는다.그저땀이나도록두면되고,가끔수건으로닦아주면된다.
선조대에서잠시쉬면서쵸코바하나먹고올라가는데갈림길에서한일행이올라오는것이보인다.젊은사람은디카를가지고있는데말투가사진에꽤익숙한느낌을준다.이팀과앞서거니뒤서거니가는데잠시쉬는곳에서다시만나게되었다.그젊은이가나에게오더니내가찍은사진을볼수없겠냐며말을건넨다.자신의카메라와찍은사진들을바꿔보자는이야기이다.이런제의는처음이었지만나도다른사람들은무엇을찍는지궁금한적이있는지라그러게하자면카메라를건네주었다.버섯사진이많았는데좋아보였는지올라가면서버섯찍는모습을보았다.그젊은이는단언컨대초보임에틀림없다.
중간을지나올라가는데인사소리가들린다.오랜만에‘독도거사’목소리다.버섯사진을찍고있는데인사를건넨다.나도인사를하고보니예의맨발이다.도봉산에는바위가많은편이라맨발이쉽지않을터인데도항상맨발차림이다.지나가면서셔터소리를들었는지자신의사진을찍으면안된다고한마디한다.포대능선오르기전마지막휴식터에서쉬는데사진을교환해보자는젊은이가있는것이보인다.잠시후다가오더니자두한개을먹으라며내민다.고맙다고인사를하고받았는데먹어보니맛이꽤좋은편이다.
이곳에서쉬다가바위가미끄럽고올라가봐야보이는것도없어만월암방향으로하산길을잡았다.만월암밑에서부터계곡옆으로내려가게되어있는데물이보통이아니다.계곡마다폭포를이루고있어시선을멈추게한다.올라가는길도그렇지만내려가는길도계속계곡을가로지르게되는데여러곳은물이많아져건너는것이수월하지않다.
내려갈수록날은맑아지고해도비추지만오르는사람들은여느휴일보다는많지않다.아침내내날이흐린탓도있을것이다.한참을내려왔는데포대능선에서막걸리를파는이가올라오는것이보인다.이분은맨발에검정고무신차림이다.맨발과거의차이없어보인다.평소마당바위방향으로오르는것을보았는데오늘은만월암방향이다.평소막걸리파는곳으로가기위해서는이방향으로올라가면Y-계곡을지나야해의아한생각이든다.한동안보지못했으니장소를바꾸었는지도모를일이다.지난번에죽은나무로생각하고사진을올린적이있는나무가오늘보니잎을내고있다.겉만보아서는모를일이다.
산입구화장실앞에설치해놓았던에어건은모두철거해버려보이지않는다.사용상의문제로없앤것인지아니면우기라치워놓은것인지분명하지않다.오랜만의산행이라피곤하지만물에빠진도봉산을보게되어좋았다.
Share the post "도봉산(2009-17)"